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시간 공중화장실서 청소년 비행 막기 위한 고주파
출입 후 10분 지나면 10대 청소년만 들을 수 있게 재생
2022년 주민생활 혁신사례 지원 사업으로 전국 확산 중
“CCTV 설치할 수 없는 화장실 내부 범죄 예방 위한 조치”
“범죄 여부와 관계없이 고주파 노출한다는 점에서 위험”

[사진 제공=뉴시스]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심야 시간 공중화장실에서 청소년 비행을 막기 위해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고주파 스피커에 대한 인권 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심야 시간 화장실에서 청소년의 비행 행위·범죄를 막기 위해 관내 8곳의 공중화장실에 ‘삐’ 소리가 나는 고주파 음향 스피커를 설치했다.

경찰서 측은 고주파 음향 스피커를 약 8개월간 시범 운행한 결과 청소년 비행 신고는 58%, 전체 범죄 발생은 77%가 감소했다며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고주파 음향 스피커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인 심야시간대 화장실 출입 후 10분이 지나면 10대 청소년만 들을 수 있는 주파(1만8000㎐)가 재생된다. 

오랫동안 머물기 힘든 고주파 음향 송출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나가게끔 유도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 울산시 울주군은 ‘청각 셉테드(CPTED·도시 환경을 설계해 범죄를 예방하는 기법)를 활용한 안심 화장실’로 ‘2022년 주민생활 혁신사례 확산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울주군은 출입 후 20분이 지나면 고주파를 송출했다. 목적은 청소년의 비행·범죄 예방이며 학원과 PC방이 밀집한 지역의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했다.

‘2022년 주민생활 혁신사례 확산 지원 사업’ 카드뉴스 스마트 안심 화장실 설명 일부. [자료 제공=행정안전부]
‘2022년 주민생활 혁신사례 확산 지원 사업’ 카드뉴스 스마트 안심 화장실 설명 일부. [자료 제공=행정안전부]

사업 선정 이후 △서울 중랑구 △광주 북구 △울산 동구 △경기 김포시 △전북 진안군 △경남 고성군 등 전국 각지에서 도입을 추진해왔다.

고양경찰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했다. 10대 청소년만 들을 수 있는 주파수와 출입 후 10분으로 한정한 것이다. 

이는 나이에 따른 청각 기능의 차이로 인해 들리는 주파수 음역대가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한 결과다. 

이 소음은 마치 모기가 귓가에 맴도는 듯한 불쾌감을 줘 모기 알람(Mosquito Alarm)이라고도 불린다. 청소년들이 야간에 화장실 안에 오래 머무르는 행위를 방지하고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조처다.

고양경찰서 생활안전계 김은주 경관은 “청소년들이 많이 몰려 있던 장소인지라 무섭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민원 해결을 위해 울주군의 사례를 벤치마킹(Benchmarking·자신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나 사례를 정하고 필요한 전략 또는 교훈을 찾아보려는 행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령마다 들을 수 있는 평균 주파수가 있는데 10대들은 1만8000㎐대 고주파를 들을 수 있다”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능력대 내에 있는 가청(可聽) 주파수이기 때문에 특별히 건강상의 해를 끼치는 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성인 일부도 들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는 듣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공익 vs 권리 무엇이 더 重한가

고주파 음향 스피커가 청소년 인권 침해를 감수할 만큼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지는 귀추가 주목된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충래 교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경우 아이들이 거기서 잠을 잘 수도 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데 화장실에 CCTV를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면서 “범죄 예방 측면에서는 가능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어 “아무 때나 고주파를 송출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심야 시간으로 제한한 것에는 당국의 행정적 고민이 엿보인다”며 “범죄 예방으로 볼 지 인권 침해로 볼 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죄 행위와 관계없이 고주파를 노출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모기 알람을 먼저 접한 해외는 어떨까. 이들은 10대 청소년들의 그래피티(Graffitiy·벽화)나 마약 유통 억제를 주된 이유로 해당 장치를 이용해왔다.

그러던 2007년 독일 연방산업안전보건청은 “모기 알람의 안전성에 대해 완전히 확신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어 2010년 유럽 평의회도 해당 장치가 유럽 인권 협약과 유엔(UN) 아동 권리 협약의 많은 조항을 위반하고 청소년에게 굴욕적·차별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회원국에 금지 권고를 한 바 있다.

모든 공공장소에서 모기 알람 등 청소년을 차별하는 음향기기의 설치 및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강현아 교수는 “청소년 인권 침해가 심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비행이나 범죄를 예방하려면 그 시간에 순찰을 돈다거나 아웃리치(Outreach·도움을 찾고 요구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움과 충고가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행위)를 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지 이는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 관계자는 “위원회 차원에서는 검토한 것이 없다”면서도 “다만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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