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당 화합해야”
발언 진위 공방 오가며 계파별 다른 반응
문파 내부에서도 부글부글 끓어올라
내년 총선 공천 앞두고 ‘상왕’ 나오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 진위 여부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면서 과연 문 전 대통령의 전언정치에 대해 정치권이 어떤 해석을 해야 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잊혀지기를 원한다고 했지만 잊혀지기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문 전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언정치를 끌어들인 사람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다. 박 전 원장이 문 전 대통령을 최근 만났는데 민주당 당내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화합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는 문 전 대통령이 과연 해당 발언을 했는지 진위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전언정치의 대표적인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구속 수감할 때에도 담당 변호사를 통해서 전언 정치를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의 전언 정치가 정치권을 휘돌아 감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전언정치도 총선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직 대통령의 전언정치는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퇴임한 전임 대통령이라고 해도 굳건한 지지층을 갖고 있으며, 그 지지층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 계파마다 전임 대통령의 ‘입’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특히 현직 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거리는 상황 속에서는 더욱 전임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는 뒤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는 뒤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리더십 흔들

그런 점에서 박 전 원장이 문 전 대통령의 전언 정치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뉘앙스를 풍겨서 어쨌든 당내 화합을 꾀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당내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명계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제기했다. 이상민 의원의 경우에는 당장 퇴진을 해야 한다는 등 강경파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 비명계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꺼내들었다. 그런 점을 살펴보면 민주당 특히 이재명 리더십은 흔들거리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거리게 된 것은 지난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서 기인한다. 비록 부결이 됐지만 이탈표가 무수히 많이 나오면서 실질적으로 재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질서 있는 퇴진론이 나오고 있어 올 가을쯤 이 대표가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명계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온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새로 당 대표를 선출한다고 해도 과연 이 대표를 능가할 사람이 당내에 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게 된다면 이 대표 지지층의 이탈표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친명계와 비명계가 신경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친명계에 속하는 박 전 원장이 문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서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과거 앙숙과 같은 관계였기 때문이다. 물론 화해 아닌 화해를 했지만 그로 인해 친명계와 비명계가 나뉘게 되고 갈등을 보였다는 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지지한다는 말을 전달해 당내 화합을 도모하려고 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당내 분란을 더욱 촉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꼬붕이냐

실제로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우리가 문 전 대통령 꼬붕(부하)이냐”는 말로 불쾌감을 토로했다. 더욱이 박용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박 전 원장에게 ‘이재명 외 대안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신뢰감에 의문부호를 찍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해 최재성 전 의원은 자신도 문 전 대통령에게 들었다고 밝히면서 사실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은 앞으로 민주당에게는 또 다른 회오리바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맞이해서 평산마을을 찾는 정치인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정치인들이 박 전 대통령을 면회 간 것처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정치인들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문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전임 대통령으로서 사법적 판단의 저울 위에 오르지 않고 있으며, 막강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정치인들로서는 평산마을을 찾아서 사진 한 컷이라도 남기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해서 당원들의 입김이 상당히 큰 공천이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와는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잊혀지기를 원한다고 발언한 문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최소한 내년 총선 직전까지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면회를 받지 않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아울러 박 전 원장의 전언 정치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의 전언정치는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문 전 대통령을 만난 후 문심은 자신에게 있다는 식으로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민주당에게도 문 전 대통령에게도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전언정치는

문파(문재인 지지층)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왈가왈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문 전 대통령의 전언정치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옮기는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발언을 문 전 대통령에게 기대서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아예 현실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현안에 대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전언 정치가 종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퇴임한 대통령의 대변인을 두는 방안이 검토해야 한다. 즉, 목소리 창구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전언정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다. 대변인을 두지 않으면서 전언정치가 우후죽순 나오면서 누구의 말이 박 전 대통령의 진짜 말인지 헷갈리게 되면서 총선 공천에서 오히려 해가 됐다. 이런 이유로 특히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진을 갖다 쓰는 후보들에 대해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의 전언 정치가 계속 이어진다면 각종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까지 사법리스크가 없는 전임 대통령을 이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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