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수백명 행사장점거...시작도 못하고 무산
호루라기·소고까지 동원, 몸싸움까지 벌어져
주민들 “이미 있는데 또 설치하는 것은 안 돼”
서울시 “방해 주민·집회 주도자 책임 묻겠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시가 마포구 주민들에게 신규 소각장 건립지를 상암동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자 자리를 마련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됐다.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는 18일 오후 3시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주민 수백명이 행사장 안팎을 점거하고 물리력으로 저지해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당초 지난 5일로 예정됐었던 이날 설명회는 마포구 주민들로 구성된 ‘소각장 추가설치 백지화투쟁본부’ 등 100여 명이 행사 시작 30여분 전부터 회의실로 몰려들어 ‘상암동 후보지’ 선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엑스표가 새겨진 마스크를 쓴 채 ‘소각장 추가 결사반대’, ‘특정지역 말살하는 살인행정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연신 백지화를 외쳤다.
일부는 행사장 안에 들어서면서 고성을 내지르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고, “무효 무효”, "오세훈은 물러가라" 등 구호를 큰 소리로 반복하며 설명회 취소를 요구했다. 항의의 표시로 호루라기를 부는 주민도 있었다.
혼란한 장내를 정리하려는 시 관계자들과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행사장은 고함 소리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회의실로 들어온 주민들은 300여 명으로 불어났고, 소란은 더욱 커졌다. 설명회 시작 5분 전께는 주민 일부가 단상 위로 올라가 행사장 전체를 점거했다.
결국 서울시 측은 오후 3시경 설명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하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이를 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같은 시간 누리꿈스퀘어 정문 앞에서는 마포구 주민들로 구성된 ‘마포 소각장 신설 백지화 투쟁본부’가 집회를 열었다.
300여 명이 참석한 집회에서 이들은 “서울시가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각장 설명회를 일방적으로 개최하려 한다”고 규탄하며 입지 선정 철회를 촉구했다.
한편 입지선정위원회는 이번 설명회에서 주민들 요구에 따라 ‘위원회 회의록’ 비공개 부분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설명회가 무산되면서 공개여부를 재차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