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내수시장 기반 안정적 경제성장 지속
제조업 육성·해외기업 유치 등 생산역량 증진
‘인프라·규제’ 약점…비즈니스 환경 개선 진행

지금까지 중국은 생산 기지로든, 소비 시장으로든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입지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콘텐츠 분야의 경우 소위 ‘한한령’과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시장의 문이 굳게 닫힌 지 오래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른 생산인력 이탈과 경제성장 둔화, 미국과의 분쟁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IT업계를 중심으로 ‘탈중국’ 기조가 관측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시장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동 지역에서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해외 기업들에게 손짓하는 형국이다. 

<투데이신문>은 최근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진출을 꾀하거나 실제로 발을 내딛고 있는 글로벌 3개 권역(동남아, 인도, 중동)을 분석, 기업들의 현지 안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인도의 상징적인 건축물 타지마할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인도의 상징적인 건축물 타지마할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탈중국 흐름 속에서 인도는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 중인 나라다. 세계 최대 인구에서 비롯된 초거대 내수시장과 젊고 혁신적인 노동력 등 생산 거점으로서의 강점을 충분히 갖췄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6~7%대의 고성장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투자 및 진출기업에 대해 막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에게 우호적인 환경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올해 제조업 성장에 초점을 맞춰 정부 지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제조기업들에게도 주목할 만한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인도에서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자제품 외에도 반도체, 군수산업 등의 분야에서 떠오르는 제조 허브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 세계 공업 생산량의 1/4을 차지했던 무굴 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인프라와 법제 측면 등이 해외 기업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교통, 통신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비롯해 노동 유연성 확보와 콘텐츠 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인도 정부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관찰하는 가운데 진출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 견고한 성장세

지난해 세계경제는 격랑의 시기를 맞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폭등, 고금리, 미-중 무역분쟁 등 각종 악재들이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여전히 고성장 전망이 지배적인 모습이다. S&P는 지난해 11월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7.0%로 전망했으며, 세계은행도 지난해 12월 인도의 2022-2023년 경제성장률을 6.5%에서 6.9%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 스탠리는 인도 경제가 향후 10년간 세계 5위권의 고성장을 이루고, 2032년까지 세계 3위권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14억명 규모의 초거대 내수 시장이 인도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인도 역시 글로벌 고금리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견고한 내수 시장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충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는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민간소비 및 투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승용차 판매도 호조를 보이는 등 내수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출시를 앞두고 세계 주요 도시에 체험 매장을 열었는데, 인도 뉴델리도 그 중 하나였다. 사진은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찾은 뉴델리 시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장면.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출시를 앞두고 세계 주요 도시에 체험 매장을 열었는데, 인도 뉴델리도 그 중 하나였다. 사진은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를 찾은 뉴델리 시민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장면. [사진 제공=삼성전자]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1년 기준 인도의 소비시장에 대해 1조6000억~1조7000억달러 규모로, GDP의 약 70%가 국내 민간 소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또한 인구의 2/3 가량이 35세 미만인 젊은 인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가 적어 소비 자체가 본인들과 자녀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소비 시장의 고도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착안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KOTRA 김동규 뱅갈루루무역관장은 한국경제 기고를 통해 최근 인도 소비시장의 동향으로 ▲온라인화 ▲고급화 ▲한류 확산을 들었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30%인 약 4억2000만명이 전체 소득의 95%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000달러 수준이다. 경제성장의 과실 대부분을 가져가는 이들이 바로 여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로, 상위 자산가들의 소비가 인도의 고급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사용인구 7억명, 휴대폰 등록 대수 15억대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IT 강국 중 한 곳으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며 은행 거래나 마트 결제 등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성장의 과실을 누려온 상위 30%의 생활수준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고급 제품과 서비스, 명품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한류 팬덤이 형성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김 관장은 인도의 ‘여유로운 소비층’이 가진 이 같은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경쟁력 있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위해 품질 및 브랜드 고급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글로벌 공장’으로 부상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함에 따라, 인도는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애플이 아이폰14의 일부 물량을 인도에서 조립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주요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이나, 애플의 협력사인 폭스콘에서 인도 현지 인력을 2년 내에 4배로 증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JP모건은 오는 2025년까지 아이폰 생산 물량의 25%를 인도에서 제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인도를 스마트폰 생산기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갤럭시 Z폴드·Z플립 등 폴더블 스마트폰 차기작을 초도 물량부터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및 베트남에서 초도 물량을 만든 뒤 생산공정이 안정화되면 인도로 일부 이전하는 방식을 취해왔던 터라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해당 분량은 현지 판매용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같은 생산 방식 변화에 대해 인도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 14를 공개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일부 물량을 인도에서 조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애플]
애플은 지난해 9월 아이폰 14를 공개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일부 물량을 인도에서 조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애플]

