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조력 통한 경영권 강화·유지 가능성 높아
“종합 반도체 국가로 도약해 공급망 중심 돼야”
인사 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미래먹거리 잡는다
삼성바이오 통한 글로벌 종합바이오 기업 목표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미래가 곧 국내 경제의 미래라는 말은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경기침체 신호와 더불어 반도체 산업 내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삼성은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시점은 지금 상황과 유사한 환경이었다. 고유가에 따른 고물가 그리고 내수 부진과 저성장. 그러나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전 부문에 걸친 혁신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이 회장이 일궈놓은 반도체는 오늘날에도 미래먹거리라는 4차산업의 핵심이다. 이제 삼성의 키는 그의 아들 이재용 신임회장이 쥐고 있다. 30년 전 미래산업의 변화를 예측하고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낸 고(故) 이건희 회장을 톺아보고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를 다짐한 이재용 신임회장의 ‘뉴 삼성’에서 한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찾아보고자 한다.

지난해 10월 27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지난해 10월 27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지난해 삼성은 고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0주년을 맞이했고 그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언급한 이 신임회장의 ‘승어부’는 반도체 불모지에서 세계 시장의 중심으로 삼성을 옮겨 놓은 고 이건희 회장을 잇고 더 큰 도약을 한다는 ‘뉴 삼성’의 다짐을 담고 있다.

이 회장의 ‘뉴 삼성’은 큰 틀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와 인재경영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 내·외부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에 따른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고민이 있다. 또한 그동안 선두 지위를 확고히 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부진과 더불어 중국의 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특히 올해 3분기 기준 대만의 TSMC가 삼성전자를 넘어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에 등극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삼성의 사업은 반도체 영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찾아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시장 선점을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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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에 흔들리는 삼성 지배구조 

이 회장 취임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경쟁우위를 위한 총력을 펼치기 위해서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시각에 이견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 및 재계관계자들은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을 포함한 최대주주 일가가 삼성물산(지분 33.76%)을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이는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지분 8.51%)과 삼성물산(지분 5.01%)으로 실제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삼성물산을 18.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 지분 역시 10.44%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1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 회장의 삼성전자의 간접 지배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 때문에 삼성전자 지배력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했으나 보유한 주식은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현행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7148주를 취득당시 주가인 1주당 약 1070원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440억원으로 삼성생명 총 자산(2021년말 기준 약 341조) 대비 0.16% 수준에 불과해 8.51%의 삼성전자 지분보유는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가 평가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평가 할 경우 12월 8일 삼성전자의 종가 5만9200원 기준 약 30조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의 총자산 대비 3%는 약 10조2300억원으로 개정안이 실행된다면 약 19조7000억원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이럴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되며 삼성전자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자회사 비중이 50%를 초과하게 되므로 지주회사로 전환해야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현재 약 5%의 지분에 25%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이를 추산한 금액은 약 90조원(12월 초 삼성전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용 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각해도 불가능한 금액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20조원에 가까운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면 약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투자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대형악재다. 이는 최근 이 회장의 주주 친화정책과도 상충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초 10만원대를 눈앞에 뒀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1년 만에 5만원대로 진입한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험업법 개정과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인적분할 후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 10.22%를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지분 10.22%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10조4800억원 수준으로 삼성물산이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전자를 3대 7비율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한다는 가정으로 분할 후에는 현물출자를 통해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 투자회사 그리고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이어지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점에서 삼성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외부 조력을 통해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외부 조력 확보의 일환으로는 주주환원 강화와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 3분기 파운드리 부문 글로벌 10개사 수익 [사진출처=트렌드포스 홈페이지]
2022년 3분기 파운드리 부문 글로벌 10개사 수익 [사진출처=트렌드포스 홈페이지]

침체된 반도체 시장...시스템반도체로 선회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의 수요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영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1~10월) 기준 13대 주력 수출 품목 중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4%로 기여율이 가장 높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반도체 매출의 약 80% 이상 차지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다른 경쟁사와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D램 가격하락과 수요감소로 재고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 비중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설계만 하고 외주로 생산을 맡기는 ‘팹리스’,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그리고 설계부터 생산까지 하는 ‘IDM’. 이 회장은 일찍이 시스템반도체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이 회장의 결심으로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모두 세계 1위를 목표로 한다. 

