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핵 오염수 먹으려는 尹 합성 포스터 부착돼
경찰, 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관계자 조사
환경연합 “수사 방식 이해 안 돼…정치 탄압” 규탄
시찰단 후쿠시마 원전 점검 돌입…여·야 입장차 극명

제주시 한 버스정류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마시려고 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사진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시 한 버스정류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마시려고 하는 모습이 담긴 합성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사진제공=제주환경운동연합]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경찰이 제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마시려고 하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가 부착된 것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단체가 정치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제주경찰청은 전날부터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과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 A씨 등 3명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사진이 담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포스터가 곳곳에 부착됐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많이 접수되면서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제주지역 내 버스정류장 등 42개소에 포스터 56매가 부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포스터는 앞서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한다는 의미로 제작한 뒤 부착했다.

포스터는 욱일기를 배경으로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정말 마실 수 있나요?’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으며, 아래에는 윤 대통령이 물컵에 핵오염수를 받는 이미지가 합성됐다.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들이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말고 장기 보관,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요구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들이 지난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말고 장기 보관,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요구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발’ 나선 제주환경운동연합

경찰이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하자, 해당 포스터를 제작 및 부착한 제주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 측은 오염수 방류 반대 활동 위축을 노린 정치탄압이라며 반발에 나섰다.

환경연합은 “경찰은 반대 포스터 부착행위를 ‘광고물 무단부착’으로 보고 경범죄처벌법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경범죄처벌법은 말 그대로 위법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통상 경범죄의 처벌은 현장적발된 경우에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 경찰이 수사하는 방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신고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며 버스정류장 등에 포스터를 붙인 두 명의 차적을 조회하고 특정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심지어 포스터를 부착한 것으로 특정된 한 명에게 두 명의 수사관이 주거지로 직접 찾아와 조사를 수행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고, 또 다른 한 명에게는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했지만 현재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광고물 무단부착’으로 신고된 지역이 경찰이 조사 중인 두 사람이 포스터를 붙인 곳과 다른 곳이라는 점, 신고된 지역에서 직접 포스터를 붙인 행위를 특정하지 못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정부가 명백한 표적수사하고 있다는 것이 환경연합의 주장이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집으로 찾아가서 조사하거나 출석을 요구하고 심지어 조사과정에서 누가 시켰는지를 집요하게 캐물었다”며 “또한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사안이 커질 것이라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발언을 하는 것 등은 경범죄의 조사라고 보기엔 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응하라는 주문을 담은 포스터조차 용인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해양투기에 찬성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는다고 환경연합은 짚었다.

이에 이들은 “공권력으로 찍어 누르려는 행태는 납득할 수도 묵과할 수도 없다”며 “이는 명백히 정부가 부담스러워 하는 현안에 공권력을 투입해 입을 막으려는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후쿠시마 향한 시찰단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이날부터 이틀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오염수 방류 관련 설비에 대한 점검에 돌입했다.

시찰단은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와 방류 전 오염수를 저장하고 핵종을 측정하는 K4 탱크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달 21일∼26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이들은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포함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이 속한 총 21명이다.

한편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G7 정상회담이 열리는 중에도 장외집회에 참석해 괴담을 살포했다”며 “돈봉투 사태와 코인 게이트로 궁지에 몰렸다고 철 지난 죽창가와 광우병 시즌2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G7에 모인 각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오염수 방류에 대한 IAEA 검증을 지지한다고 선언했고, 우리 정부는 독자적으로 시찰단을 보낸 상황이다”며 “전 세계가 과학적 판단을 근거로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우리 정부 또한 높은 수준에서 이를 점검하고 있는데 오로지 민주당만 비과학적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에 대해 “시료 채취도 없고, 명단도 없고, 언론 검증도 없는 ‘3무(無) 깜깜이’ 시찰로 일본 오염수 투기에 병풍 서줘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일부 언론에서 벌써부터 시찰단 파견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으로 이어질 것이라 얘기한다고 하는데, 일본의 심기를 경호할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안전 지켜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투기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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