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공장 ‘4조2교대’ 시범 운영하기로
근무일 줄어들지만 12시간 연속 근무 부담도

SK이노베이션 노사 관계자들이 9일 서울시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2023년도 임금교섭 조인식에 참석해 노사 합의서에 서명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노사 관계자들이 9일 서울시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2023년도 임금교섭 조인식에 참석해 노사 합의서에 서명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석유화학업계에서 오랫동안 유지됐던 4조3교대 근무체계가 점차 4조2교대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나 노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9일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서울시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2023년도 임금교섭 조인식을 갖고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울산CLX의 근무체계를 4조2교대로 전면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1962년 회사 창립 이래 61년만에 일어난 변화다. 

SK 울산CLX는 4조2교대 체제로 전환하면서 1일 근무시간이 기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게 됐다. 대신 이틀을 집중해 근무한 뒤 이틀을 연이어 쉴 수 있어 충분한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기존 4조3교대는 1일 8시간씩 사흘 연속 근무한 뒤 하루를 쉬는 구조로 공정 특성상 근무일 동안 주야간 근무가 섞이는 형태였다.

SK이노베이션은 4조2교대제를 시범운영해본 결과 ▲구성원 업무 몰입도 향상 ▲생체리듬 안정화를 통한 건강 증진 ▲일과 삶의 균형 확보가 이뤄졌다고 봤다. 특히, ‘워라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구성원들이 근무체계 변경을 선호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임금 협상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동한 원칙을 7년째 지키며 올해 임금 인상률을 5.1%로 결정했다. 이같은 임금인상률 결정 모델은 노사 간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해 선진 노사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나온 잠정합의안에 대해 전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지난 7일 진행된 투표 결과, 투표율 96.09%, 찬성률 96.75%로 회사 임협 찬반투표 사상 투표율과 찬성률 모두 최고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박율희 노조위원장은 “4조2교대제 정식 도입을 통해 삶의 질 향상과 함께 더욱 단단한 상생의 노사관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은 “노사가 힘을 합쳐 최고의 노사문화를 만들어 온 것처럼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선진 노사문화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임협 결과를 반겼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8일 단독보도를 통해 LG화학도 4조2교대 시범 운영에 나선다고 전했다. LG화학은 아직 노사간 합의되진 않았으나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근무방식을 전환하는 파일럿 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4조2교대를 운영했을 때 원활하게 업무가 진행되는지 확인하고자 파일럿 운영을 하려고 한다”라며 “구성원의 요구가 있어 일단 시범운영을 하면서 이를 도입할지 말지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귀띔했다. 파일럿 운영은 연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석화업계에 4조2교대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지난 2021년으로 에쓰오일이 최초로 정식 도입했다. 에쓰오일은 2020년 12월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2021년 1월 1일부터 근무체계 변경을 확정했다. 

에쓰오일 노사는 앞서 2018년 임단협에서 4조2교대 시범 시행을 합의한 이후 45차례를 교섭한 끝에 정식 도입에 합의했다. 이를 통해 1일 근무시간은 늘었으나 휴무일은 연간 180일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석화업계에서 4조2교대 전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지만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4조2교대로 근무일이 줄어들며 여가계획을 세우기 유리한 면도 있으나 12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 누적과 잦은 야간근무가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노조는 최근 4조2교대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나 의견이 갈려 결론을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노조에서 자체적으로 설문조사 진행했는데 성원이 충족되지 않아 드랍됐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근무체계 변경에 대해)논의되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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