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국민연금 지분 동원해 합병 과정 영향력, 손실 발생” 주장
청구액 중 약 7%만 인용...우리 정부 기본 논리 자체는 실패 해석도
이의제기 청구할지 관건...론스타에서는 일부 감액 효과 거둬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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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사건에서 일부 인용 판정이 나온 가운데, 우리 정부의 이의제기 여부에 시선이 모아진다. 이에 따라 유사 사안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 분쟁 사건에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20일(현지시간)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게 5358만6931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은 미국계 사모펀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7억7000만달러였으나, PCA에서는 이 중 약 7%만 인용한 셈이다. 그러나 이 액수만 해도 천문학적 규모라는 지적이 일각에선 나온다. 20일 환율 1288원을 대입하면 우리 돈 약 690억원의 판결이 내려진 데다, 배상원금에 대한 연복리 이자는 2015년 7월16일부터 판정일까지 5%다. 

이에 따라 배상금에 이자, 법률비용을 모두 합해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이 삼성물산 합병 분쟁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그리고 삼성그룹 승계 과정이 복합연관된 사건이다. 승계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동원, 정부가 삼성 오너 측에 유리하게 도움을 줬냐는 문제다. 제일모직은 2015년 9월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변경했으며, 당시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0.35이었다.

이 과정에서 구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측 관여와 압박에 따라 합병에 찬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PCA의 판정 내용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정부 주장의 기본 골자는 배척되고 일부 상황 논리에 따른 감액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즉 ‘국민연금공단이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외국인 투자자인 엘리엇에 대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 자체는 중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 중에는 소액 주주들의 손해와 정부의 국민연금공단 합병 찬성 개입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존재한다.

따라서 법무부는 선고 세부 내용을 검토한 후 이의제기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ISDS의 판정은 항소가 불가능한 단심제이나 판정의 취소를 신청할 수는 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해 8월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선고에 대해서도 이의제기 신청을 한 바 있다. 론스타에 배상 원금 2억1650만달러와 론스타의 손해가 발생한 2011년 12월 3일부터 계산한 이자를 주라는 명령에 대해 정정을 일부 받아내는 데 성공했으며 감액 효과는 약 48만달러(우리 돈 6억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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