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다음 달 30일 이후 역사 속으로
전 직원 해고…낙농가 및 화물기사도 피해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푸르밀이 돌연 사업 종료를 발표한 가운데, 해고 통보를 받은 임직원을 비롯해 낙농가와 화물기사까지 시위를 예고하는 등 사내외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푸르밀은 내달 30일 부로 사업을 종료한다며 전 직원 350여명에게 메일로 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이 밝힌 사업 종료 사유는 최근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이다.

이에 따라 한때 발효유 ‘비피더스’와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등의 대표 제품으로 연매출 3000억원을 기록했던 푸르밀은 11월 30일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다만 급작스럽게 이뤄진 푸르밀의 사업 종료 공지는 회사의 일방적 통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사업종료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협의 과정 없이 해고 통보를 받은 임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유를 납유하는 낙농가와 제품을 운반하는 화물차 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향후 낙농가와 협력업체, 화물기사들의 연쇄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푸르밀 김성곤 노조위원장은 “푸르밀이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회사 정상화 등을 위해 여러 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회사의 존폐에 직원 350여명과 협력업체 50여명, 푸르밀에 납유하는 낙농가 50여 가구, 제품을 운반하는 화물차 기사들 100여명 등의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과 협의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하지만 회사는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를 통보했다. 직원들과 낙농가, 화물차 기사들이 본사 앞에서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푸르밀의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지적하는 한편, 오너일가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근로기준법 제 24조 3항에 따라 50일 전까지 해고를 통보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데다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 21조에 따르면 해고 관련 60일 전에 조합과 협의하기로 돼 있는데 이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2018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체제로 바뀐 후부터 회사는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오너 일가의 부실 경영 책임을 직원들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푸르밀은 지난 2018년 신동환 대표 취임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한해 전인 2017년에는 271억900만원의 이익잉여금이 쌓이는 등 흑자 상태였지만, 신 대표 취임 해인 2018년부터 15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적자폭이 매년 확대됐다.

한편 급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은 푸르밀 직원들은 현 시점에서도 거래처 재고 파악 및 피해를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푸르밀 본사 직원은 “직원들은 원유계약 및 납품 계약을 맺고 있는 관계사들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 성실하게 재고 관리 등에 나서고 있다. 당장 어제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무책임한 오너일가의 뒷수습까지 하고 있는 격”이라며 “오너일가가 법인 재산으로 소유한 부동산만 처분하더라도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푸르밀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 작성자는 “첫 직장인 푸르밀에서 좋아하는 제품의 주인이 됐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의미였다”며 “회사는 사라지지만 소비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푸르밀의 전신은 롯데그룹 계열사였던 롯데우유지만 2007년 독립해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그룹 고(故) 신격호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오너일가로 있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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