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물갈이 절반 이상 요구 높아, 내년 총선에 사활
국민의힘, 자리 보장 유리한 고지에 있어 가능할 수도
민주당, 친명-비명 갈등에 인재영입에 난항 겪을 수도
김기현-이재명 원맨쇼에 승리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가장 사활을 걸어야 할 부분은 바로 ‘인재영입’이다. 인재영입을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총선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재영입의 대표적인 사례가 더불어민주당의 2016년이다. 당시 국민의당으로의 분열 사태가 발생하면서 위기에 봉착했지만 표창원 전 의원 등을 비롯해 인재영입이 이뤄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도 어느 정당이 얼마나 인재 영입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다.

물갈이 원하는 유권자들

사실 어느 때나 선거가 다가오면 유권자들은 물갈이를 원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갤럽은 4월 4~6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 교체’에 대한 요구가 전국 평균 48%였고, 29%는 ‘현 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고 24%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9.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략 평균적으로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보다는 새로운 인물이 후보로 나서주기를 원한다. 그 이유로는 4년 동안의 의정활동에 대해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다. 예컨대 지도부에 압력을 집어넣어서 단수공천을 받는 식의 전개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역 유권자들과 현역 의원들간의 묘한 신경전은 세대교체의 열망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어떤 정당이 얼마나 인재영입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인재영입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사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에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표창원 전 의원이 인재영입 1호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분당 사태로 인해 그해 치러지는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예상을 깨고 승리를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기반을 마련했다. 그 원동력은 인재영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분당해서 국민의당이 창당되면서 상당한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 빈자리를 새로운 인재로 채우면서 참신성을 앞세우게 됐다. 유권자들은 기존 세력이 아닌 새로운 세력이 영입된 더불어민주당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하게 됐다. 반면 새누리당은 진박 감별에 ‘옥새 들고 나르샤’가 전개되면서 유권자들이 실망을 하게 됐고, 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2020년 총선 당시에는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인 인재영입에 나섰고, 반면 당시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중도·보수 정당이 통합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다. 문제는 기성 정당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인물을 계속 꾸준히 수혈한 더불어민주당에게 상당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대한민국 역사상 엄청난 압승을 하게 된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발등에 불 떨어진 인재영입

이런 이유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재영입이 필요하다. 이는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에게 필요한 전략이다. 사실 인재영입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은 여당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패배할 경우 공공기관의 고위직으로 인사발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경우 여당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자당으로 입당하라는 호소를 할 수 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손쉽게 인재영입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이 보다 적극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김기현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인재영입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대통령실과 얼마나 교감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자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얼마나 교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또 다른 난관은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대통령실 관계자나 국무위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략 40여명 정도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기에 대선 당시 검사 출신 특보가 100여명이나 됐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즉, 새로운 인물이 국민의힘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주로 대통령실이나 정부조직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내년 총선을 위해 국민의힘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경력이 이득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비해 낮거나 할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일했던 후보라고 한다면 투표할 마음이 생기겠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참신한 인물을 대거 영입하는 작전을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기존 인물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거리를 둔 인물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미 친윤계가 장악하고 있는 국민의힘이기 때문에 그것이 과연 쉬울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지난 2015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회의실에서 입당기자회견을 마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이 지난 2015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회의실에서 입당기자회견을 마치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길막는 기성 정치인

인재영입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기성 정치인의 퇴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을 시작으로 해서 오영환 의원 등은 자의에 의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송영길 전 대표나 김남국 의원의 경우에는 타의에 의해 탈당을 하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에 일단 ‘길’을 열어줬다. 빈자리가 생기게 되면 그에 따라 정치신인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자의나 타의에 의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탈당한 사례가 없다. 즉, 내년 총선 공천에 있어서 상당한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기성 정치인 중에 일부가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치 후임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식의 퇴장을 해줘야 정치 신인들이 활동할 무대가 생기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점차 그런 무대를 만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는 기득권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이미지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기성 정치인의 퇴장이 없다면 결국 공천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치신인들의 활동 무대는 더욱 좁아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정당은 경직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총선 선거운동에서 소극적인 선거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운동은 주로 밑바닥 사람들이 움직이게 되는데 그들에게도 ‘나도 조금만 노력하면 배지를 달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줘야 하는데 기성 정치인들이 그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그에 따라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에 국민의힘은 상당한 혼란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또한 김기현 대표 체제 위기설 역시 인재영입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0월 위기설을 이야기한다. 10월에는 김기현 대표가 내려오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 리더십이 상당히 타격을 받으면서 그에 따라 친윤계 다른 핵심 인사가 비대위를 맞는다는 것이다. 10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통령실이나 국무위원 등이 내년 총선에 뛴다면 추석 연휴가 지난 후 개각에 포함돼서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위기설이 더욱 증폭되면서 그에 따라 비대위 체제로 꾸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신인엔 문턱 높아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이유로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앞서 언급한대로 계속해서 총선 불출마 혹은 탈당 등을 하고 있지만 인재를 어떻게 끌어들일 지가 가장 큰 숙제다. 결국 인재영입은 이재명 대표 원맨쇼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 168석이라는 거대 정당이 됐다는 것도 인재영입에 있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역 정치인이 총선 공천을 받고 살아남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재영입에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현역 의원들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이재명 대표를 향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신인은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좌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친명과 비명으로 나뉘어 계파 갈등을 보이고 있는 정당에서 인재영입은 더욱 힘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최근에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사태 등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실망한 상태에서 정치신인이 과연 더불어민주당에 입당을 하려고 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아예 86세대 교체론을 꺼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결국 핵심은 현역 의원들 특히 중진 의원들이 얼마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 선언 21시간 만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공천장 직인 거부와 관련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16년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 선언 21시간 만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공천장 직인 거부와 관련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한 공천 룰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21대 총선 공천 당시 단수공천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로 현역 의원들이 단수공천을 많이 받았는데 총선이 끝나고 난 후 압승을 거뒀지만 그에 따른 비판도 많았다. 특히 정치신인들의 설자리를 완전히 박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공천 룰을 정하고 그에 따라 공정하고 명확한 공천 심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인재영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이 깊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상반기가 지나고 나면 곧바로 인재 영입 모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서로 원맨쇼를 하면서 인재를 누가 더 많이 끌어 모으느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재영입을 하려면 기성 정치인들의 퇴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더불어민주당에 있던 세력이 분당해서 국민의당을 창당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당 세력을 모두 끌고 탈당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활발한 인재영입이 이뤄질 수 있었고, 총선 승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 계속해서 총선 불출마 릴레이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정당이 얼마나 불출마 선언을 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승패가 결정된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총선 불출마 선언해야 한다는 여론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의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당 안팎에서는 답답하다는 분위기도 읽혀진다. 현역 의원 특히 중진 의원들 중 몇 명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지금부터라도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오영환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하자 지역 정치권에서는 차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술렁거리고 있고, 그것이 지역 정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아직까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이 없다보니 지역 정가에서는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현역 의원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대대적인 물갈이를 해야 내년 총선에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바람이 불기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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