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퀄컴 본사 [사진 제공=퀄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퀄컴 본사 [사진 제공=퀄컴]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퀄컴에 대해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처분이 확정됐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13일 대법원은 공정위가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외 2개 계열사에 내린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퀄컴이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 모뎀칩셋 및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CDMA, WCDMA, LTE 등 이동통신 표준기술과 관련해 국제표준화기구인 ITU, ESTI 등에 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라이선스 제공) 확약을 한 SEP(표준필수특허) 보유자이며, 모뎀칩셋을 제조 및 판매하는 수직통합 독과점 사업자다. SEP는 표준기술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특허이기에, 각 표준화기구에서는 FRAND 의무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해당 기술 외의 다른 기술을 배제하는 등 인위적으로 특허권자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해준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퀄컴은 삼성과 인텔, 미디어텍 등 경쟁 모뎀칩셋사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칩셋 제조 및 판매에 필수적인 SEP에 대한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불완전한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자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휴대폰 제조사에게는 모뎀 칩셋을 공급하지 않는 사업정책을 수립했으며, 이를 모뎀칩셋 공급계약에 반영해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등 칩셋 공급과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해 FRAND 확약을 우회한 부당한 계약을 강제했다. 

이외에도 칩셋에 구현되는 SEP나 기타 특허, 또는 2G·3G·4G 등 이동통신 표준별 SEP를 구분하지 않고 특허 전체를 한꺼번에 포괄적으로만 휴대폰 제조사에 제공했으며, 정당한 대가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계약만을 강제했다. 한편으로는 약 200개의 휴대폰 제조사에게 각사의 특허를 자사에 무상으로 교차 라이선스하게 하는 등 부당한 계약을 강요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전체적으로 퀄컴의 경쟁제한적 사업모델을 완성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경쟁 칩셋사에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 또는 제한함으로써 자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칩셋시장을 독점화했고, 이를 이용해 휴대폰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이행하지 않으면 칩셋 공급을 제한하는 등 FRAND 확약을 회피하고 협상력을 높였다. 이렇게 배가된 힘을 악용해 휴대폰사에 일방적인 조건을 강요하고 제조사 특허도 무상 제공받는 등 부당한 조건을 부과한 뒤, 이를 특허우산으로 활용해 독점력을 유지·강화하는 순환구조를 형성했다. 

그 결과, 2008년 기준 도이치뱅크가 선정한 세계 주요 11개 모뎀칩셋사 중 9개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여기에는 국내 유일의 중소 모뎀칩셋사였던 이오넥스도 포함돼 있다. 이 때와 비교해 전체 모뎀칩셋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신규 진입 경쟁사도 없게 되며 퀄컴의 지배력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퀄컴은 이에 불복해 지난 2017년 서울고등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이를 대부분 기각하며 공정위의 손을 들었다.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포괄적 라이선스 제공 및 무상 교차 라이선스 요구는 적법하므로 관련 시정명령은 위법하나, 과징금 부과는 SEP 라이선스 거절 및 제한, 칩셋 공급을 볼모로 한 FRAND 확약 우회와 관련되며 두 행위 모두 위법하기에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였다. 이후 공정위와 퀄컴 모두 각 패소 부분에 대해 2019년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고, 이날 대법원은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위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비록 라이선스 계약 내용 자체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번 판결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FRAND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표준필수특허 시장 및 모뎀칩셋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이러한 사업구조가 관련 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를 야기해 시장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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