성희롱 신고 1046건 중 인정 사례 12.3%에 불과해
성희롱 인정에도 사업주 아니라는 이유로 종결 처리
성희롱 인정·성차별로 근로 감독 나가는 비율도 낮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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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 A씨는 회사 대표의 신체 접촉과 성희롱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입었다. 이후 노동청에 신고하며 익명 보장을 원했지만 대표자의 갑질 및 성희롱은 익명이 보장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신고 후 괴롭힘은 더 심해졌으며 인사 발령을 통해 본래 근무지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 B씨는 업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업주에게 폭언과 괴롭힘, 성희롱, 폭행을 당해 사건이 경찰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같이 일하기 껄끄럽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 C씨는 회사 대표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해 이를 회사에 알렸으나 제대로 된 조사절차 없이 종결됐다. 이에 고용고동부에 진정 신고를 했지만 수개월의 조사 결과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인정받아 회사에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후 회사로부터 휴직 거부, 형사 고소, 복직 거부, 대기발령(무급), 징계위원회 회부, 해고까지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

이러한 직장 내 성희롱, 고용상 성차별, 성차별적 괴롭힘 제보 사례를 전수 조사해 관련 제도의 실태를 담은 ‘대한민국 직장여성 살아남기’ 보고서가 발행됐다.

직장갑질119이 지난 13일 발행한 해당 보고서에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법, 제도에 대한 설명 △고용부의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신고 사건 처리 현황 및 고용 평등상담실 상담 유형별 통계 등 관련 정부 통계 분석 △직장 내 성희롱, 고용상 성차별, 성차별적 괴롭힘 등 직장갑질119 제보 사례 △제도 개선 방안 등이 담겨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줄 시 성립된다.

직장갑질119가 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접수된 사업주의 성희롱 신고 1046건 중 성희롱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129건으로 12.3%에 불과했다.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80건(7.6%)이었으며 신고자의 65.7%(687건)는 사건 진행을 포기했다.

근로감독관이 성희롱을 인정했음에도 법상 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행정 종결 처리를 한 경우는 38%(전제 인청 건수 129건 중 4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사업주가 아니더라도 인사권을 쥐고 있고 실제 업무상 지시를 내리는 경영책임자 등은 실사용자라는 점에서 피해자의 입에서는 큰 차이가 없음에도 남녀고용평등법에 ‘사용자’가 아니라 ‘사업주’로 돼있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 기간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205건의 성희롱 신고 중 조치 의무 위반을 경험한 신고자는 90%,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당한 사례는 83%에 달했다.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조치 의무 위반의 경우 고용노동부로 신고된 173건 중 9.25%(16건)만 인정됐으며 이중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단 1건이었다.

직장갑질119는 보고서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의 사업주를 사용자로 개정하는 등 행위자 범위 확대 △엄중한 처벌로 처벌 조항의 실효성 확보 △감독관의 성인지 감수성 강화 등 신고 사건 처리 개선 시급 △성차별 신고 시 신고 사업장에 근로 감독 등 적극적인 노동부 규율 필요 △기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 성차별적 괴롭힘을 구체적으로 규제 및 대응할 것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이번 보고서 결과에 대해 “성희롱 인정 비율도 낮고 성차별로 근로 감독을 나가는 비율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문제점으로 지적된 법인 대표 성희롱과 관련해 지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문제 제기 했고, 입법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국회에서 조속한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장종수 노무사는 “고용평등법상 허점은 여타 노동관계법과 같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보다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미약한 해결 의지”라며 “고용노동부는 지속적인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통해 근로감독관의 인식을 개선하고 개정 시행되는 노동위원회 차별 시정 신청을 통해 노동자들이 규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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