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이기순 차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성가족부 이기순 차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등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여성가족부가 검토를 예고한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법무부, 여권이 반대하자 반나절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지난 26일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를 통해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비동의 간음죄’는 현행법상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 및 협박과 같은 유형력 행사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 같은 행위 없이 동의 없는 성관계만으로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여가부는 법무부와 협력해 해당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들어 법무부가 여가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법무부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법무부는 이번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된 소위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고 공지했다.

이어 “이는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라며 “성폭력범죄 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반대 취지의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여가부 발표에 대해 여권에서도 강한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반대한다”며 “이 법이 도입되면 합의한 관계였음에도, 상대방의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도 있으며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만을 범죄 성립의 구성요건으로 할 경우 이를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결정 등에 따르면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최대한 자제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권 의원은 비동의 간음죄는 성관계 시 성인남녀를 ‘예’, ‘아니오’라는 의사표시도 제대로 못 하는 미성숙한 존재로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와 같은 일부 정치인의 왜곡된 훈육 의식이야말로 남녀갈등을 과열시킨 주범”이라며 “이번 발표를 통해 여가부는 정부 부처가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원인을 제공하는 등 폐지의 명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대의견이 제시되자, 여가부는 발표 9시간 만인 이날 오후 기자단을 통해 발표 내용을 뒤집었다. 여가부는 “제3차 기본계획에 포함된 비동의 간음죄 개정 검토와 관련해 정부는 개정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과제는 지난 2015년 제1차 양성평등 기본계획부터 포함돼 논의돼 온 과제로, 윤석열 정부에서 새롭게 검토되거나 추진되는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가부가 발표한 제3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에는 비동의 간음죄 외에 △성별 임금격차 해소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심화한 돌봄부담 완화 △5대 폭력 근절을 위한 과제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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