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지난달 일명 MZ노조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공식 출범
서울교통공사·LG전자 노조 등 노조원 8000여명으로 구성
노조 본질 강조…노동법 개정·비정규직 전환 문제 다룰 것
정치 편향적 활동 아닌 노동자 복지·처우 등 적극 나설 계획
젊은 세대 노조 인식 개선도 중요…다양한 쟁의행위 연구중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투데이신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달 21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주축으로 한 신생 노동조합 협의체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이하 새로고침)’가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출범 당시부터 기존 노조와 차별성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일부 노동계와 언론은 이른바 ‘MZ노조’라고 칭하며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030 세대 중심의 사무직과 연구·개발 직군으로 구성된 새로고침은 기존 노조처럼 정치색을 담은 주장이 아닌 노조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즉, ‘공정’을 가치로 두고 임금, 처우, 복지 등 노동자의 삶과 깊은 연관이 있는 문제에만 나서겠다는 의미다.

또한 이들은 노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빨간 머리띠와 투쟁 조끼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쟁의 행위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현재 부정적으로 자리 잡은 노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노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교섭대표 노조의 권한 독점 등 노동법 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내놓거나 노조 회계 투명화 강화 등 기성 노조와 대립하기도 하며 새로고침식의 ‘노조’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처럼 국내 노동계의 새로운 변화를 맞은 현재, 본보는 변화의 길에 앞장서고 있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노조의 본질, 그리고 노동자와 노동이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이자,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시영이다.

Q.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어떤 단체인지, 출범 배경은 무엇인지 설명해 준다면.

새로고침은 지난달 21일 발대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 단체로 제가 소속돼 있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를 비롯해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노조, 한국가스공사 더코가스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 등 8개 노조가 소속돼 있다. 출범 이후 신규 가입을 추진 중이던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까지 합류해 현재 8000여명의 노조원들로 구성됐다.

새로고침은 공정과 상식, 자율성, 수평적 구조 등 노동조합의 본질에 맞는 움직임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대해 출범했다.

Q. 새로고침에서 부의장 직을 맡고 있다.

사실 새로고침 내에서 직책은 별로 의미가 없다. 다만 사기업 중 LG전자 노조와 공기업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상대적으로 많이 언론에 많이 노출되고 집중돼 있어 ‘대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형식상 직책을 정했다. 

Q. 노조 이름 중 ‘새로고침’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이 같은 명칭을 단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새로고침’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간 노동시장에서 본질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들을 과감하게 새로 고치고 리프레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나아가 노동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목소리를 내고, 기성 노조와 달리 노동조합 본질에 맞는 노동 운동을 하겠다는 취지로 ‘새로고침’이라고 지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Q. 노동계, 언론 등에서 노조를 ‘MZ 노조’라 부르곤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한 번도 먼저 ‘MZ 노조’라고 말하고 다닌 적은 없다. 다만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을 예로 들면 언론에 자주 노조가 비쳐졌는데, 실제 조합원 90%가 2,30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가입돼 있는 노조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다. 사실 새로고침에는 5,60대 위원장님들도 있다.

Q. 새로고침은 출범부터 노동계, 언론 등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

노조가 사회에서 엄청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됐음에도, 일부 정치 편향적인 구호나 불법적인 투쟁 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노조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을 많이 갖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들이 노조의 변화에 목말라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기존 노조와 대비되는 색과 가치를 들고 출범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노조보다 노동계, 언론 등으로부터 집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Q. 최근 노동계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는 노조의 회계 정보 제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하다못해 아파트 반상회 등도 회계 내역을 공개해 걷은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린다. 회계 정보 제출은 당연한 건데, 왜 이것을 일부 노조에서 강요라고 하는지, 노동계에서 논란거리가 됐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노조의 회계 내역을 아무 이유 없이 관계없는 사람들한테 공개하라는 것은 당연히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양대노총의 경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 이는 즉 공공성의 목적을 띠고 있는 것인데, 당연히 회계 투명성을 더 강화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Q. 기성 노조의 지나친 정치화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새로고침은 정치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기존 노조와 차별점이 있는가.

노조는 근로자,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향상 등을 대변하는 데 주목적이 있는 단체다. 바로 그것이 노조의 본질이다. 하지만 일부 노조가 외치고 있는 특정 정치인 석방, 한미 연합훈련 반대 운동 등에 대한 이야기는 노조가 낼 목소리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새로고침은 그냥 정직하게 노동 현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계획이다.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계에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움직임을 하는 것은 노조의 역할이 맞다. 하지만 국민의 선택에 따라 정부가 바뀔 수 있는데, 이에 노조가 관여를 하거나 짙은 정치적인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노조의 역할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Q. 2030세대들은 노조에 대해 잘 모르거나, 가입을 하지 않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편이다. 

현재 대부분의 노조가 본질에 맞지 않는 정치 편향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루다 보니 2030세대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용자, 경영자 측에 누군가는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에 만연함을 알기 때문에 우리도 인식 개선을 협의회의 주된 사업 중에 포함시켰다. 우선 우리는 무언가를 주장할 때 정치 편향적이고 이념적인 논리를 끼워 넣어서 주장하지 않을 예정이다.