실제로 지난 3년간 인도 FDI(외국인 직접투자) 중 66%가 전자제품 생산이었다. 2014년 인도에서 사용되는 핸드폰의 92%가 수입산이었지만, 현재 97%가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전자제품 수출도 2014년 0루피에서 현재 7000억루피(88억달러)까지 늘었다. 지난해 11월 인도산업연합(CII)와 EY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인도의 FDI 유입액은 47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도 소재 다국적 기업의 71%가 인도를 글로벌 확장 주요 거점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인도 내 주요 진출거점으로는 ▲뉴델리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 수도권 ▲뭄바이, 푸네 등 서부 마하라쉬트라 주 ▲뱅갈루루가 위치한 중서부 카르나타카 주 ▲중동부 안드라프라데시 주 ▲ 남부 타밀 나두 주 등 5곳이 꼽힌다. 수도권은 2500만명 규모의 인구를 자랑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 GS건설 등이 진출해 있다. 마하라쉬트라 주는 금융 및 해상물류의 중심지로 LG전자와 효성, 오토젠 등이 진출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르나타카 주는 ICT, R&D, 스타트업 등 연구개발 기능이 발달한 곳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R&D센터가 이곳에 설치돼 있으며, 현지 기업 투자를 통해 인도 게임시장 개척에 나선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도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미래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분야가 발달한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주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 기업 유치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안드라프라데시 주와 타밀 나두 주에도 각각 기아자동차와 서연이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하지만 ‘세계의 공장’을 꿈꾸는 인도에게도 넘어야 할 산은 존재한다. 물류비용이 높고 교통, 통신 등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아직 열악한 수준인데다, 노동법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유연하지 않은지라 제조단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프라 부족이 해외 기업들의 진출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 정부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Make in India, Make for the Globe’라는 구호 하에 제조업 육성 정책을 실시하며 해외 기업들의 유입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8년간 법인세를 단순화하고 외국인 투자 100% 개방을 추진했다. 또한 29개의 노동법을 4개로 조정하고 3만3000여개의 규제를 철폐하는 등의 노력을 했으며 물류, 전기공급, 용수공급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교통운송 인프라 설립을 위해 22-23 회계연도에 3조5185억루피를 배정했으며, 국가항만정책, 통합 물류 인터페이스 플랫폼 구축 등 인프라 체계 효율화도 진행 중이며, 특별경제구역 정책을 통해 기업들에게 입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PLI(Product Linked Incentive) 정책을 통해 화학, 철강, 통신기기 등 총 15개 부문에 걸쳐 총 304억2000만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향후 IT하드웨어, 섬유, 태양광 모듈, 완구 등으로 확장하는 PLI 2.0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 주도의 산업 발전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정부의 인센티브가 해외 기업들의 진출 동기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제거될 시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 제공=뉴시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 제공=뉴시스]

중앙 정부 중심의 이러한 산업 부양책은 갑작스러운 규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 중단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국과의 국경분쟁 이후 인도 국방부는 중국 관련 앱에 대한 접속 차단을 요구했는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 산하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에서 개발했다는 이유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크래프톤 측은 텐센트 측의 퍼블리싱권을 회수하고 미성년자 사용제한 등 재정비를 거쳐 ‘BGMI(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로 재출시했지만, 지난해 7월 현지 앱마켓에서 재차 퇴출됐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련업계에서는 인도 정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인구수와 청년층이 발달한 인구구조로 인해 두터운 소비자 및 노동력을 보유한 인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아직 각종 인프라가 열악하고 외국인 생활환경도 우수하지 못하지만, 잠재력 높은 내수시장과 정부 정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출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KOTRA 남기훈 뱅갈루루무역관은 “인도는 글로벌 7위 FDI 유입국으로 세계적으로 아시아의 주요 투자 대상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미 우리나라의 완성차 및 전기·전자 대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생산 및 R&D 거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며 “투자유치 활성화 및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도 정부의 노력과 신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대한 산업 분야의 관심이 맞물려 인도의 진출 여건이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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