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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경제산업부】 올해 유통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맞이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경기 회복을 기대했지만 업계에서는 소비심리 악화라는 난관을 만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재료 수급난 등으로 인해 연초부터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등 경기 불황 속에서 가성비를 선호하는 이부터 프리미엄 상품에 관심을 두는 이까지 소비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대형마트의 매출 상황은 고꾸라진 반면 고급화와 명품을 내세운 백화점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또 폐업 선언했다가 기사회생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상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거나 근로지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소비자와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도 이어졌다. <투데이신문>은 올해 유통업계 10개 이슈를 선정해 화두로 떠오른 트렌드와 사건 사고들을 살펴봤다.

통계청 어운선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지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통계청 어운선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지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 러쉬

올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곡물 수급이 어려워지자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다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업체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라면과 우유, 과자 등 가공식품에서부터 커피,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외식 물가가 올랐다. 뿐만 아니라 식품업계에서는 연초 이미 한 차례 가격을 올렸던 업체들도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가 지속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다. 이에 정부가 최근 식품물가 안정을 위해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당분간 유통 부문의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시내 위치한 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 위치한 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엔데믹이 밀고 명품이 견인한 백화점 전성기

물가 인상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올해 백화점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빅3’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발판은 명품이 마련했다.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소비’ 효과가 이어지며 백화점 업계는 명품과 패션 분야를 강화했다.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신세계백화점이 19.3%, 현대백화점은 16.8% , 롯데백화점은 13.7%를 기록하는 등 모두 10%를 넘겼다.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0~21%대로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은 42~124%로 급증하며 백화점 업계는 견조한 실적을 자랑했다.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통치킨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한통치킨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형마트, 고물가에 ‘반값 치킨’ 마케팅 전쟁

올해 대형마트가 저렴한 치킨 상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6월 홈플러스에서 출시한 6990원짜리 ‘당당치킨’이 오프런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받았다. 특히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던 가운데, 반값 마케팅은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도 각각 ‘5분치킨’, ‘한통치킨’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다만 이러한 대형마트의 반값 마케팅은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미끼상품’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2010년 롯데마트에서 선보인 한 마리에 5000원 ‘통큰 치킨’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에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던 만큼 반값 마케팅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같은 대형마트의 반값 마케팅은 피자, 케이크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GS25 편의점에서 직원이 '원소주 스피릿'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GS25 편의점에서 직원이 '원소주 스피릿'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위스키‧프리미엄 소주에 빠진 MZ세대 소비자들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사이에서 위스키 등이 인기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최근 위스키 시장은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위스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 중 20‧30대의 비중이 34%로 높았다. 이는 지난 2019년(24%) 대비 10%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소주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이어졌다. 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원소주가 연일 완판행진을 이어가는 등 큰 인기를 구가했다. GS25가 지난 7월 원스피리츠와 손잡고 내놓은 원소주스피릿은 출시 1주일 만에 초도물량 20만병이 완판됐고 누적 판매량은 300만병을 넘어섰다. 젊은 층의 수요가 적었던 고가 주류들이 이제는 ‘힙’한 술로 재탄생했다. MZ세대는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고급 주종을 즐기려는 문화가 지속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점 1층 입구 [사진제공=뉴시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10년간의 족쇄 벗겨질까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 폐지’가 대구에서 첫걸음을 내딛었다. 본래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 대형마트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야간‧주말 노동에 시달리는 종사자들을 쉬게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유통시장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7월 대통령실이 주관한 규제 관련 국민제안투표에서도 폐지 대상 1위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뽑히기도 했다. 다만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지부진했던 제도 폐지의 움직임은 대구에서 처음 나타났다. 대구는 광역시 최초로 내년부터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서울 등 다른 지자체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확산될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 물티슈 [사진제공=LG생활건강]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 물티슈 [사진제공=LG생활건강]

소비자 안전 위협하는 유해물질 논란 여전

각종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부터 LG생활건강 물티슈까지 유통업계는 유해물질 검출로 진통을 앓았다. 스타벅스는 지난 여름 행사 상품으로 기획한 ‘서머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돼 상품을 회수하고, 공식 사과했다. LG생활건강 물티슈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유독 성분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 제품에서 살균 보존제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혼합물이 검출된 것을 적발해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다. 두 기업은 늑장 대응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행사 과정에서 폼알데히드 검출 사실을 알고도 제품을 증정했고 LG생활건강은 해당 사실을 홈페이지에 이틀 뒤, 언론에는 나흘 뒤에 알려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건의 여파와 저출산 등의 이유로 LG생활건강은 영유아 사업부문을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 [사진제공=뉴시스]

거듭되는 먹거리 이물질 논란, 재발 방지 약속 ‘공염불’

올해 프랜차이즈에서 이물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비자 신뢰도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식품 프랜차이즈 위생 관련 위반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맥도날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주권시민회는 맥도날드 이물질 사건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관련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 햄버거에서 4cm 길이의 민달팽이를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7번의 위생 논란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맥도날드에서는 위생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위생·품질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한 매장에서 판매한 햄버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지만 피해 소비자에게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보상금 20만원을 제시해 합의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푸르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푸르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푸르밀 급작스런 폐업 선포 후 기사회생

유업체 푸르밀은 폐업 선언을 했다가 기사회생했다. 앞서 푸르밀은 지난 10월 전사 메일을 통해 사업 종료와 정리 해고 통지문을 발송해 논란이 일었다. 푸르밀은 비피더스·검은콩우유·가나쵸코우유 등을 생산하는 가공유 업체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PB제품도 생산해 온 40년 역사의 전문기업이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LG생활건강과 SPC 등의 기업에게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되면서 사업 종료를 선언하게 됐다. 이에 직원들은 사측이 무능·무책임 경영으로 일관했다며 비난했고 푸르밀 대리점주와 회사에 원유를 공급해 온 농가들도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상경 집회를 벌이는 등 반발해왔다. 이에 회사 측은 노사 협상 끝에 이를 철회했다. 신동환 푸르밀 대표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흑자경영 달성을 위해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대전 현대아웃렛 화재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사진제공=뉴시스]
대전 현대아웃렛 화재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사진제공=뉴시스]

유통업계 중대재해법 1호 적용되나…연이은 노동자 사고

올해는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는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9월 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10월 15일에는 SPC그룹 계열 SPL 공장에서 20대 근로자의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같은 달 23일엔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손 끼임 사고를 당했다.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안전 경영 대책을 발표했지만 불매운동을 피할 수 없었다. 11월에는 농심 부산공장에서도 20대 근로자가 끼임 사고를 당했다. 이런 산업재해 사고들을 예방하고자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법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해당 법은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이거나 공사 금액이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 등 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인정되면 유통업계 첫 사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두부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두부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38년 만에 유통기한 사라지고, 소비기한으로 변경

내년부터 식품 포장 등에서 ‘유통기한’이 사라지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지난 1985년 ‘유통기한’이 도입된 이후 38년 만에 식품에 표시되는 기한이 변하는 것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기업에서도 막바지 준비작업이 분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지난 1일 소비기한 참고값 등을 수록한 ‘식품유형별 소비기한 설정 보고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소비기한의 경우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법을 준수할 시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의미한다. 그렇다 보니 소비기한은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뜻하는 유통기한보다 더 길게 설정된다. 대표적으로 두부는 기존 유통기한 17일에서 23일로 바뀌며, 햄은 유통기한 38일에서 소비기한 57일로 변경된다. 소비기한이 설정된 식품은 오는 2025년까지 2000여 개 품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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