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교서 10대 여성 2명 투신 시도해 경찰이 제지
‘우울증갤러리’서 알게 된 관계…SNS 생중계도 진행
‘의결 보류’된 사이트 폐쇄…방심위 “신속 심의할 것”
경찰, ‘신대방팸’ 조사 및 TF팀 구성 등 총력 대응 중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강변북로 한남대교 방향 진입로가 통제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강변북로 한남대교 방향 진입로가 통제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일시 차단에 관한 심의 의결을 보류한 가운데 해당 커뮤니티에서 만난 10대 여학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강남 경찰서는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새벽 3시 55분경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여성 두 명이 난간 밖으로 넘어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A(17)양과 B(15)양을 설득해 구조한 뒤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두 학생은 SNS를 통해 투신 시도 과정을 불특정 다수에게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내 최대 규모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당 과정을 지켜보던 남성이 있었는데, 그 역시 우울증갤러리 이용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 끊는 것을 말리러 왔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상황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수면 위로 올라온 ‘우울증 갤러리’

우울증 갤러리는 지난달 15일 강남의 한 고층 빌딩에서 한 10대 여학생 C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심각성이 제기됐다. 

강남 경찰서에 따르면 C양은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사전 투신 계획을 공개하고 스스로 숨지는 모든 과정을 생중계했고, 이를 수십 명이 시청했다.

당시 그가 숨지기 전까지 20대 남성과 함께 있던 것으로 조사됐는데, 두 사람은 우울증갤러리에서 알게 된 사이로 함께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남성이 먼저 동반 투신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고 이후 C양과 접촉했는데, 경찰은 이들의 행위가 구체적인 자살 계획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남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남성을 자살방조죄 및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8일 공식 입건했다.

C양 사망이 보도되자, 해당 사건이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일명 ‘신대방팸’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대방팸이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성 회원을 대상으로 그루밍(길들이기) 성범죄 및 성 착취, 약물 오남용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이에 경찰은 ‘신대방팸’ 구성원 4명에 대해 미성년자 의제 강간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형사, 여청(여성청소년), 사이버 등 관련 부서를 종합적으로 TF팀에 포함시켜 해당 커뮤니티 관련 혐의를 파악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TF팀이 우울증갤러리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거쳐 제기된 모든 범죄 의혹에 대해 혐의를 추려서 각 기능별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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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사진제공=뉴시스]

방심위 “신속하게 심의할 것”

우울증갤러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경찰은 해당 커뮤니티를 임시 폐쇄해줄 것을 디시인사이드와 방심위에 요청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17일 공문을 통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게시판의 일시 차단을 촉구했다.

이에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이하 통신소위)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진행했고, 우울증 갤러리 일시 차단을 요청한 건에 대해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

보류 이유에 대해 통신소위의는 “그동안 전체 사이트 폐쇄를 할때 운영목적, 불법게시물의 비중과 반복성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해왔다”며 “이 게시판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공감하고 있으나, 현재 경찰청에서 관련 TF팀이 구성됐고 전체게시판 폐쇄에 대한 법률적 근거들이나 유관기관의 협조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일단 의결보류를 결정하고, 이후 외부 법무팀 자문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에 결정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대 청소년들이 스스로 숨을 거두는 장면을 SNS 생중계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방심위는 8일 통신자문특위를 열어 외부 전문가들의 법률 자문을 거친 후 최대한 빨리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심위가 밝힌 통신자문특위 진행 날짜는 오는 12일이다.

방심위는 “사회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이다 보니 내부 절차를 최대한 빨리 거쳐 신속하게 심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디시인사이드는 우울증갤러리의 임시 폐쇄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디시인사이드는 C양 사건 발생 이후인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경찰의 임시 폐쇄 요청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답변을 전했다”며 “우울증 갤러리에서 당분간 성인인증한 이용자만 게시물을 쓸 수 있게 해 미성년자의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도 내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갤러리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은 작성자에게 있는데 폐쇄할 경우 정상적인 이용자들이 본인이 저작권을 가진 게시물 열람을 하지 못하는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며 “당사는 2차 가해 영상 또는 게시물이 등록, 확산되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제공=뉴시스]

늘어난 청소년 신고…경찰 “총력대응할 것”

이같은 사건이 보도된 후 경찰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관련한 신고가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8일 오전 정기 기자간담회를 통해 “112에 접수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관련 신고는 지난달 1~16일 일평균 대비 지난달 17~24일(8일간) 30.1% 증가했다”며 “그 중 청소년과 관련된 신고는 23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현재 청소년이 스스로 숨을 거두는 내용의 신고와 관련해 가용 경력을 최대한 동원해 적극 수색을 실시하는 등 총력대응 중에 있다”고 공언했다.

이어 “일선서 단위에서 동원할 수 있는 경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부족할 시 청 단위에서 추가 지원 요청을 통해 CC(폐쇄회로)TV 분석 등 주변 수색을 철저히 해 관련자 신변을 조기 확인하고 발견 및 구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아동·청소년 지원 단체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울증갤러리는 외로움, 고립감을 느끼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들을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 압박하는 등 심리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심각한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논란이 된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해 노출을 막아야 한다”며 “또한 경찰 조사과정에서 제3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부추기는 행위, 심리적 압박을 주는 행위 등을 보다 섬세하게 볼 필요가 있으며, 조사를 통해 지목된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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