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제품 그리움에 그림까지 그리는 소비자
“과자는 과거 추억 떠올리게 하는 향수로 작용”
재출시, 인기 끌 수 있지만 트렌드에 어긋날 수도

오리온 쵸코맛 사탕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의 그림들 [사진출저=숲숲이네 블로그, 맘카페 맘스홀릭 캡처]
오리온 쵸코맛 사탕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의 그림들 [사진출저=숲숲이네 블로그, 맘카페 맘스홀릭 캡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그리운 추억 속의 사탕, 제품 사진이라도 보고 싶어요”

오리온에서 선보였지만 현재는 단종된 제품인 ‘쵸코맛 사탕’ 이야기다. 근처 마트에만 가도 수십 가지의 사탕을 골라가며 살 수 있을 텐데 왜 유독 자취를 감춘 사탕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생활 속에서 궁금한 것을 문의하는 사이트인 네이버 지식인에는 2006년부터 2023년 1월 현재까지도 오리온 쵸코맛 사탕을 찾아 헤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오래 전 단종돼 실체 없이 기억에만 의존하다 보니 제품명도 정확치 않고 주관적인 추억과 설명이 주를 이룬다.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사탕인데 너무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사르르 녹는 초코맛에 감탄했다는 식이다. 공통점은 투명한 육각형의 사탕 속에 초콜릿 잼이 들어있다는 정도다.

달리는 답변 또한 항상 비슷하다. 예전에 오리온에서 나왔던 사탕인데 이제는 나오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인 이들은 개인 블로그에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리기도 한다. 사진도 없고 기억에만 존재하는 것이 답답해서다.

직접 제품을 그림을 그려 공유한 ‘숲숲이네 블로그’ 운영자는 “살다 보면 어렸을때 먹었던 간식들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며 “오리온 쵸코맛 사탕이 나에게는 그런 간식이다. 꼬꼬마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그 행복했던 시간들이 사탕 안에 투영돼 더욱더 그리워지는 맛”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색해 보면 60년대 과자고 뭐고 다 나오는데 이 제품은 광고도 한번 안탔던건지 아무리 검색해도 사진을 못 구해 이미지라도 구하고 싶다”며 “오리온에 이미지라도 보여줄 수 없냐고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본보 또한 오리온 측에 문의를 했지만 워낙 오래된 제품이라는 이유로 제품 사진이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블로그 글 말미에는 비슷한 느낌의 일제 사탕, 즉 대체품을 사먹어 봤지만 추억의 그 맛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설명도 담겼다.

해당 블로그에는 사탕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꾸준히 모여들고 있다. 검색하다 원하는 결과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그림이라도 구경하며 그리움을 공유하는 셈이다.

블로그 댓글에는 “저는 사탕을 먹지 않는 사람인데 어릴 적 달콤한 기억에 아직도 이 제품의 재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유년기에 마음껏 못 먹던 사탕, 이제는 돈도 있는데 단종돼 버렸다” “엄마 빽에서 훔쳐먹던 사탕, 엄마는 기억이 안 나신다고 한다”, “죽기 전에 꼭 다시 먹어보고 싶은 수많은 먹거리 중 단연 1위인 쵸코맛 사탕” 등의 의견들이 공감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고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는 제품이 당시 단종된 사유는 무엇일까.

오리온의 재출시 제품 태양의 맛 썬, 치킨팝, 와클 사진 [사진제공=오리온]
오리온의 재출시 제품 태양의 맛 썬, 치킨팝, 와클 사진 [사진제공=오리온]

과자 단종 사유 제각각…매출 부진부터 공장 화재까지

제과업계는 아는 맛의 이른바 ‘스테디 셀러’가 유독 인기를 끄는 업종이다. 실제 시중에서 잘 팔리는 과자들은 모두 출시 연도가 꽤 지나 익숙한 제품들이 많다.

