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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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개인투자자들은 더 이상 펀드에 돈을 넣지 않는다. 벌써 몇 번째 설정된 펀드가 엎어질 위기다.” 최근 한 국내 자산운용사 운용역의 토로다. 

퀀트 투자의 전설로 알려진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30년간 연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펀드를 이끄는 제임스 사이먼스는 하버드대학 교수 출신이자 수학자로서 펀드 투자 전략도 수학적 기법을 적용해 큰 성공을 거머쥐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효율성을 위해 외부 투자자를 받지 않고 자사 직원들 포함한 자기자본에 의한 운용만 하고 있다. 

퀀트 투자의 핵심은 주관적인 직감이나 경험을 배제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 게임스탑 사태를 기점으로 전통적으로 검증된 투자기법들은 고루한 방식으로 전락했다. 이른바 밈(Meme) 주식이 주식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밈 주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고 특정 종목에 집중 매수하는 현상을 동반한다. 컬트적인 믿음이 집단적으로 형성된다는 점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락을 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밈 주식이라는 좌표만 찍히면 한 달 새 주가가 두세 배 이상 폭등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연 30%의 수익률은 참으로 보잘것 없는 수익률로 여겨진다. 이미 소셜미디어와 쏟아지는 광고 문자엔 200%, 300% 폭등이 너무 당연한 수치로 자리 잡았다. 더 이상 투자자들이 펀드를 찾지 않는 이유다.

또한 맹목적인 믿음과 인기에 편승하는 밈 주식 투자자들에게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고리타분하다. 오랫동안 가치를 인정받아온 현금할인법과 합리적인 멀티플을 적용해 산출한 적정 주가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유물이 되었다.

심지어 최근 화제가 된 밈 주식에 대해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매도 리포트가 나왔음에도 종목토론방이나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Go To The Moon’을 외친다. 밈 주식에 몰려든 개인투자자들의 견고한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주가는 결국 적정가격으로 회귀한다. 소위 나보다 더 비싸게 주식을 사줄 수 있는 호구가 더 이상 없으면 밈 주식의 생명은 끝난다. 주식시장에서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것이 순환 이치지만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일명 서학개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대표적인 밈 주식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는 파산설이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투자로 급등을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 파산신청을 면치 못하면서 주가는 급등 전 가격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정보의 접근성이나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파산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외면하는 편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례에서 보듯 결국 밈 투자는 급격한 변동성과 타이밍에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밈 주식에 몰리게 됐을까. 지난 2년간 초인플레이션 시대를 겪으며 국내 주식투자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는 투자철학은 고사하고 증권시장 이해 기반도 약한 상당수의 초심자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모(FOMO)는 무엇보다 그들을 자극하는 두려운 현상이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됐는데 몇 배의 수익을 손에 넣었다는 주변인의 소식을 접하면 당장 뭐라도 사야 할 것만 같다. 마침 우리 주위엔 밈 주식을 부추기는 정보가 널려있다. 심지어 증권계좌를 개설했다면 어떤 경로로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몰라도 유사투자자문사 혹은 인가가 안된 인베스트먼트들이 휴대폰 문자로 밈 주식 정보를 수시로 흘린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기에 주식투자를 독려하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로서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나 온라인 커뮤니티 의견에 기반한 매매 혹은 인기나 트렌드에 편승한 투자는 건강하지 못하다. 이면에 깃든 탐욕과 한탕주의를 부정할만한 정당성이 없다. 특히 소수의 주관적인 판단과 감정에 의존하게 되는 미시적 시장은 주가조작 등의 교란을 발생시킨다. 

업계관계자들끼리 하는 말로 주식시장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아직 AI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고 한다. 인위적인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AI 대습격 시대에 환호할 만한 일일까. 밈 주식은 상대적 박탈감이 낳은 욕망이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과학자 막스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욕망이 잠식한 자본주의는 결코 올바른 자본주의 정신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욕망의 무절제와 이기적인 행동, 공리주의적인 윤리 정신이 배제된 자본주의는 곧 붕괴의 징조라는 경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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