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연말 특사로 MB의 사면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도 국민통합이 배경이라는 뻔한 단서가 달렸다. 대한민국 정치역사에서는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대다수 국민들은 지난 3년간 계속된 팬데믹의 영향으로 올해도 곤고한 삶을 살아냈다. 그래도 세밑인데 이런저런 희망을 품으며 내년을 기약하고 싶지만, 2023년 경제는 더 어려워 질 거란 뉴스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도 사면됐으니, 뇌물 수수와 횡령 정도면 충분히 사면할 만한 것 아닌가 한다면 무슨 답을 해야 하나.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후진국 형 부패비리 잔혹사는 지긋지긋할 정도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4.19시민혁명으로 몰락하며 이국땅에서 망명자로 생을 마감했다. 1967년 권좌에 올라 무려 12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0.26사건으로 생을 마감했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12.12 정권찬탈의 핵심으로 퇴임 후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이뿐인가.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자식들 문제로,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기업관련 게이트가 터지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부녀 대통령으로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되며 임기 중에 직무가 정지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 현재 검찰 수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전 정권의 흑역사는 충분한 반면교사가 될 것인데, 왜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은 추호의 여지없이 불명예의 길을 걷는가.

얼마 전 대학교수들이 2022년 한 해를 정리하며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올해는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선정됐다고 한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말인데, “한두 살 먹은 어린아이에게 훈계하는 것도 아니고, 전 국민을 상대로 회초리를 드는 것인가”하면서도 쓴웃음이 지어진다.

맹자(孟子)와 그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맹자’ 진심 편에 보면 ‘사람의 부끄러워하는 마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맹자는 사람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되며,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진정 부끄러워할 것이 없게 된다고 말한다. 잘못하고도 그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못을 반복한다면 이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무릇 모든 인간이 부끄러움을 늘 경계하고 이를 통해 실수를 줄여야 사람다운 도(道)를 실천하는 것인데, 하물며 위정자의 위치에 선 사람들의 경우라면 어떠해야 할까. 그리고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이 현명하고 재능 있는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민생을 돌보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는 도덕성이 전제돼야 한다. 부패와 비리를 근절시켜 국가의 질서를 세워야하는 위치에 있는 자들이 섬겨야할 주인인 국민을 기만하고 위법한 자들과 한통속으로 위법행위를 조장하고 방조한다면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매국행위다. 시대의 지성을 대변한다는 대학교수들이 작년 말 꼽았던 사자성어가 기억나는가. 고양이와 쥐가 한패라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선진국이라는 배지를 단지도 사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우리나라 정치도 이제 퇴행적 행태를 일삼는 정치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새해에는 ‘정치 후진국’이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을 지울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