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 어머니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4주기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에 피켓을 들고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 김용균씨 어머니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4주기 추모기간 선포 기자회견에 피켓을 들고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고(故) 김용균(당시 24세)씨 사망사고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이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는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이하 서부발전) 사장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사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무죄 선고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서부발전은 안전보건관리 계획 수립과 작업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발전본부에 위임했고, 본부 내 설비와 작업환경까지 점검할 주의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주의 의무를 인정하려면 현장 운전원의 점검 업무가 위험하다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운전원 작업방식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컨베이어 벨트에 대한 방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피고인들이 점검구 개방 등 구체적인 작업 방식을 알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컨베이어벨트 아이들러(롤러) 점검 과정에서 점검구 내부로 신체 일부를 집어넣어 협착 사고로 숨진 사실은 인정된다”며 “다만 낙탄을 치우거나 삽을 사용한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 등으로 볼 때 탄처리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낙탄 제거 작업은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중지하고 실시하는 것이 맞지만, 피해자는 사고 당시 아이들러 설비를 점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운전 상태에서만 점검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컨베이어 벨트 외함 밖에 설치된 풀 코드스위치(사고가 발생할 시 비상 정지하도록 한 장치)가 불량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2월 진행된 1심에서도 재판부는 서부발전 전 사장이 김씨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 및 하청업체와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 무죄를 선고 한 바 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하청회사 대표 백남호 한국발전기술 전 사장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원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700만원이 내려진 태안발전본부 직원 2명과 벌금 1000만원을 받은 한국서부발전 법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나머지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9명에게도 1심과 같거나 그보다 낮은 형이 내려졌다.

한국발전기술 법인은 원심 벌금 1500만원 대비 낮은 벌금 1200만원이 선고됐다.

이날 재판 결과가 나오자, 김용균 재단은 곧바로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고 결과에 반발했다.

이들은 “오늘 재판 결과는 1심 선고보다도 더 충격적인 판결”이라며 “김용균의 죽음과 수많은 김용균들의 죽음을 통해서도 개선하고 바꿀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현실을 바꿀 수 있냐”고 꼬집었다. 더불어 검찰에 대법원에 상고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태안화력에서 근무하던 김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 20분경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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