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하수처리장 3년째 필로폰 검출
지난해 변사체서 마약 69건 나오기도
정부 “엄정 단속…예방·재활도 총력”

지난달 18일 관세청 관계자가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적발 마약류 및 은닉 도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18일 관세청 관계자가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적발 마약류 및 은닉 도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내에서 마약 사건이 잇따라 정부가 대대적인 마약 단속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 사회에 마약이 얼마나 파고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9일 정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전날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가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년 연속 간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지속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필로폰은 지난 3년간 조사 대상인 총 34개 하수처리장에서 전부 검출됐으며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약 20mg 내외였다. 

이어 엑스터시는 검출된 하수 처리장이 지난 2020년 19개에서 지난해 27개로 증가했으며,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도 지난 2020년 1.71mg, 2021년 1.99mg, 지난해 2.58mg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필로폰은 항만과 대도시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검출됐다. 부산, 인천, 울산 등 항만 지역의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이 31.63mg이지만 그 외 지역은 18.26mg이었다. 대도시는 26.52mg, 그 외 지역은 13.14mg으로 집계됐다.

개별 하수처리장 기준으로는 지난해 경기 소재 시화 하수처리장이 필로폰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이 136.50mg, 엑스터시 35.02mg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카인은 서울, 부산, 인천, 경기 지역 하수처리장에서만 검출됐다. 이 지역들 중 인천공항 하수처리장이 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 42.82mg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사용추정량은 강우량, 하수로 폐기된 마약류의 양, 허가된 의약품의 대사물질 등의 영향으로 인해 분석에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유럽 마약 및 마약중독 모니터링 센터’(EMCDDA) 등 국제기관과 적극 공유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국내 수사·단속 관계 기관에도 실마리 정보로 제공하고, 불법 마약류 예방, 교육, 재활 등 정책 수립도 활용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건설현장 폭력행위 근절, 마약범죄 척결을 약속하는 홍보문이 래핑 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건설현장 폭력행위 근절, 마약범죄 척결을 약속하는 홍보문이 래핑 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변사체 검출도 증가세

이러한 가운데 변사체에서 마약류가 검출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지난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변사체 부검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건수는 지난 2020년 43건, 2021년 43건, 2022년 69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1년 새 60.47% 늘은 수치다.

검출된 마약의 종류는 필로폰이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펜타닐(7건)이었다. 국과수는 “마약 남용 증가에 따라 변사 사례에서도 마약류 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한 종류의 마약 남용 패턴에서 다종 마약류 남용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1년 6월 서울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에서 A(당시 19살)군이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펜타닐 패치, 그을린 호일, 빨대 등도 함께 있었다.

A군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후 국과수 부검 결과, A군 몸에서 합성마약 펜타닐이 검출되며, 그의 사인은 펜타닐 급성중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에는 B(19)군이 자신의 집 거실에서 엎드려 숨을 거둔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국과수가 부검을 진행한 결과, B군 혈액에서 합성대마 성분과 함께 치사 농도의 MDMA(엑스터시)가 나왔다.

지난 5월 한동훈(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5월 한동훈(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 “단속은 물론 예방·재활까지 총력”

법무부 한동훈 장관은 지난달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마약 예방 전문가 초청 강연을 통해 “마약범죄를 엄정히 단속할 뿐 아니라 마약 예방과 치료, 재활까지 총력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마약 대응은 엄정한 처벌과 단속, 치료와 재활이라는 두 축이 다 잘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 입법예고안’을 공고하며 마약류 사범의 재활 및 재범 예방 정책을 담당하는 마약재활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번 신설을 통해 법무부는 마약류 사범의 체계적·전문적인 재활 및 재범 예방 정책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뤄진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제5회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진행했다. 이날 교육부, 외교부,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다양한 기관들이 참석해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지난 4월 발표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에 따른 추진실적을 점검한 것은 물론 최근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의 국내·외 동향 및 관리 방안에 대해 심층 논의했다.

이에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마약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약류 수사·치료·재활 등에 필요한 조직·인력·예산 확충 등을 논의해 국내 마약 확산을 차단하고 마약범죄에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