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긴 한데...안내 없이 ‘군마트용’ 발송
모니터링 하지만...민간인 처벌 어려워
제조업체, 상자 외 본품에도 표기 검토

쿠팡에서 주문한 이니스프리 꽃송이버섯 바이탈 크림, 군마트용 표기가 돼 있다. [사진=제보자 A씨 제공]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군장병 복지 차원으로 높은 할인율을 자랑하는 군마트(PX) 용품이 시중에서 버젓이 유통되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특히 별도 안내 없이 군마트 제품을 발송한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거짓소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도 있어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

17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까지 네이버, 쿠팡, 지마켓 등 다수 쇼핑몰에서 군마트용 화장품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된 사실이 확인됐다.

통상 국군복지단이 운영하는 군마트의 제품들은 판매처가 정해져 있으며, 시중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이는 군 장병에 대한 혜택으로서, 기업의 낮은 유통마진과 납품가로 인해 가능한 가격이다. 

군인에 대한 복지의 일환인 만큼 재판매는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높은 할인율을 악용해 일부 이커머스 쇼핑몰에서는 군마트 제품이 판매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쿠팡에서 이니스프리 ‘꽃송이버섯 바이탈 크림’을 구매했다가 군마트용 제품을 받았다. 가격이 저렴하긴 했지만 제품 설명 어디에도 군납용 화장품이라는 내용은 없었기에 황당했던 A씨는 쿠팡 측에 따졌지만 “상품 설명과 다른 부분이기에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안내 없이 군마트 화장품이 발송된 점에 대해서는 해당 제품 판매자가 “본사에서 물품이 섞여서 입고됐고, 이것을 뒤늦게 인지하고 선별 작업 중”이라고 답변했다는 설명이었다. 판매자는 이후로도 플랫폼의 제재 없이 한동안 판매를 이어 갔다. 

A씨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군인 혜택을 위한 군마트용 화장품이 온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다른 리뷰를 보니 군마트용 표기를 화이트로 지우고 발송한 경우도 있던데 이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는 기만행위다”라고 말했다. 

군마트 화장품 유통, 적발·처벌 어려워…“거짓 해명으로 빠져나가기도”

현재 이니스프리의 해당 크림은 군마트에도 납품되고 있지만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제품이라도 가격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니스프리 매장의 소비자가는 5만원대지만 A씨가 구매한 제품의 경우 배송비를 포함해도 1만원대에 불과하다.

물론 단순히 매장과 온라인 가격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군마트에서만 유통돼야 할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가 군납용 화장품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구매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고 판매 플랫폼에 이를 신고하더라도 판매자가 그럴듯한 거짓 해명을 할 경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사례가 포착됐다. 

앞서 A씨에게 군마트용 제품을 발송한 판매자는 이니스프리 본사에서 제품이 혼입돼 발송됐다는 해명에 나섰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당사는 군마트용 제품을 국군복지단 외 다른 경로에 공급하고 있지 않으며 해당 제품은 별도로 발주, 생산해 관리한다”며 “용기 자체도 일반 제품과 구분해 생산하고 있기에 생산 및 공급 과정에서의 혼입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당사에서는 개인 사업자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 않은 만큼 해당 판매자의 설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오픈마켓 쇼핑몰 관계자들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경우 판매자 수만큼 판매 제품도 방대한 만큼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존재한다”며 “소비자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판매자의 소명을 듣고 나서 판매 중지 등을 결정하게 되는데 애매한 경우 이에 대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 또한 “악의적인 판매가 적발되면 당연히 소명 절차를 거쳐 판매 중지하고 퇴출시킨다”며 “다만 판매자가 납득 가능한 소명에 나선다면 무조건적 제재를 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니스프리의 꽃송이버섯 바이탈 크림. 군마트용 화장품보다 비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니스프리의 꽃송이버섯 바이탈 크림. 군마트용 화장품보다 비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군마트 화장품 판매의 주체인 국군복지단에서는 군마트 제품에 대한 재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에 개인별 구매수량 제한, 불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영리 목적으로 재판매하는 경우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국방부 및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군마트 제품 할인은 장병에 대한 혜택인 만큼 영리적 목적의 재판매를 막기 위해 일반인의 군마트 출입과 구매수량 제한, 불법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등 각종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과거 한 국가유공자가 군마트 용품을 다수 재판매하다 군마트 출입과 자격이 정지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군인의 경우 내부적으로 징계를 받는다지만 일반 민간인에 대한 제재의 경우 관련 법령도 미흡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니스프리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국군복지단에 공급하는 제품은 정규 입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제품으로 군마트에서만 판매가 돼야 하는 제품”이라며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오픈마켓에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국군복지단에도 다시 한 번 자체 관리 감독 강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 차원에서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판매와 비정상 유통 행위에 대해 모니터링과 신고를 지속 실시하고 있다”며 “아울러 군마트용 제품의 관리 강화를 위해 현재 표기 중인 단상자 뿐만 아니라 제품 용기에도 2중으로 ‘군마트용’ 제품임을 표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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