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DP 1만 달러에 직면한 ‘고령화사회’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中경제성장률 걸림돌”
지속되는 PPI 하락세...디플레이션 전조현상
韓 구조적 리스크...높은 對중국 수출의존도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실제 지난 2021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을 확인했다. 본격적인 인구감소는 수요 감소와 물가하락으로 이어져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의 생산성 저하로 경제성장률에 대한 하락 압력을 가중시킨다. 이미 IMF(국제통화기금)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일본보다 낮은 1.7%를 전망했다. 디플레이션 공포는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경제시스템에 치명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온 만큼 <투데이신문>은 향후 인구감소에 따른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짚어보고 전문가를 통한 대응 방안 논의까지 확장해보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경제학자들은 경제 활동 연령대인 생산가능인구가 경제 성장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경제 발전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제 성장은 인구배당효과에 기인한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인구가 마오쩌둥이 이끈 대약진운동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를 시작했다. 유엔(UN)이 예측한 인구 정점 도달 시점인 2031년보다 9년이나 빠른 감소세다. 

장기적인 인구 감소는 경제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변화라는 점에서 양적완화와 같은 단기적인 정책으로 통제할 수 없다. 이른바 ‘회색코뿔소’가 오고 있는 것이다. 회색코뿔소는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한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 부진 시그널도 지속돼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곧 중국 경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인구수 추이 [사진출처=PopulationPyramid]
중국 인구수 추이 [사진출처=PopulationPyramid]

빠르게 늙어가는 중국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인구가 14억1175만명으로 전년 대비 85만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경제 침체와 고용불안으로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큰 젊은 층의 출산 기피 현상 심화가 인구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1년 약 70%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줄어들다 지난해 62%까지 내려왔다. 생산가능인구는 잠재 경제성장률의 중요 요인이다.

옥스퍼드대학 조지 매그너스 중국센터 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향후 노동 투입 감소가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기준 중국 인구 피라미드 [사진출처=PopulationPyramid]
2023년 기준 중국 인구 피라미드 [사진출처=PopulationPyramid]

고령화가 경제 성장 시기적으로 너무 빠르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추세적으로 중국은 2033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고령층을 부양할 사회자원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1인당 GDP가 2만 달러의 수준에서 고령화를 경험했지만 중국은 1만 달러 수준에서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추세적으로 2050년이면 80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은퇴자 한 명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가 약 두 명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다. 빠른 고령화는 경제 성장에 재정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중국의 주요 연금·기금이 빠르게 고갈돼 정부의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19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노동력 감소로 중국의 주요 연금 자금은 2053년까지 부분적으로 고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GDP대비 정부 부채 [사진출처=TRADINGECONOMICS.COM, IMF]
중국 GDP대비 정부 부채 [사진출처=TRADINGECONOMICS.COM, IMF]

중국 국가금융발전연구소(NIFD)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부채비율은 약 275%로 추산됐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유행 절정인 지난 2020년 3분기에 기록한 271.3%를 상회 하는 수준이다. NFID 장샤오징 실장은 부채비율 상승에 대해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중대한 만큼 출산율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주택 수요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결국 인구감소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쳐 저성장과 장기 침체로 이어지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PPI [사진출처=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PPI [사진출처=중국 국가통계국]

불안한 미래...소비 미루는 중국

2021년 중국의 PPI의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었다. 스탠다드차타드(SC)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중국 PPI의 상관계수가 0.6을 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워질수록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중국의 지속된 PPI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통상 PPI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의 전조현상으로 해석한다. 

지난해 중국의 PPI는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로 -1.3%를 기록하며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올해 1월까지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역기저 효과와 국제 원유가격 변동, 석탄 가격 하락 등으로 산업 제품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 전문가들은 PPI가 올해 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잡기가 한창인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CPI와 PPI 둔화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사진출처=미래에셋증권리서치센터]
[사진출처=미래에셋증권리서치센터]

특히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상하이 봉쇄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초기보다 더 낮아져 내수 침체와 관련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불안한 상황에 대한 경험으로 소비보다는 안전한 저축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민은행의 금융소비자 대상 서베이에 따르면 소득 및 고용 등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보다는 예비적 저축수요가 증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증권 박수진 연구위원은 “중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저점에서 반등 중이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으로 역대급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소비 촉진 정책과 더불어 부동산 및 고용 안정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도 내수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1월 부동산기업의 자금조달 지원 등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지원 강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투자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부동산산업의 연착륙이 전제 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사진출처=현대경제연구원]
[사진출처=현대경제연구원]

중국 경기에 매달린 한국 수출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 성장률 5.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1차산업을 비롯해 2차·3차 산업 모두 성장세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중국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는 “올해 목표한 5%대의 경제성장률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수출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한국의 경우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은 25%를 상회하고 있어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상당한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2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은 대중국 수출 회복 및 관광객 유입 등을 통해 국내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는 대중국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예측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에서 1%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명확하게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해외 주요 연구기관은 수출의존도와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로 늘어나면서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역대 최대 적자로 대중국 수출이 30% 이상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제통계국 이동원 금융통계부장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부진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도 한국은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수출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이번에는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기 침체 영향이 한국의 수출을 위축시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수출액 전망 [사진출처=한국수출입은행]
올해 1분기 수출액 전망 [사진출처=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김윤지 수석연구위원은 “수출 기업들의 설문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수출 업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수출대상국의 경기로 나타났다”며 “중국의 경기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1분기 전체 수출지역 중 중국이 전년 동기 대비 51.5%의 수출액 감소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과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취약한 수출 중견·중소기업의 경영 안전화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최근 미국으로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통상외교를 통해 선제적인 시장 규제 파악 및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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