지난해 8월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제과업계의 2021년 총 합산 매출 1위 제품은 470억7800만원을 기록한 농심 새우깡으로 확인됐다. 이어 2위 해태 홈런볼 407억7600만원, 3위는 오리온 포카칩 384억7100만원 순이다. 뒤이어 롯데 꼬깔콘, 오리온 꼬북칩, 해태 맛동산, 농심캘로그 프링글스, 오리온 오징어땅콩, 롯데 카스타드, 해태 에이스 순이었다. 2017년 출시된 꼬북칩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연혁이 오래된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대목에서 과자 단종의 사유를 찾아볼 수 있다.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의 생산 유지 비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를 부르기 때문이다.

단종의 가장 높은 사유는 단연 매출 부진이겠지만 모든 사례가 경제적 논리에만 기대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공장 화재로 생산 라인이 소실됐던 오리온의 ‘태양의 맛 썬’ 제품이 있다.

2016년 공장에 불이 나 자연스럽게 단종됐던 태양의 맛 썬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재출시 요청에 힘입어 2년 후인 2018년 4월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 소비자 요청으로 재출시된 제품인 만큼 초기부터 인기를 끌며 지난해에는 출시 3년여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94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제품의 상표권 문제나 재료 수급 문제 등도 단종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 돌연 사라지는 이유 중에는 상표권 문제가 얽혀 있어서 그런 경우도 종종 있다”며 “계약을 했다가 만료되면서 자연스레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재료를 이용해 생산하다가 수급이 어려워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만 먹는 제품인 만큼 어지간한 재료는 대체가 가능하기에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롯데제과에서 다시 선보였던 꼬깔콘과 해태제과 토마토마 [사진제공=롯데제과, 해태제과]
롯데제과에서 다시 선보였던 꼬깔콘과 해태제과 토마토마 [사진제공=롯데제과, 해태제과]

금의환향 재출시…개발비 적게 들지만 트렌드 변화는 ‘양날의 검’

식품업계에서는 태양의 맛 썬 경우처럼 소비자의 적극적인 요청 속에 부활하는 제품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오리온에서는 과거 단종됐던 ‘치킨팝’과 ‘배배’ 등의 과자를 다시 선보였다. 달콤하고 짭짤한 맛으로 유명한 ‘와클’을 15년 만에 재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제과에서는 2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꼬깔콘Ⅲ’의 재출시 제품인 ‘분홍 꼬깔콘’을 선보였던 바 있으며 해태제과는 얼음 알갱이와 토마토를 섞은 슬러시 아이스크림 ‘토마토마’를 되살려 냈다. 이는 지난 2005년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170억원을 돌파한 제품이지만 1년 만에 단종됐던 제품이다.

단종 제품의 재출시는 소비트렌드를 식품에 응용한 ‘모디슈머(Modisumer)’ 확산의 여파로도 볼 수 있다. 이는 Modify(수정하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제품을 향유하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실제 오리온도 와클의 재출시 사유로 소비자 요청을 꼽았다.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SNS·고객센터 등으로 와클을 다시 출시해달라는 소비자 요청이 150여 건 넘게 쇄도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단종된 제품의 재출시를 요구하는 이유로는 단연 추억을 꼽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과자는 과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로 작용한다. 이는 어릴 적부터 먹던 익숙한 맛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이에 따라 수많은 연구 개발비를 필요로 하는 신제품보다 기성 제품 과자의 매출이 월등히 높기에 제과업계 자체가 보수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종된 과자의 인기가 과거 제품을 체험했던 소비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유행이 돌고 돌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맛에 매력을 느끼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트렌드가 바뀐 점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과거 인기를 끌던 자극적인 맛이 현재 시점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들이 건강을 신경 쓰는 최근에는 제로슈거(무설탕) 제품이나 나트륨을 줄이고 단백질을 추가한 제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단종된 제품이 재출시된 경우 오랜만에 다시 먹어보니 맛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는 맛, 즉 추억의 맛과 대결하는 것이기에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며 “특히 저당, 저나트륨에 익숙해진 오늘날 자극적인 단짠 제품을 다시 내놓는다고 가정하면 최근 트렌드와는 대치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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