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민주노총·전국민중행동 등 64개 제시민사회단체 연대
정부, 입법예고 전 청년 등 의견 청취해 제도 보완 진행
제시민사회, 근로시간 개편안 폐기 요구…의견서 제출도
“주69시간제, 과로사 위험·작업장 안전사고 높이는 개악안”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64개 제시민사회단체가 최근 정부가 제시한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규탄하며 폐기를 요구했다.

현재 정부는 입법 예고 전 해당 개편안에 대해 청년, 노동계 등의 의견을 청취해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64개의 시민사회종교단체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기구를 출범시켜 노동자들의 현실과는 전혀 반대되는 ‘노동악법’만을 연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중 노동시간 ‘주69시간제 개악안’은 노동자의 장시간 근무를 가능하게 하며, 노동자의 과로사 위험과 작업장 안전사고를 늘어나게 하는 개악안”이라며 “장시간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만든다고 한들 다 쓸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장, 야간, 휴일 근로를 수당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게 되는 등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가 아닌 자본과 기업에 맞춰진 악법”이라고 호소하며 근로시간 개편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혜은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혜은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혜은 소장은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선택권·건강권·휴식권이 보장된다고 했는데, 오히려 이와 같은 뺏어가는 정반대의 방향”이라며 “주 최대 69시간을 일한다면 뒤이어 휴식을 하더라도 건강한 일상을 누리기는 어렵고, 뇌혈관 등 각종 질환과 정신적인 고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산재 보상 제도 속 과로사 인정 기준만 보더라도 개편안은 과로를 조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노동시간만을 유연화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주 40시간을 잘 지키도록 최대 노동시간을  대폭 낮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서원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서원스님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종교단체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비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서원스님은 “노동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근로시간 문제를 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정치적 술수로 느껴지게 처리하는 법이 어딨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노동 현실과 고용 구조를 무시한 채 폭탄 던지듯 개정안을 던져 놓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잘못된 노동정책을 폐기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슬픔의 목소리를 듣는 올바른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한국청년연대 김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한국청년연대 김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발언에 나선 한국청년연대 김식 대표는 “호주의 한 방송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 69시간 노동제’를 소개하며 한국인들은 연평균 1915시간을 일해 OECD 평균 1716시간을 크게 넘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며 “더불어 이들은 한국의 이런 노동 문화 때문에 ‘kwarosa(과로사)’라는 단어가 있다고 말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처럼 우리나라 장시간 노동이 국제적 관심사가 되었다”며 “유럽 내 노동 선진국은 이미 주 4일제 노동을 실험·추진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노동력을 유지할지 연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노동 후진국인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을 부려먹을지, 이익을 최대치로 만들지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정부가 개편안을 청년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면 얼마나 좋냐’라는 말이 더 청년들의 분노를 치솟게 했다”며 “하루 휴가 내려면 온갖 눈치, 욕을 먹고 휴가를 내도 카카오톡이나 메일로 업무를 해야 하는 회사를 다니는데 어떻게 긴 시간을 쉬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행된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제시민사회단체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투데이신문

발언을 모두 마친 이들 단체는 ‘과로사 조장하는 노동시간 개악안’이라고 적힌 팻말에 ‘폐기’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향후 이들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규탄하고 이를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전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폐기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양대 노총은 정부가 입법예고안을 폐기하지 않을 시, 오는 5월 1일 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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