또한 기존 시위 방식을 존중하지만, 일부 노조의 시대착오적인 시위 방식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시킬 생각이다. 시위란 단체 행동권을 사용해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함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시위의 목적인데, 현재 국민들은 노조가 시위한다고 하면 ‘거리를 점거한다’, ‘통행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시위를 왜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노조가 ‘내가 가는 길을 막고 시끄럽게 하는 상대’인 실정이다.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시위 방식을 연구, 시도해 보고 더 나아가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 

지난달 21일 진행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발대식 모습.  [사진제공=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지난달 21일 진행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발대식 모습.  [사진제공=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Q. 지난달 새로고침 발대식에서 노동법 개정 촉구에 요구했다. 정확히 어떤 변화를 바라는가.

새로고침은 상대적으로 작은 노조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가 있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업장 내 사용자와 교섭하기 위해서는 모든 노조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대표 노조를 정하는 제도인데, 우리는 이를 거대 기득권 노조가 지나치게 독식할 수 있는 제도라 여기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노조들은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그 제도 자체는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 현재 노사 협의회, 근로자 대표위원회 등을 대부분 대표노조가 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노조들이 여태 추구했던 민주주의 정신을 생각하면 이는 어긋나는 것 아닌가. 상대적으로 소수 노조도 말할 수 있는,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가 개정되면, 지금과 같은 독식 구조가 깨지고 노조들 사이에서 선의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더욱 노조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Q. 또한 노동자 권익 향상 등도 목표로 제시했는데, 협의회에서 바라는 노동자 권익은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사업 및 사업장에서의 임직원 월급, 근무환경, 복지가 바로 노동자 권익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즉,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을 하지 않나. 임직원들이 안전하고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힘을 쓰는 게 노조의 역할이다. 

물론 노동자들도 주어진 근무를 열심히 해 생산성을 높여 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노사가 어우러져 노동자의 노동, 사용자의 복지 그리고 소통, 노사관계의 상생이 보장돼야 한다.

Q.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에 최대 수혜자로 MZ세대가 지목됐는데, 이와 달리 새로고침 측에서는 이를 두고 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하는 것으로 시기상조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그렇다. 근로시간 개편해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 자체는 좋았고, 몇 가지는 국민들이 오해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현실적으로 적용됐을 때 부작용, 오남용 할 우려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이 개편안에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충분히 사용자 측에서 오남용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매일 주 69시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개편안은 업무가 많은 날 연장근로 포함 근로시간이 69시간으로 늘어났을 때 발생할 문제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 현재 만성과로 산재인정기준이 64시간인데, 정부가 제시한 연장근로가 포함된 근로시간은 69시간이다. 기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너무나도 긴 시간이다.

근로자들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고도화된 기술을 활용해야 생산성도 높아지고, 회사도 발전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복지, 정책 개선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시간에만 치우쳐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는 점차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직원들의 복지를 중요시 생각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행보다.

Q. MZ노조가 반대 의사를 내비치자, 윤석열 대통령은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법안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대통령이 입법을 앞둔 개편안에 대해 두 번 이상 입장을 내놓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대통령이 모든 부처의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이 현실을 면밀하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이야기를 수용하려고 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사례를 통해 대통령으로서는 많은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큰 변화를 앞둔 법에 대해서는 국민, 참모진들과 소통을 더 강화하게 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

청년 당정대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치킨가게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연합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용노동부 김민정 사무관, 조아라 서기관,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유하람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박재하 코레일네트웍스 위원장,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대통령실 김성용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청년담당행정관.[사진제공=뉴시스]
청년 당정대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치킨가게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연합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간담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용노동부 김민정 사무관, 조아라 서기관,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유하람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박재하 코레일네트웍스 위원장,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대통령실 김성용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청년담당행정관.[사진제공=뉴시스]

Q.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과 만나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 당시 어떤 사안에 대해 논의했고, 새로고침은 무엇을 제시했나.

최근 이 장관을 자주 만났다. 앞으로도 더 만날 예정이다. 근래 면담 자리에서는 당장 건설적인 논의를 한 것이 아닌 서로 입장을 들어보고 의견을 교환했다. 매번 우리는 이 장관에게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을 시행했을 때 우려되는 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점, 보완이 필요한 점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사측이 생산성 확대, 이익 창출을 이유로 근로시간 개편을 환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통해 실현한다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부 경영, 경제계 측은 근무량이 많을 때 빠르게 일한 다음 휴식을 가지라는 측면에서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옹호적인데, 이도 맞지 않는 말이다. 그들의 주장을 정규직 근로자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바쁠 때’ 바짝 일하라 하는데 과연 나머지 일이 없나. 부수적인 업무도, 추가적인 업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제도인가 의문이 든다.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화가 맞지, ‘연장근로 확대’의 유연화는 노동자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 잘못된 개편이라고 충분히 의견을 제시했다.

