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약…내일 최임위 제3차 전원회의서 논의 앞둬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 최저임금법 개정안 대표 발의
경영계 “적용돼야” VS 노동계 “취지 안 맞아” 갈등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두고 노사 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7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 따르면 최임위는 오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진행한다.

다음 해 최저임금은 매년 8월 5일 결정해 고시하고 있다. 심의요청을 받은 최임위는 90일 이내인 오는 29일까지 결정한 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날 최임위는 최저임금 인상 여부뿐만이 아니라 차등 적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구분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에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화 방안을 표결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차등화의 파급효과 등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했으며, 마련된 보고서는 지난 3월 최임위에 제출됐고, 오는 3차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같은 차등 적용에 대해 노사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억제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차등 적용에 관한 개정안이 발의되며, 차등 적용이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최대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발의

최임위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에 대해 검토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여당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힘을 더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지난 6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최저임금은 최임위 의결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하며,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지정할 수 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차등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해당 지자체장이 임금 수준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며, 그 비용은 정부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및 지방소멸대응기금(인구감소지역 한정) 등을 통해 우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 의원은 법안 취지에 대해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지역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수도권보다도 더 많이 지급할 수 있도록 해, 인구 유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또 일률적으로 인상되면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추가적인 고용 감소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최근 1인 자영업자 비중마저도 증가 추세에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사업의 종류별 차이와 임금 및 물가 수준에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 간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의원의 설명이다. 

지난 1일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고용노동부 관악지청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모두의 최저임금 1만2천원 한마당'에서 최저임금 관련 안내판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일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고용노동부 관악지청 인근에서 열린 민주노총 '모두의 최저임금 1만2천원 한마당'에서 최저임금 관련 안내판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동계 “목적 자체 부정하는 것”

차등 적용에 대해 노동계는 절대 수용불가 의사를 내비친 바 있어, 정치권과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양대노총은 “최저임금법 제1조에 의하면 최저임금법은 노동자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러나 최저임금법은 몇몇 독소조항으로 일부 노동자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자단체는 최임위 안과 밖에서 경영상 어려움만을 주장해 업종별 차등적용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며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시기 어려움을 겪었다던 기업들은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음에도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뻔뻔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과거부터 제기돼 온 심의과정에서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등은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해내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은 소득 불균형 해소와 사회 양극화 극복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자 저임금노동자의 삶을 지탱해 주는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며 “정부는 근본적 방향에서 최저임금 제도가 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 9620원 대비 24.7% 오른 1만2000원을 제시한 상태다. 가스·전기·교통 요금 등이 인상된 실정에서 저임금노동자 생계비 확보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 지회장들이 지난달 2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 지회장들이 지난달 25일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차등화 필요성 외치는 경영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영계는 사용자 간의 지급능력 차이를 반영해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등 적용을 통해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다소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경영계가 오랜 시간 동안 외쳐온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 1988년에 일시적으로 적용됐으나, 그 이후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운영되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 오세희 회장은 이날 진행된 ‘소상공인업계 정책나눔회’를 통해 “지난해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을 보면 농림어업은 36.6%, 숙박·음식점업은 31.2%인 반면 과학과 기술서비스업 2.8%로 격차가 최대 33.8%p에 달한다”며 “최저임금이 상승한다면 1인 자영업자는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잠깐 회복하는 듯했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감소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업종별 구분 적용은 현행법이 허용하고 있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그 필요성을 판결문에 명시하고 있다”며 “최근 6년 동안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8.6%로,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소상공인 경영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일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및 경영·근로 실태 설문조사’ 결과, 최저임금 제도의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 ‘경제 상황을 고려한 인상률 제한’(28.2%),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26.2%) 등이 가장 많이 지목되기도 했다.

또한 경영계는 현재 최저임금마저도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인력을 감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오는 8일 진행 예정인 제3차 전원회의의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