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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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차기 대표이사 자리를 둘러싼 KT의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연임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던 구현모 현 대표의 후보직 사퇴에 이어 단독 후보자로 지명된 윤경림 후보까지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며 경영 공백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윤 후보의 사의 표명 원인으로 정치권의 압력이 거론된다. 지난 2일 KT이사회가 내부 인사로만 구성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 쇼트리스트를 발표하자,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KT를 겨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데다 윤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등 강한 외풍이 불어왔다. 

때문에 KT 내부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져왔다. 다수노조인 KT노조는 지난 23일 성명에서 “일부 정치권에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주는 행위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KT새노조도 지난 2월부터 정치권의 개입 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주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KT 소액주주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서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입으로만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현 정부를 규탄한다”, “주주들을 위해 사퇴하지 말아달라” 등 정치권을 비판하며 윤 후보의 사임 철회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KT와 같은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축적해온 데이터들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개최됐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행사에서도 AI 등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고, KT도 그 주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거세지는 정치권의 외압 논란과 가시화 리더십 공백 속에 KT의 시계는 멈춰버린 상태다.

이 지점에서 기자는 KT가 언제 민영화됐는지 살펴봤다. 모든 민영화 절차가 마무리된 날은 2002년 8월 20일.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게 지난 시점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에 빗대면, 강산이 벌써 2번은 바뀐 셈이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의 수장 중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모두 채운 이는 황창규 전 회장뿐이었다. 이 같은 관행을 끊어내기는커녕 더 노골적인 외풍이 불어오는 행태를 보면, 오히려 KT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보수 정권에서 항상 강조하는 키워드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있다. 하지만 엄연히 민영 기업인 KT의 수장 자리가 정권의 논공행상 흥정물 정도로 치부되는 현 상황이 과연 ‘시장경제’라는 이념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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