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오는 대학 새 학기에…설렘보다 걱정 앞서
치솟은 월세 감당 버거운 대학생…아르바이트 늘려
현실이 된 ‘난방비 폭탄’…대학생 생계 부담 가중 돼
대중교통 요금↑…“마치 사형선고 처럼 느껴진다”

한산한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가 원룸촌 ⓒ투데이신문
한산한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가 원룸촌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3월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로 인해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면 수업재개로 대학가 원룸 수요가 급증하자 월세가 오르면서 대학생들의 월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동시에 최근 난방비 인상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생하면서 대학생들의 고충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 가벼운 대학생들이 저렴하게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숙사 입사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청년월세 지원사업이지만 이마저도 ‘바늘구멍’이라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김씨가 거주하는 옥탑방. 월세를 아끼기 위해 김씨가 선택한 곳은 보증금 500만원 월세 55만원 옥탑방이다.
김씨가 거주하는 옥탑방. 월세를 아끼기 위해 김씨가 선택한 곳은 보증금 500만원 월세 55만원 옥탑방이다.

월세감당 어려운 대학생…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몰두

“개강이 더 이상 설레지가 않아요. 학업을 따라가기도 벅찬데 월세를 충당할 아르바이트에 시달릴 생각 하니 벌써부터 겁이 나네요”

서울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생 김모(22)씨는 학업보다 아르바이트가 우선이 된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부산에서 상경한 김씨는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본인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월세를 지원받기가 죄송스럽기 때문이다.

대학로 곳곳에는 ‘월세’, ‘하숙’ 표시가 붙은 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가 원룸 시장은 여름·겨울 방학 기간에 가격이 상승하고, 학기 중에 하락하는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나날이 오르는 물가로 인해 재학생들에겐 방학기간과 학기 중 차이가 체감되지 않는다.

지난 21일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등록된 서울지역 전용 33㎡ 이하 원룸 매물 약 110만 개의 월세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월세 평균은 2021년 동월 대비 △고려대 주변 7만원 △서울대 주변 6만6000원 △연세대 주변 7만2000원 등이 올랐다. 보통 대학가 평균 월세가 50만원 언저리였던 걸 고려했을 때, 약 10% 이상 오른 셈이다.

특히 대학가에 위치한 서울 원룸 중 가장 비싼 지역은 홍대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10월 기준 연중 최저가격 51만원으로 월세가 가장 낮았던 서울대, 중앙대와 비교했을 때 약 15만원 차이가 났다. 

대학가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로 인해 월세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상승하게 된 것 같다”며 “전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많이 찾는 추세”라고 전했다.

류씨가 받은 난방비 고지서  ⓒ투데이신문
류씨가 받은 난방비 고지서  ⓒ투데이신문

고지서 보고 놀란 대학생들…아끼고, 또 아낀다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난방비 폭탄에 대해 주의를 줬는데, 실제로 고지서를 받아보니 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난방을 제대로 켜지도 않고 항상 외출모드로 맞춰놓고 살았는데 10만원이 나왔네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대학생들은 뾰족한 묘수 없이 고스란히 난방비 폭탄을 감내하고 있다. 꽃샘추위로 아직 날씨가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류모(25)씨의 방안에는 냉기만 흘렀다. 말로만 듣던 ‘난방비 폭탄’을 맞은 이후로 별도의 난방 없이 두꺼운 잠옷과 수면양말로 버티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생들이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은 단열이 잘 이뤄지지 않고, 외풍이 심한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원룸 등으로 구성돼 역설적으로 난방비가 더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류씨는 월세도 버거운데, 다음 달 날아들 고지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겁이 난다고 전했다. 한파로 이번달 난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다음 달 고지되는 난방비는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9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구체적으로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29.5% 상승했고, 이는 1981년 1월(36.6%) 이후 42년 만의 최고치다. 도시가스의 경우 지난해 10∼12월 상승률과 동률을 이뤄 36.2% 상승했다.

이런 고물가 속 대학생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대학생들은 휴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류씨는 “취업 전까지 부모님에게 지원받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며 “개강이 코 앞임에도 불구하고 휴학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서 시내버스가 오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도심에서 시내버스가 오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중교통’ 너마저…묶여버린 대학생들의 발

이렇듯 공공요금 등 물가 인상 영향이 20대 청년층을 강타하는 가운데,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예고돼 대학생들은 삼중고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 특히 김씨의 경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교통비는 줄이려야 줄일 수 없는 고정비용이다.

현재 교통카드 기준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1250원, 시내버스는 1200원으로 형성돼 있다. 서울시는 이르면 오는 4월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400원가량 올릴 예정이다. 약 8년 만에 이뤄진 요금 인상이다.

지난 9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의 대학생 7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676명)가 인상되는 교통비가 ‘비싸다’고 답변했다. ‘적정하다’는 응답은 4.6%(33명)에 그쳤다. ‘교통비 인상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84.2%(655명)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

해당 조사에서 대학생들은 한 달 평균 9만6000원을 교통비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서울시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지원해 교통비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10명 중 9명꼴이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요즘 안 오르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취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조금이나마 숨 쉴 틈이 생기겠지만,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학생에겐 이번 교통비 인상이 사형선고처럼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모(26)씨도 이에 동감했다. 박씨는 “겉으로 보기엔 대중교통 요금이 몇백 원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쌓이면 학생들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더 이상 아낄 구멍도 없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절약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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