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곶감 빼먹듯 그린벨트 사용 반대”
한농연 “적정농지 면적 확보에 차질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대규모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을 밝히자 그린벨트와 농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권한이 이양된 상황에 자칫 난개발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정부의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대해 “산단 조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적극 완화한다면 엄격하게 운영해온 그린벨트 제도의 오용이자 선거를 앞둔 선심성 나눠주기식 정책이 될 수 있다”라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그린벨트로 묶어 낮은 지가를 유지시켜 놓고 국가가 개발이 필요할 때 곶감 빼먹듯 사용하면 정부가 앞장서서 제도를 부정하고 오용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업무보고 이후 하위 지침 개정안 입법·행정예고를 통해 지자체장의 그린벨트 해제권한 면적을 30만㎡에서 100만㎡로 상향하고 절대 해제가 불가한 1·2등급지도 해제 가능하도록 조치해 대규모 그린벨트 개발이 우려된다”라며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지 않고 지자체 권한을 확대하면 원칙 없이 무분별하게 그린벨트가 해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경제활성화를 명목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정책추진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국가첨단산단 조성계획에 대해 “미래 첨단산업 육성과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의 고민은 모르는 바 아니나 한편으로는 농업생산기반 축소에 따른 농업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가산단 부지 매입 및 개발 과정에 농업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몇몇 지자체가 산단 조성을 이유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추진하며 우량농지 훼손을 염려하는 농업계와 갈등이 심화됐다. 농촌 현장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농연은 “지난해 정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수립하고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적정농지 면적 확보를 꼽았다. 그러나 이 또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추진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처럼 상충된 정부정책 방향에 농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해관계에 따른 지역주민 간 마찰마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는 결국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번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키워 나가도록 토지이용 규제를 풀고 국가산단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국가첨단산단 조성이 신속하게 추진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42년까지 경기도 내에 300조원의 민간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반도체·미래차·우주·원전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총 4076만㎡ 규모로 15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지방 국가산단 지정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개발제한구역 관련 규제도 적극 완화해 산업단지 지정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하겠다”라며 “수요자 요구를 반영한 신속한 산단 조성을 위해 관계기관 사전협의, 신속예타 등을 통해 적기 개발을 추진하고 기업이 산단개발계획 수립부터 참여하도록 국가첨단산업벨트 범정부 추진지원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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