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기술형입찰서 상위 10대사 공동도급 허용
중소건설업계 “대형사 기술형입찰 시장 독식 유발”
경실련 “가덕도 신공항 입찰담합 유도” 의혹 제기도

지난 3월 31일 서울시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계획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3월 31일 서울시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계획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기술형입찰에서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공동도급을 제한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형건설사의 수주 독식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의 기술형입찰 규제개선방안을 놓고 중소건설사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달청은 다음달부터 기술형입찰에서 시공능력 상위 10위 이내 업체(이하 상위 10대사) 상호간 공동도급을 허용하는 규제 개선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2008년 해당 규제를 도립한 이래 15년 만에 기술형입찰에서 상위 10대사 공동도급이 허용되는 것이다.

앞서 조달청은 지난달 25일 ‘일괄입찰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 등 관련규제를 손질해 상위 10대사의 공동도급을 2개사까지 허용하는 개선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규모, 난이도, 입찰경쟁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에는 개별 사업별로 공동도급 허용을 3개사 이상 확대하거나 아예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연말까지 2000억원 미만 규모의 공사는 종전대로 상위 10대사간 상호 공동도급을 금지한다.

기술형입찰은 주로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적용되는 입찰방식으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일반입찰과 달리 시공업체가 설계에 일정부분 관여할 수 있다. 입찰참여자의 창의성과 기술능력을 활용해 최고 가치의 시설물을 만들고자 도입된 방식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상위 10대사의 기술형입찰 공동도급 제한 규제는 업체의 창의적인 제안과 기술능력 활용을 제한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함께 규제 개선 건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상위 10대사의 기술형입찰 참여가 줄면서 입찰 경쟁성은 2011년에서 2015년에는 2.98, 2016년에서 2022년까지는 2.24로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조달청은 최근 기술형입찰 유찰사태가 잇따르면서 상위 10대사의 참여 관심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조달청 이종욱 청장은 “이번 규제 개선으로 기술형 입찰시장에서 품질제고를 위한 건설업체의 기술력 경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민간의 창의성과 기술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건설시장의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달청의 이번 규제 개정을 놓고 중소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375개 중소건설사가 함께 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건의서를 작성해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에 제줄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상위 10대사 공동도급 금지 규정 폐지는 대형사의 기술형입찰 시장 독식을 유발할 것”이라며 “해당규정의 개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역행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술형입찰 시장에서도 상위 10대 건설사는 50% 이상의 수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규정의 존치는 중소건설사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건의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기술형입찰에서 상위 10대사는 1000억원~2000억원 규모 49%, 2000억원 이상 규모 58%의 수주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전체 기술형입찰 건수는 274건, 50조7837억원이며 상위 10대사는 108건, 25조5313억원을 낙찰받아 50.3%의 수주 점유율을 올렸다. 이에 현 제도 아래에서도 상위 10대사가 기술형입찰시장을 과점하고 있는데 공동도급마저 허용하면 현재의 수주점유율을 훨씬 상회하는 독과점이 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어 이들은 “그동안 상위 10대사 공동도급 금지로 중소건설사들의 다양한 참여가 이뤄졌고 이에 따른 창의적인 제안도 많았다”라며 “현 제도의 폐지는 중소건설사의 입찰참여 포기로 오히려 최근 잇따르는 기술형입찰 유찰사태를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상위 10대사 공동도급 금지가 역차별이라면 등급별 유자격자 명부 운영기준, 도급하한제, 등급공사 1등급업체 지분율제한 등도 역차별”이라며 “현 제도는 건설업의 균형발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로 적용근거를 상위법인 국가계약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15일 조달청에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실련은 “상위 10대사 공동도급 제한은 수주독식 및 입찰담합 등의 문제로 인해 어렵게 도입된 규제”라며 “대형공사에 상위 10대사 공동도급을 허용하면 건설대기업 간 나눠먹기식 담합을 유도해 유효한 경쟁자수를 제한할 것이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실련은 “이번 개정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을 앞두고 상위 10대사 간의 나눠먹기식 물량배분이 아닐까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면서 “노골적인 재벌급 건설대기업간 입찰담합 유도를 위한 밑밥깔기 꼼수라는 의심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가덕도 신공항의 총사업비는 약 13조7000억원으로 추정되며 2024년말 공사에 착수해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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