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새벽 최성범 용산소방서 서장이 취재진 앞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장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30일 새벽 최성범 용산소방서 서장이 취재진 앞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장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입건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12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최 서장은 전날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행정감사에서 ‘현장 지휘를 한 지휘관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달라’ 송도호 위원장의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최 서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냐는 질문에 “같이 출동했던 감찰주임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 중이며, 저 또한 마찬가지다”고 답변했다.

이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대답할 부분은 뚜렷하게 대답하겠다”며 “다만 수사 단계라 심정 토로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사가 종료될 때 기회를 주면 발언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자신을 입건한 것에 대해서 최 서장은 “시민들의 격려가 많다”며 “시민들이 주시는 메시지로 제 입장을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이태원 참사’를 수사를 맡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지난 7일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참사 발생 전 112신고를 받은 경찰이 공동대응 요청을 했으나 대응하지 않았으며, 사고 직후 신속하게 소방대응단계 발령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수본은 사고 직후 관할인 용산소방서가 아닌 종로소방서 소속 구급차가 현장에 먼저 도착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더불어 용산소방서 소속 현장대응단 지휘팀장 A씨도 최 서장과 같은 혐의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으나 오후 10시 5분경 센터 근처에 머리 출혈 환자가 있다는 신고가 있어 출동하던 중이었다”며 “당시 환자를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한 이후 구급차는 사고 현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최 본부장은 “용산소방서장과 직원 모두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수많은 사상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소방당국과 일선 소방관들은 최 서장에 입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용산소방서장은 사고 접수 후 가장 먼저 현장에서 지휘했던 사람”이라며 “행정안전부, 경찰의 책임 지휘부는 빠진 채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사 결과를 보면 도대체 이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최 서장이 참고인 조사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피의자 입건됐다며 경찰 의 수사를 지적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발생 후 핼러윈 기간 동안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용산경찰서 정보과 정모 계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계장은 다른 직원에게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 PC에서 문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아 특수본에 입건된 후 수사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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