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거액 성과급 지급해
“호실적 거둔 정유사, 경제위기 극복 동참해야”
업계는 당혹…“언제 리스크 불거질지 모르는데”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유사들이 고유가와 정제마진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가운데,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과 석유제품 도매가 공개 논의가 여물어가고 있다. 각 회사별로 높은 성과급까지 확정짓자 경제위기를 틈탄 과도한 이익추구를 경계하는 여론이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회사들은 2년 연속 호실적이 예고되며 높은 성과급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월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며 GS칼텍스는 이달 임직원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기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타 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이 책정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조7770억원으로 2021년 동기 대비 226% 상승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에는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4조30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21년 동기 대비 186% 올랐다. GS칼텍스는 2021년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1000%로 정한 바 있다.

같은 시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각각 4조6822억원, 3조56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약간 주춤할 전망이나 직전 수준(SK이노베이션 기본급의 1000%, 에쓰오일 기본급의 1400%) 이상의 성과급 지급도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성과급 잔치는 최근 ‘난방비 폭탄’ 충격과 대비되면서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거두고 최근 감세 혜택까지 누리는 초거대 기업들이 위기 극복과 국민 고통에 동참할 길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횡재세든 연대 기여금이든 여러 해법을 국회와 기업이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횡재세란 기업의 영업이익이 최근년간의 평균수치를 상당부문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해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과 양경숙 의원이 지난해 8월과 12월에 각각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 등에 횡재세 도입이 반영돼 있다. 해외에서는 영국,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서 횡재세가 시행 중이다.

한편, 정부는 횡재세 도입 논의와 별개로 정유사별 석유제품 가격의 공개 범위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화를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각 정유사가 지역별로 판매한 석유제품 가격 및 판매량을 공개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행 석유사업법상 가격공개 범위는 전체 내수 판매량의 평균 판매가격만 대상으로 해 개별 대리점과 주유소는 자신이 공급받는 석유제품 가격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부는 해당 시행령이 개정되면 국내 석유시장 내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횡재세 도입과 도매가 확대 공개 등의 논의가 재점화되는 분위기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얘기했지만 국내 정유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사업구조가 다르다. 국내 정유사들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절반 이상이다”라면서 “내수에서 폭리를 취한 것도 아닌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정유사들은 앞서 2020년에는 막대한 적자를 보기도 했다. 언제 리스크가 불거질지 모르는데 조세정의와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석유사업법을 보면 정유사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석유제품 가격을 공개하는 것으로 명시됐다. 이미 전체 평균가격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면 정유사들이 서로의 마케팅 전략을 알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가격이 공개되면 결과적으로 가격이 상향동조화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있다”라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6일 국무조정실에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국무총리실 규제심사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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