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전문의 설정 ‘새로구미’ 광고, 음주 미화·조장 지적도 받아
음주 중 수술하고 수술장에 소주 들고 들어가는 장면 등 수정
전문가 “주류광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큰 만큼 윤리 중요”
롯데칠성음료 “상상 속 캐릭터, 소비자 오인 요소로 보기 어려워”

간 전문의로 소개되는 새로구미 광고 [사진제공=롯데칠성주류 유튜브 캡처]
간 전문의로 소개되는 새로구미 광고 [사진제공=롯데칠성주류 유튜브 캡처]

【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의사 활용 주류 마케팅으로 식약처의 부당광고 지적을 받은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 광고가 앞서 보건복지부의 법 위반 통보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미호 의사가 소주를 마시다 수술에 나서는 장면 등을 표현한 대목 등에서 음주를 미화하고 조장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새로 소주의 유튜브 광고가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위반 통보를 받고 영상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해당 광고에 음주 미화 소지가 있어 소비자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는 1급 발암물질이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알코올 섭취, 즉 음주가 사회적으로 큰 폐해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주폐해예방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는 법률로도 정해져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8조의2 제2항에서는 주류광고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정해두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류의 품명·종류 및 특징 외에 경품 및 금품을 제공한다는 내용표시의 금지 ▲음주를 권장 또는 유도하거나, 임산부 또는 미성년자의 인물, 목소리 혹은 음주하는 행위의 묘사 금지 ▲운전이나 작업 중 음주하는 행위의 묘사 금지 ▲경고문구를 광고와 주류의 용기에 표기하여 광고할 것 ▲음주가 체력 또는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표현 등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표시 금지 등의 사항들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주류광고의 기준’ 3항에는 주류의 판매 촉진을 위해 광고 노래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상품명과 제조사 이름이 사용되거나 주류를 권장하는 노래 사용도 전면 금지된다. 

새로 소주 광고에서는 자체 제작한 노래가 삽입돼 해당 준수 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간 전문의로 설정된 구미호가 수술실에 술을 가지고 들어가는 장면과 혼자 술을 마시다 수술에 임하는 장면 등도 지적받았다.

이에 기존에 포함됐던 노래는 삭제됐으며 ‘새로구미가 종일 지니던 술을 수술실 한 편에 놓은 뒤’ 부분은 ‘새로구미는 새로를 수술실 밖에 두고 수술을 시작하는디’로 수정됐다. 또 ‘나뭇가지에서 혼술 후 수술하는 장면’은 ‘새로구미가 나무 위에서 혼술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환자의 수술 진행’으로 수정됐다. 

이와 관련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해당 광고는 음주 미화와 조장 등의 측면에서 상식적인 수준으로 봤을 때 소비자에게 유해한 광고로 판단됐다”며 “이에 노래 위반 시정 요청, 음주 미화, 작업 중 음주 등 법과 관련해 조치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해당 건을 들여다보게 된 계기는 유튜브 광고가 음주를 미화하고 조장한다는 소비자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이라며 “기관 모니터링 결과 위반항목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와 함께 심의 의견을 전달했고 롯데칠성이 그 부분에 대한 수정을 진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광고 수정이 소비자 민원으로 인해 이뤄졌던 만큼, 해당 유튜브 광고(소주 ‘새로’ 탄생 스토리)에서는 음주가 지나치게 미화돼 묘사된 점을 지적하는 다수 누리꾼들의 댓글이 발견됐다.

특히 “술 마시고 일한다는, 술 마시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 금지는 당연한 것”, “대놓고 음주 조장하네”, “간 전문의라면서 간을 망치는 술을 광고한다”, “마트에서 영상을 틀어놨는데 아이들이 넋 놓고 봐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린아이들이 (술에) 호기심 갖게 하는 요소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앞서 본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새로 소주의 의사 표방 마케팅을 식품표시광고법상 부당광고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9월 ‘처음처럼 새로’ 출시 이후 해당 제품의 캐릭터인 구미호 ‘새로구미’에게 ‘간 전문의’, ‘간담췌 전문의’ 등의 문구를 붙여 광고와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주류 광고 캐릭터인 ‘새로구미’의 직업이 간 전문의로 설정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현행 표시광고법에서는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이유로 의사가 등장해서 제품을 추천하거나 보증하는 방식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본보 취재를 통해서는 새로 소주의 광고가 식약처의 부당광고 지적을 받기 전에 이미 국민건강증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의견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주류광고가 국민건강증진법을 어겼을 경우에는 같은 법 제8조의2 제3항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광고 내용의 변경 등 시정을 요구하거나 금지를 명할 수 있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같은 법 제31조의2 제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보건복지부의 위반 통보 이후 광고를 자체 수정함에 따라 시정 명령은 부과되지 않았다.

당초 수술실 한켠에 소주를 둔다는 설정이었지만 위반 통보 이후 술을 수술실 밖에 둔다는 설정으로 교체된 모습 [사진제공=롯데칠성주류 유튜브 캡처]

롯데칠성음료 측은 보건복지부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광고를 수정했다면서도 ‘새로구미’ 캐릭터가 소비자에게 오인, 혼동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새로구미라는 캐릭터는 재미적 요소를 부여한 상상 속 동물 구미호로 이러한 캐릭터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오인, 혼동을 준다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해당 제품이 어떠한 기능성을 보증하는 것으로 표현했다고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음주 미화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당사는 이를 적극 반영해 콘텐츠 수정을 진행했다. 당사는 앞으로도 건전한 음주 문화를 추구하며 식품 등의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주류광고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윤리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해외에서는 국내에 비해 주류광고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주류광고 자체가 음주 욕구를 자극하고 음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며 “광고는 본래 상업성을 띠는 것이 맞지만 대중에게 미치는 이러한 영향들로 인해 윤리적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모임 이수현 실장도 “현행 법에서는 식품 광고에서 의사가 등장해 제품의 기능성을 보증하는 것 등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며 “주류광고의 경우 더욱 이런 윤리적인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음주가 조장되거나 미화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처에서는 현재 해당 광고의 부당광고 여부와 그 처분에 대해 면밀히 재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서 해당 광고에 대해 논의한 결과 법적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집행 부서에서는 일부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와 해당 사안의 부당광고 여부와 그 처분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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