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외식‧화장품 업계 회복세
코로나 초기 수요 폭발한 마스크, 현재 업계 ‘울상’
마스크 착용 필수 분위기 여전…“상황 더 지켜봐야”

서울시내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색조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내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색조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실외에 이어 지난달 말 실내까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업종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면적인 ‘노(No)마스크’ 시행으로 외식‧주류‧화장품 등의 업계에서는 활기가 도는 분위기다. 반면 마스크 제조업은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집콕’ 특수를 누렸던 가전생활가구 업계를 비롯,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부문 등도 성장세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병원, 요양시설, 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3년 만에 본격적인 일상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초기, 수요가 크게 줄어 암흑기를 맞이했던 화장품, 요식업 등 유통전반과 숙박, 항공 같은 여행 부문의 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특히 대인관계 만남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색조 화장품의 매출이 급상승했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유통하는 색조화장품 아워글래스의 올해 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일 전후 5일간 매출은 149%까지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지난달 24일~29일 동안 화장품 매출 신장률이 전체 27.4%, 색조 화장품은 47.7% 상승했다.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도 화장품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GS샵 온라인몰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색조 메이크업 화장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립 라인 제품이 전년 대비 604%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롯데온도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화장품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그중 색조 메이크업 제품 매출은 40%,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은 80%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식·주류업계 또한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사적모임‧다중이용시설 제한, 식당‧술집 영업시간 단축 등의 방역지침으로 인해 외식업계에서는 매출 절벽 위기를 겪었다.

이번 마스크 해제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외부 활동 인구가 늘어나 식당·술집에 머무는 고객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4월 거리두기가 종료된 다음달, 국내 외식업 매출이 11조474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7%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이 같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숙박‧여행‧레저 등의 업계에서도 이번 노마스크 정책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데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숙박 플랫폼 ‘야놀자’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80만명으로, 전월 대비 10%가량 늘었다. 동종업계인 ‘여기어때’에서도 지난해 12월 MAU가 332만명으로 한 달 만에 10%가 증가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된 지난달 30일 오전 광주 도심 대형마트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된 지난달 30일 오전 광주 도심 대형마트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장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성장했던 일부 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스크 제조업계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때만 해도 마스크는 필수 생활 아이템으로 급부상하면서 품귀현상, 대란 등을 일으켰다. 당시 정부에서도 마스크 공급에 개입해 출생 연도에 따라 구매 요일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 해제에 따른 매출 절벽이 예상되면서 제조업체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스크 제조업체의 수는 지난 2020년 1월 137개소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지난해 3월 기준 1595개소까지 급증했다. 

이중에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판로 개척을 돕겠다는 정부의 말을 듣고 사업에 뛰어든 영세·중소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시장 축소에 따른 연착륙을 위한 지원도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집콕 문화의 확산으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가전생활가구 업계의 성장세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주요 유통업계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가전‧문화(-1.2%p)와 생활‧가정(-0.8%p) 등의 매출 비중은 하락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보면 가전‧전자는 -5.3%p, 생활‧가구는 -16.9%p 감소해 하락폭이 더욱 높았다. 생활‧가구 부문의 경우 바깥보다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 늘어나며 실내 인테리어 수요 증가의 수혜를 입었지만, 엔데믹과 함께 집콕 특수도 마무리 되는 모습이다.   

외부활동 증가에 따른 OTT 시장 위축도 다수의 전문가들이 반복해 지적해왔던 지점이다. 지난해 5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펴낸 ‘세대별 OTT 서비스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OTT 이용률은 2019년 41.0%에서 코로나19가 활발했던 2020년에는 72.2%, 2021년 81.7%로 급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모바일인데스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주요 OTT 플랫폼 7개(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시즌·왓챠)의 모바일 사용자 수는 2686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해 1월 3026만명과 비교해 약 340만명의 회원이 감소한 수준이다. 

OTT 시장은 최근 ‘더글로리’, ‘SNL코리아’ 등의 콘텐츠 흥행에 힘입어 가입자수 증가 추세로 전환됐지만, 올해 1월 총 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약 2911만명으로 지난해 1월 약 2849만명 대비 60만명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다만 산업계 관계자들은 마스크 해제에 따른 파급효과가 어떤 방향으로 현실화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했다. 실제 유한킴벌리가 지난달 말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조사를 살펴보면, 마스크 착용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여전히 67%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개인의 건강과 이웃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에티켓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용도 또한 알러지 대비, 환절기, 황사·미세먼지 대비, 패션용, 차외선 차단 등 일상용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마스크 착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아직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가시적인 변화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이미 지난해 말무렵부터 소비 심리가 더 이상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위축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인해 현 정책이 한국 전체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는지는 더 지켜봐야 되는 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