Q. 현재 새로고침뿐만이 아닌 서울교통공사의 올바른노동조합에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바른노동조합은 내가 만든 노조다. 지난 정부 때, 정규직 전환 관련 불공정 이슈가 있었다. 지난 2017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서울시는 ‘무기계약직 제로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감사원 조사 결과, 정책을 통해 이뤄진 정규직(무기계약직)의 공사 일반직 전환, 콜센터 사기업 정규직(KTCS)의 공사 일반직 전환 편입 과정 등에서 채용비리와 부정청탁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해당 사건으로 인해 기존 인원 축소 등 여러 문제들이 파생됐다. 공기업에는 엄연한 채용법이 있고 절차가 있는데, 이를 다 무시한 행위에 대해 분노를 느껴 이 같은 비리를 막고 임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 

Q. 현재 노동현장에서 겪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꼽아본다면.

노조를 하다 보니 눈에 띄는 문제 중 하나인데, 바로 ‘신뢰’ 문제다. 노사, 노정 더 나아가 노노까지 신뢰가 바닥인 상태다. 서로 속이거나 이념이 맞지 않으면 강하게 대립하는 등 서로를 믿고 나아가지 않는다. 서로 소통을 강화하고 문화 자체를 재확립해 신뢰를 높여야 노동현장이 원활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Q. 현장에서 사용자 측은 뽑을 사람도 없을 뿐만이 아니라 2030세대 노동자들이 회사와 맞지 않으면 과감히 퇴사한다고 아우성인데, 이와 달리 구직자들은 취업자리가 없다고 호소한다. 

이 문제는 사기업과 공기업이 다르다고 본다. 공기업 같은 경우, 정부에서 공기업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으로 현장을 운영을 하고, 전환에 따른 여러 제도, 장치 등으로 인해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일부 직원은 휴가를 사용하기 위해 노동청을 찾아갈 정도로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나 또한 오늘 대체자가 없어서 새벽근무를 마치고, 오전에 노조 업무를 하고 현재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이처럼 인력 부족 문제는 모든 노동자가 피부로 와닿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사측은 인력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투데이신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송시영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 ⓒ투데이신문

Q. 불법·폭력적인 시위가 아닌 다양한 쟁의행위와 시위방식을 연구하겠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고려해 둔 움직임이 있는지.

새로고침이 출범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기 때문에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당연 쟁의 행위가 필요할 때를 위해 여러 방안을 생각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정규직 전환을 관련 문제로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올바른노조를 설립하기 전이었고, 시위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 당시 어떤 방식으로 시위를 해야 국민들에게 반감을 주지 않고 주제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이 ‘공정’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였다. 많은 분들을 초청해 공정에 대해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현직자들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서로 윈윈(win-win)는 방식이었다.

다만 이후 필요 하에 거리에 나서는 기존 시위 방식을 사용할 수 있으나, 불법적이거나 폭력적이고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시위보다는 여러 시위 방식을 연구, 도입해서 다양한 쟁의 행위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Q. 최근 ESG경영이 화두인 가운데 노조, 구성원, 사측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고 함께 나아가야 할까.

‘상생’이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회사가 경제적인 측면으로 좋지 않을 때 사측은 “우리 회사가 어려우니까 너희 노동자들이 임금을 적게 받아야 해”가 아니라 “회사가 지금 힘드니까 임직원들의 임금, 복지 등은 건들지 않을게, 대신 우리가 같이 힘을 합쳐 난관을 잘 극복하고 같이 발전하자”와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현재 소수 노조는 사측과 소통할 수 없고 조합원 과반수를 대표하는 다수 노조만 가능하다. 하지만 소수 노조도 엄연한 노조이고, 현안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소수 노조에게도 기회가 주어져 여러 노조가 사측과 자주 만나고 대화해야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사실 ESG 경영, 소통 등을 강조하면서 말로만 내세운다거나 관련 제도를 도입하지도 않는 사용자가 아직 대부분이다. 그 어떤 멋진 말보다도 노사가 서서히 하나둘씩 소통하며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게 우선이다.

Q. 마지막으로 협의회의 향후 계획과 포부를 이야기해 준다면.

올해 저희 새로고침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노사관계를 담은 노동조합 관계법에 대한 개정 요구할 예정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노조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줘야 하고, 교류의 장이 보다 확대돼야 더 나은 노사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 대부분 공공부문 사업장이 정규직, 비정규직 전환에 대한 여러 문제를 많이 겪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는 비정규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채용법, 절차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환문제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 즉, ‘말이 되지 않는 것’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다음으로는 노조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중들은 노조를 보고 일명 ‘운동권’이라 부르며 꺼려하거나 과격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우리는 진정한 노조에 본질에 충실할 생각이다. 노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싶다.

노동계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노조라는 단체, 그리고 노조가 주장하는 것들에 대해 이분법적인 사고로만 안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사람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 등은 다를 거다. 하지만 본인들이 싫어하는 후보의 정책 등에 동조한다고 해서 그 노동자의 가치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지지하는 후보가 주장하는 것에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도 노조의 가치는 바뀌는 것이 아니다. 지지하는 정당에 맞춘 이분법적인 시각보다는 넓은 시선으로 우리를 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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