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공방’에 ‘적극 엄호’ 유·불리 따져본 듯
野, ‘외교 참사’, ‘해임건의안 발의’로 공세↑
與, MBC와 민주당 ‘정언유착’ 프레임 전환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기간 중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비속어 발언) 관련한 나머지 얘기는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이라기보다 전 세계적으로 두세 개의 초강대국을 제외하고는 자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자국 능력만으로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국가가 없다. 동맹이 필수적”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대응은 ‘외교 성과’가 묻히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여야 간에 이어지고 있는 진실 공방과 여권의 적극적인 엄호 등이 자신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현지 시간 지난 21일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참석 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당시 동행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 해 비속어 논란에 휩싸였다.

이 발언 영상은 현장에 있던 카메라에 포착돼 국내외 언론을 통해 그대로 송출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발언 중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확산됐고 현재까지 여야 간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 외교장관 해임건의안 발의 공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외교부 장관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홍보수석 교체를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수원에서 가진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국정이 매우 어렵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대한민국 민생 위기에, 외교 참사까지 국민 삶을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순방 외교에 대해 “외교는 곧 국민의 삶의 문제”라며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리는 외교 현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비속어 논란 후 대통령의 ‘핫 마이크’가 먹통이 됐다”며 “온 국민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건만 대국민 사과는 끝내 없었다. 대신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기막힌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사실과 다른 보도’,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등 (윤 대통령이) 진실은 은폐하면서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을 이어갔다”며 “정녕 국민이 두렵지 않느냐? 윤석열 정부의 실수와 준비 부족도 큰 문제이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한 거짓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나서서 국민의 청력을 시험하며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행태를 반복했다”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순방 기간 각종 논란을 나열하며 “‘다른 나라도 조문을 못 했다’는 변명은 반나절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고, ‘흔쾌히 합의했다’던 한일 정상회담은 온 국민에 굴욕감만 남겼다. 한미 간 48초 ‘쇼츠 대화’는 성과 없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만 빚었다. 캐나다 순방마저 섣부른 거짓 투자 유치를 인용했다가 번복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 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스스로 논란이 된 발언을 솔직히 해명하고 국민께 사과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순방의 총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김성환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윤 대통령이 만약 오늘까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외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내일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 적극 엄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해당 영상을 보도한 MBC를 공격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막 같은 사전정보 없이 들을 때 단어가 매우 부정확하게 전달돼 전문가조차도 어떤 말인지 확정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MBC는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매우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을 해치고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해할 수 있는 이런 보도를 무책임하게 (했다)”며 “MBC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 당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자막의 어떤 부분이 틀렸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못했다. 주 원내대표는 ‘MBC 자막이 틀렸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확실히 틀렸다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보도의 기본을 안 지켰다”고만 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MBC)이 전문가 영역에 대한 검증도 없이 짜깁기를 해서 자막까지 달아 내보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막으로 내보내는 것 자체가 짜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보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사적 영역 아니었나”라며 “그런 부분들은 우리가 보호해줄 부분도 일정 부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KBS 라디오에서 “MBC가 보도를 했는데, 보도 시점보다 민주당이 먼저 알았다”며 “이건 유착관계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위 문제를 정확하게 밝혀야 되겠다고 야당과 MBC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2008년 광우병 조작선동이 있었다. 당시 MBC는 명백한 거짓말로 나라를 뒤집어놓았다”고 언급하며 이번 논란 관련 보도도 조작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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