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수입규제, 해결 방안 아냐”
“시찰단 파견, 마지막카드 날린 셈”
“방류시, 80~90% ‘수산물 안 먹어’”
UN해양법재판소에 ‘긴급구조’ 요청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섭취량(2019년 기준)은 70kg에 달한다. 이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소비량 전체를 합친(56kg) 것보다 20% 이상 많은 양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1위다.

특히, 식용 수산물 종류만 해도 180종이 넘는다. 사실상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을 섭취하는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우리 국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해양 투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은 지난 12일 계획대로 올 여름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중국 등 인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우려는 물론, 일본 현지 어민과 시민단체 등 내부에서조차 일본 정부의 이같은 결정을 비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시찰단이 지난 21일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았다. 총 21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은 현재 일본 현지서 관계기관과 기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들러리·깜깜이 시찰단’, ‘묻지마 관광’, ‘21세기 판 신사유람단’ 등의 속언을 동원하며 맹폭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괴담’으로 일축하며 ‘정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전 국민의 시선이 후쿠시마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선 원자력 및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한 영향 분석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의원이 주최했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토론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태계와 국내 수산업계에 미칠 영향 및 예상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등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어류, 울타리 없이 대양 누벼”

이날 토론을 주최한 어기구 의원은 “정부 시찰단이 현재 일본에 가 있는데, 가장 큰 쟁점은 안전성이다. 여러 논쟁이 있지만 오염수가 안전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직접적 피해가 가장 큰 나라로, 수산물 소비 감소는 물론, 어민 피해가 타격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수산업계의 피해 최소화 등을 위해 국회차원에서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전국을 다니며 듣게 된 어민들 우려가 상상외로 크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수산물 수입 규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서 교수는 먼저,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인 시찰단과 관련해서 “기적적으로 시찰단이 방류를 반대하는 근거를 가져온다면 모를까, 한국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카드를 날려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방류하면 해류에 희석돼 안전하다는 일본 측 주장에 “알프스는 삼중수소와 탄소14를 거르지 못하고 처리 후 저장한 오염수는 여전히 방사능을 띄고 있다”면서 “해양생물은 울타리 없이 대양을 누비기 때문에 먹이사슬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국민 건강, 우리 식탁 문제는 수산물 수입 금지나 해류 분석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어류의 먹이사슬 구조, 대형 선박의 평형수 등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입규제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유치원생 수준”이라며 “방류량이 너무 많고 30년 이상 오래 걸리기 때문에 어떻게든 방류를 막아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다 해도 태평양에서 잡히는 다른 나라의 수산물 유입을 막을 수 없다는 거다. 결국, 방사능은 어류를 통해 사람에게 농축된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백악관에 청원 편지보내기 전개 필요”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미국과 치밀한 사전 협의를 거쳐 내린 결과라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4월 13일 일본과 미국이 결정 내용을 동시에 발표한 걸 근거로 들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가 이날 오염수 방류 대책 각료회의에서 해양 방출을 결정했는데, 이 결정 내용을 미국과 동시에 발표했다”면서 “이건 사전에 치밀한 협의가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당시 미국 국무성 성명서를 보면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술지원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는 국제기구를 통한 객관성 확보가 목적”이라며 “IAEA 분담금의 1/3 이상을 미국, 일본이 내기 때문에 결국 일본 각본대로 흘러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대표는 IAEA가 ‘오염수 방류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느냐’에 대해서만 조사할 뿐 환경영향평가 등은 형식적 항목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해양생태계 영향이 아닌 정 반대 조사를 통한 명분 축적용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백악관에 청원 편지보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패널로 참석한 안재훈 환경운동연합처장은 우리 국민·어민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얻는 이익이 없다며 “윤석열 정부든 21대 국회든 30년 이상 이어질 이 문제를 책임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해양수산부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일본 논리만 쫓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일본이 방류를 안 하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시찰단이 이런 답을 얻어오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일본산 수산물을 바다 위 어선에서부터 추적 가능한 수산물이력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어기구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과연 안전한가’ 주제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어선 수산물이력제 검토 필요”

하두식 한국수산인경영인중앙연합회 수산정책연구소장은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서로 다른 목소리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하 소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인류에 대한 핵테러’, ‘수산업에 대한 핵테러’라고 규정하며 관련 업계 및 단체 등의 해상·일본대사관 시위와 토론회 참석 등의 활동을 열거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하 소장은 “과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도 있고,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생산자들은 상당히 헷갈린다”며 “문제는 올 여름 방류가 시작되면 국민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수산업계 타격이 엄청날 것이라는 데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시기를 거론하며 “당시, 우리 수산물 소비가 40% 이상 감소했었다. 그 여파가 1년 이상 갔는데 최근 한 설문결과를 보니 오염수가 방류되면 80~90%는 수산물을 안 먹겠다고 한다”면서 “방류를 막을 수 없다면, 관련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세 플라스틱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며 근본적인 방류 저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연구원은 “문제는 우리나라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지속적으로 방류를 막는 게 우선이지만, 현실화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제법을 근거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료 정보에 대한 요구권이 한국에 있다며 우리가 오염수 시료 정보를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송 변호사는 “시료 정보 요구는 한국의 국제법적 권리이기 때문에 일본은 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걸 계속 요구해 유엔 해양법재판소에 재소, 방출 금지 명령을 받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과거 뉴질랜드와 호주가 일본을 대상으로 참다랑어 관련 조사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유엔 해양법재판소에 잠정조치를 구해 승소한 사례가 있다”며 “우리 역시 긴급 구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또 오염수 해양방류(투기)가 이를 금지하고 있는 런던 의정서 위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관련 유엔 해양법협약 206조에 따른 의무화 조항을 들어 이 부분에 대한 위반소지도 재소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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