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br>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공공요금 줄인상에 따른 고물가 공습에 새해를 맞는 마음이 무겁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은 서울지역 체감기온이 영하 27도까지 내려가며 올겨울 최강 한파를 실감케 했다. 설 민심도 크게 올라버린 난방비에 부정적 여론이 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도시가스 사용량은 늘지 않았는데 난방비는 두 배가 올랐다며 원성이 빗발쳤다. 도시가스 요금 인상의 주요인은 급등한 LNG가격 때문이다. 장기전 양상으로 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수급 불균형으로 도시가스 원료인 LNG가격이 작년 40% 급등했고, 국내 가스 요금도 38% 올랐다. 올해도 2분기부터 추가적인 요금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2분기 이후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최대 10.4원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일 킬로와트시(kWh) 당 13.1원, 전 분기 대비 9.5% 오른 전기요금도 2분기부터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정부가 올해 전기요금 적정 인상액으로 킬로와트시 당 51.6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요금 조정의 명분은 작년 30조 원 적자에 올해 20조 원이 추가 누적될 것으로 보이는 한전의 적자규모 정상화다.

상하수도 요금도 인상된다. 이달 가정용 상하수도 요금을 인상한 서울시에 이어 인천과 울산, 대전, 세종 등도 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다.

이뿐인가. 내달부터는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다. 기본요금 거리도 현재 2㎞에서 1.6㎞로 단축되고, 거리당 요금과 시간당 요금, 할증 요금도 모두 인상된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 역시 400원 안팎에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인상을 목표로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에 설 민심이 흉흉해지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기가스 요금 폭등으로 민심이 동요하자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물론 전임 정부의 탈 원전, 공공요금 억제 정책이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적자를 기형적으로 키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 한파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기습적으로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우선, 급등한 물가를 잡기위해 초유의 5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상황에서 전방위적 공공요금 인상 카드는 자칫 생활물가를 자극해 통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공산이 크다. 또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와 종부세를 인하하면서 공공요금 인상을 밀어붙이는 것은 누가 봐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자극적인 야당의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고강도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대출이자 압박에 망연자실 상태인 서민들에게 공공요금 인상 폭탄은 절망일 수밖에 없다.

한은 총재도 인정했듯이 국내 통화정책은 상당부분 미국의 방향성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은 올 상반기 내지는 연내 FED(미연방준비제도)의 피봇(Pivot)을 기대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고강도의 긴축 흐름은 머지않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우리 통화당국도 이러한 국제시장의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전에 없던 단기간의 급격한 통화긴축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굳이 지금 공공요금을 일제히 인상해야 할까. 서비스 단가가 올랐으니 요금을 인상해야한다는 발상은 기업의 논리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재정을 기업의 논리로 집행하지 않는다.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하는 공공요금 인상은 자칫 민심 이반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기재부는 경제안정화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부터 다시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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