2021년 기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꾸준한 성장으로 3500억달러의 규모로 몸집이 커졌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1750억달러인 것을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성장에 놓칠 수 없는 분야다. 

반도체 산업 심층분석과 기업 컨설팅 전문 연구기관인 트렌드포스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파운드리 분야 상위 5개 그룹(TSMC·삼성·UMC·글로벌파운더리·SMIC)은 수익 기준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9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TSMC는 해당 분야 전체의 56.1%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삼성이 15.5%의 비중을 가져갔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TSMC의 파운드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1.1% 늘어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현재 TSMC와의 격차가 큰 상황임에도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해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의 정부가 직접 반도체 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만은 TSMC의 경쟁우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반도체 보조금 투입하는 등 리쇼어링(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임) 지원을 추진 중이다. 일본도 반도체 관련 박사급 고급인력에 대한 지원과 함께 반도체 공장의 자국 내 입지 지원 등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 기반 긴급 강화 패키지’를 발표하고 TSMC를 비롯한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도 반도체 개발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초격차를 둔 D램의 경우 최근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이처럼 글로벌 각국이 미래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어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과 같은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다시 한번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은 파운드리만 하고 있는 TSMC와는 달리 설계와 위탁생산을 모두 처리하는 종합반도체회사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양산, 품질 향상 등 전방위적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KIET)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종합반도체 국가로 도약해 공급망의 중심이 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주요국의 지원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국내·외 반도체 기업이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경쟁국과 유사 혹은 그 이상 수준의 자금 및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뉴 삼성’의 미래먹거리...차세대 통신·AI·바이오

이 회장은 ‘뉴 삼성’의 미래먹거리로 반도체와 더불어 차세대통신과 인공지능(AI), 바이오를 꼽아왔다. 특히 승진 후 첫인사를 통해 이 회장의 신성장 사업의 윤곽을 드러냈다. 먼저 선행연구를 맡고 있는 삼성리서치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리서치장을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이 맡으면서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DX사업 선행연구까지 총괄하게 됐다. 전 사장은 포항공대 교수 출신으로 5세대(5G) 세계 최초 사용화를 이끈 바 있는 통신 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전 사장이 리서치장으로 오면서 기존 소장이었던 승현준 사장은 글로벌 R&D(연구개발) 협력 담당 사장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일찍이 AI 글로벌 연구개발 역량확보와 기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을 비롯해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서울 등 전 세계 7개 지역에 글로벌 AI 센터를 설립하고 선행 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차세대통신과 AI의 결합으로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승 사장은 미국 프리스턴대 뇌과학연구소와 컴퓨터공학 교수를 역임하는 등 뇌 기반의 AI 연구를 개척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이 직접 ‘뉴 삼성’의 비전을 위한 인물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차세대통신이 미래먹거리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승 사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가 차대세통신을 기술인 6G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마련한 '삼성 6G포럼'에서 “현재 5G네트워크 상용화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선제적으로 6G R&D는 이미 시작됐다”며 “6G는 초광대역 초지능화 초공간적 특성으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들을 융합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 변경은 한종희 DX부문장 겸 부회장과 경계현 DS 반도체 부문장 겸 사장 2인 대표체제를 유지함으로써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DX부분 R&D 인사 혁신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위치를 확고히 하려는 뉴 삼성의 비전을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장악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이는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 차세대통신과 AI를 포함한 미래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 10월 삼성은 인천 송도에 제4공장 증설과 함께 향후 10년간 7조5000억원을 투입해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총 2조원을 들여 건설한 4공장은 연간 24만 리터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공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총 42만 리터를 확보할 수 있게 돼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삼성은 이번 증설된 제4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3년에는 총 60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제4공장 증설에 머무르지 않고 추가로 5·6공장을 건설해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 이건희 회장의 초격차 ‘신경영’ 스타일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을 목표로 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6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시판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한 연구개발과 투자로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영역을 넓힌다는 장기적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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