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 및 공정위 조사 현재 진행 중
원희룡 장관 “끝날 때까지 끝난 것 아냐”
“솜방망이식 제도 개선에 건설시장 혼란”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위례신도시에서 ‘벌떼입찰’과 관련한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위례신도시에서 ‘벌떼입찰’과 관련한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수의 회사를 설립해 공공택지 수주 입찰에 참가시킨 호반건설에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한 가운데, 향후 건설사 ‘벌떼입찰’에 대한 불법성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까지 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엄포를 놓으며 공공택지 사업에 집중해온 일부 중견건설사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의하면 공정위의 호반건설에 대한 과징금 부과 여파가 ‘2세 회사 부당지원’에서 ‘벌떼입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공정위가 지난 15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2013~2015년 무렵, 계열사 및 비계열사를 동원해 23개 공공택지를 낙찰받았다.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의 평균 경쟁률은 108대 1에 달했다. 당시 공공택지는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었기에 호반건설은 복수의 회사를 입찰에 참가시키는 ‘벌떼입찰’을 통해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했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다수의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비계열사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편법적’이라고 봤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호반건설 외에도 벌떼입찰을 통한 부당지원이 의심되는 건설사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16일 본인의 SNS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국토부가 호반건설의 2019~2021년도 벌떼입찰 건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전했다. 이어 “등록기준 충족여부를 조사하고 더 자세한 불법성 여부는 경찰,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그동안 적발된 수십개의 벌떼입찰 건설사가 검경 수사와 공정위 조사 등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벌떼입찰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해 9월과 지난 4월 벌떼입찰이 의심되는 건설사들을 적발해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1차 현장점검에서 위법 의심사항이 적발된 10개사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지난 4월 2차 현장점검에서는 13개사를 역시 수사 의뢰했다.

국토부가 벌떼입찰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 업체는 서류상 등록된 사무실은 운영하지 않고 모기업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대표이사는 모기업 부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업체는 역시 모기업과 사무실을 공유하며 모기업과 계열사 업무를 함께 수행했다.

이에 국토부는 모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해 1개의 업체가 1필지 추첨에 참여하는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했다. 또, 검찰이 이들 업체를 기소할 시 계약을 해제하고 택지를 환수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토지매매계약서를 보면 거짓진술, 부실자료 제시, 담합 등 부정한 방법에 의한 택지 매수 시 매도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벌떼입찰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벌떼입찰로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3년간 공공택지 청약 참여도 제한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공개한 지난해 8월 국토부와 LH로부터 제출받은 ‘LH공공택지 벨떼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 대방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 5개사에서만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86개 계열사를 통해 공공택지 178필지 중 67필지를 낙찰받았다.

호반건설은 36개 계열사를 동원해 이 중 18필지를 낙찰받았다. 이 기간 공급한 공공택지의 10%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중흥건설은 5개사 중 가장 많은 47개 계열사를 통해 11필지를 낙찰받았다. 

이에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12년 32위에서 2021년 13위로 뛰어올랐으며 중흥건설은 같은기간 77위에서 17위까지 성장했다. 강 의원은 “국토부가 솜방망이식 제도 개선만 하는 동안 이들 업체는 무한 성장했고 건설 시장경제는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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