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놓치지 않고 팩트체크 탐하겠다”라는 의미를 담아 ‘호시팩탐’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허위 사실, 가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오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진실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투데이신문>은 팩트체크를 거쳐 판별해낸 결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슈의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발에 땀이 나도록 직접 뛰어 ‘팩트’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최근 한 약사 유튜버는 약을 싸게 살 수 있는 법이라며 “성분이 동일한 저렴한 약을 구매하면 된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은 성분에 차이가 없지만, 광고비 등 때문에 오리지널 약이 비싸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복제약을 구매하라고 조언합니다.

성분이 같은 ‘복제약’들은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죠. 아마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을 오리지널 약 대신 복용해도 되는지에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이에 <호시팩탐>은 정말 ‘성분과 함량이 동일한 약’은 ‘같은 약’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약들을 복용할 시 같은 효능·효과를 볼 수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식약처 “오리지널 약·복제약, 동일한 주 성분으로 효과 같아”

우리나라는 현재 이미 허가된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이 동일한 약효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생체 내 실험인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의무적으로 실시합니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주로 약 복용 뒤 혈액 검사를 통해 혈중 농도와 조직에 도달하는 정도 등을 통해 신체 반응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복제약들은 이러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과한 의약품으로 ‘약효 동등성‘을 인증받은 제품들입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생물학적동등성이 인정될 시 복제약과 오리지널이 동등한 약품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웹매거진 열린마루 ‘식의약 포커스‘를 통해 “복제약은 국민 의료비 절감을 통해 많은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제약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며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등을 의심받지만 효과에 차이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복제약(제너릭 의약품)이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하게 만들어진 약품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복용방법, 효능·효과 품질등이 동일하게 만들어진 약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은 동일한 주 성분을 가지고 있어 효과도 같다고 식약처는 설명합니다.

지난 2019년 하버드의대 리시 제이 드세이(Rishi J. Desai) 교수팀은 국제제학술지 플로스메디신(PLOS Medicine)에 만성질환 치료에서 복제약의 효능이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각 성분별로 복제약 복용자와 오리지널 약 복용자의 치료 경과를 비교해 분석해 봤을 때, 대부분의 성분에서 복제약과 오리지널 약 복용자의 치료경과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한약사회 “함량 같으면 약효 같아”

누구보다 약에 대해 잘 아는 약사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지난해 질병관리청장은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접종 이후 통증을 느낄 경우 타이레놀을 복용할 것을 권고해 타이레놀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죠. 이에 약사들은 동일 성분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해도 된다고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식약처와 마찬가지로 약사들 역시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은 효과가 동일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동일 성분, 동일 함량으로 만들어진 약은 같은 효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맞다”라며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회사에서도 복제약을 많이 만든다”라고 했습니다.

다만 회사마다 마케팅 타깃이 다르기에 성분은 동일하더라도 ‘함량‘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제약사 “성분·함량 같으면 효과는 동일…추출법 다르면 같은 약 아냐”

그렇다면 약을 생산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오리지널 약을 생산하는 A 제약사 관계자는 “성분과 함량이 동일하면 같은 효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라면서도 “그러나 효능, 효과가 같다고 해서 같은 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즉, “같은 성분이라고 해도 그 성분을 추출하는 법이 다르며 원료를 제약회사에서 직접 합성하느냐, 다른 데서 가져다 쓰느냐로도 나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기술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리지널 약의 값이 더 비싼 것에 대해서는 “초기 개발할 때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실험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복제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들어간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복제약을 만들어내는 제약회사도 같은 입장일까요.

B 제약사 관계자는 “같은 성분이 같은 함량으로 들어간 약이라면 동일한 효능,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라며 “가격 문제는 복제약이기 때문에 저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이 관계자들은 성분과 함량이 동일하다면 같은 효능,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라면서도 효능, 효과가 같다고 해서 동일한 약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었는데요.

‘같은 효능,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지만 동일한 약이라고는 볼 수 없다’라는 의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복제약을 만들어내는 C 제약사 관계자는 “추출 방법이나 원료 합성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라며 “그에 따라 약의 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각자 다른 회사들이 설탕을 만들어 내더라도 설탕의 속성이나 특징은 같은 것처럼 약도 성분과 함량이 일치한다면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D 제약사 관계자도 “의약품 또한 다른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마케팅과 소비자 인지도 등 브랜드 가치에 대한 영향을 받는다”라며 “통상 오리지널 약이 비싸지만 여기에는 비단 광고비용뿐 아니라 자체 기술력을 포함한 연구개발비용 등도 녹아 있기에 다각도로 살펴볼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후발주자는 오리지널 약이 쌓아온 신뢰도와 인지도를 업고 가는 만큼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겠지만, 이를 만드는 제약회사의 기술력이 모두 같지는 않다”며 “약의 주요 성분이 같다고 해서 효능까지 모두 같다면 제네릭 약(복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는 생동성 시험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의료인 “복사기처럼 똑같은 약효 보장하진 않아”

약 처방을 내리는 의사는 복제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화학식이 같다고 해도 염기서열 등이 다를 수 있고 이런 변수가 있기에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의 성분이 똑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교수는 “제조과정에서 불순물이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복사기처럼 똑같은 약효를 보장하지 않기에 복제약을 사용할 때는 충분히 고려해서 사용해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충남의대 약리학교실 홍장희 교수도 2011년 의료정책포럼 학술지에서 “생물학적동등성은 약효동등성을 대변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여러 애매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홍 교수는 “생물학적동등성이 인정되면 치료학적인 유효성 및 안전성이 오리지널약과 동등하다는 국제적 합의가 돼있고,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인정되고 있지만 이러한 동등성의 의미는 약효의 100% 일치가 아닌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의 차이가 없다는 의미이지 혈중 약물 농도를 통한 비교이지 약리적 효과에 대한 비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과 함량으로 만들졌더라도 제약회사 간 추출법 등 기술력에는 차이가 있어 약의 순도 등에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이 같은 약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할 수 있으며 약의 효과, 성분 뿐만 아니라 성분의 출처까지 고려한다면 오리지널 약 대신 복제약을 복용해도 된다는 것은 ‘절반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오리지널 약 대신 복제약을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의심을 품었던 분들이 계실 텐데, 어떤 약이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신 후 꼭 본인에게 맞는 약으로 복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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