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체‧지배구조‧바이오 전문가 5人
반도체 업황, 올해 말·내년 초 상승 턴 전망
시스템 반도체 역량 키우지 못하면 도태될 것
삼성생명법 대응 시나리오 이미 충분히 마련
컨트롤타워, 업무 조정 중재자 역할이 합리적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M&A만큼 중요
삼성바이오,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잡아야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미래가 곧 국내 경제의 미래라는 말은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경기침체 신호와 더불어 반도체 산업 내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삼성은 다시 한번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시점은 지금 상황과 유사한 환경이었다. 고유가에 따른 고물가 그리고 내수 부진과 저성장. 그러나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전 부문에 걸친 혁신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이 회장이 일궈놓은 반도체는 오늘날에도 미래먹거리라는 4차산업의 핵심이다. 이제 삼성의 키는 그의 아들 이재용 신임회장이 쥐고 있다. 30년 전 미래산업의 변화를 예측하고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일궈낸 고(故) 이건희 회장을 톺아보고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를 다짐한 이재용 신임회장의 ‘뉴 삼성’에서 한국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찾아보고자 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 [사진출처=뉴시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의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동력은 ‘위기의식’이었다. 위기 때마다 과감한 선택과 투자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삼성은 다시 한번 어려움을 맞이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업황 악화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최근 불거진 보험업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고민도 깊다. 또한 삼성의 미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에서 세계적 기업들의 자리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각계 전문가 5인을 통해 ‘뉴 삼성’의 과제를 짚고 이재용 회장의 승어부 발판은 무엇일지 가늠해 봤다.

 

반도체공학회 이규복 회장(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 ⓒ투데이신문
반도체공학회 이규복 회장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 ⓒ투데이신문

반도체공학회 이규복 회장 “반도체는 다양한 산업의 밑거름이자 국가의 핵심 분야”

Q.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과 전망은 어떤가.

미래 반도체 시장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부문도 더욱 커지겠지만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성장이 없다면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 또는 반도체 기업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미래는 반도체 외에 가전, 자동차, 전장 그리고 향후 로봇, 바이오 나아가 환경까지 포함할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역량 부재는 이 모든 분야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다.

예를 들어 자동차 내연기관에 반도체가 대략 100개 정도 들어가는데 전기차로 넘어가게 되면 300~500개 정도가 필요하게 된다. 자율주행차로 가게 되면 1000개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가 요구 된다. 프로세싱을 하는 메인 시스템 반도체를 잘 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때문에 메모리 뿐만 아니라 비베모리 즉 시스템 반도체로 갈 수 밖에 없다.  

Q.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의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 좁히기를 본격화 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우위 전략이 있는가.

TSMC는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의 50~60%가량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나 연구소, 대학도 1년에 4~5조원 정도를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긴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쪽으로 생산을 하고 있다. 반면 TSMC의 경우 옛날 공정부터 첨단의 공정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의 스펙트럼이 넓다.

점유율만큼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예를 들어 애플에서 쓰고 있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IC(직접회로)를 삼성전자에 의뢰할 때도 있고 TSMC에 맡길 때도 있었다. 두 공장의 위탁생산 수준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애플은 단가를 보고 물량을 조절한다. 삼성은 초미세 공정 그러니까 하이테크 공정으로 갈수록 강점이 드러난다. 메모리 분야에서의 축적된 탄탄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초미세 공정에서 불량률이 1%정도 밖에 안된다.

TSMC는 대만의 낮은 인건비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 TSMC의 경우 삼성보다 불량률이 조금 더 높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요업체 입장에서는 품질 차이가 크지 않다면 가격이 싼 쪽을 선택하고 있다.

대신에 경기가 좋아지게 되면 품질이 좋은 제품의 수요가 늘게 돼 삼성 쪽으로의 유인을 기대할 수 있다. 애플같은 경우도 현재 TSMC로 넘어갔지만 삼성으로 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삼성 고객사의 불안정한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그건 삼성의 영업력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단가를 낮춘다든지 방법을 찾아야하는 과제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Q.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메모리 뿐만아니라 비메모리 산업 전망도 좋지 않다. TSMC도 1분기 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어떻게 예상하는가.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위축된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조금 길게 잡으면 가을까지는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글로벌 경기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이 되면 수요가 상당히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 대한 레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같은 경우도 여러가지 기능들이 새롭게 들어가고 있다. 아울러 메타버스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서비스까지 나오고 있어 시스템 반도체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부터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한다.

Q. 최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재고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도 경비 등 외부로 나가는 돈을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 삼성은 오히려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겠다라는 것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겠다라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 하나는 반도체 공정이 점점 내려가서 3나노에서 2나노, 궁극적으로는 1나노 공정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다음으로는 패키징 싸움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작은 면적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의 크기가 경쟁력인데 지금 투자를 계속 해야 나중에 시장에서 계속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이건희 회장 시절에 있었던 치킨게임과 유사하다고 보인다.

삼성은 100조원 이상의 충분한 여유자금이 있기 때문에 지금 투자를 제대로 해야한다. 예를 들어 한 웨이퍼에서 수만개가 생산됐는데 이게 10만개 이상이 나오면 용량도 커지고 단가도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삼성의 현재 스탠스는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2년에서 3년이 지나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Q. 미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 반도체 육성을 위한 국가적인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의 반도체 기술 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 상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개정안 통과가 시기적으로 뒤처질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수출의 1위 품목이 반도체다. 향후에도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며 다양한 산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국가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분야가 반도체다. 그러므로 여당 야당을 떠나 특별법으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세액공제나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만든다는 것은 미래 산업의 먹거리에 투자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학회 입장에서 반도체 기술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을 적극 찬성한다.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사진출처=본인제공]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사진출처=본인제공]

세종대 경영학부 김대종 교수 “반도체 업황 악화, 초격차 유지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

Q.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 감산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의도인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시장점유율이 대략 70% 정도 된다. 반도체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감산을 하지 않고 똑같은 양을 지속 생산한다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낙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삼성 입장에서는 감산을 하지 않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더욱 압도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삼성은 그동안 비축한 현금으로 현재 반도체 가격하락 시기를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과거 반도체 가격하락 시기에 일어났던 치킨게임을 통해 시장에서의 초격차 유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Q. 이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공략은 어떤 의미인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30%, 시스템 반도체가 70%를 차지한다. 30%라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포션이 50~60%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을 합쳐서 시장점유율이 3% 밖에 안된다. 그중에서 삼성전자를 빼면 1% 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결론은 삼성이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션이 2%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하는 기업이 10개사도 안 되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를 하는 기업은 수 백개에 달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파트가 여러 개로 세분화 돼 있다. 예를 들어 통신·위성·이동통신·자동차·전자제품·가전 등 각각 다른 영역으로 굉장히 다양한데 기술과 환경 등 부족한 부분이 많아 시장점유율이 상당히 미미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삼성 입장에서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시장을 그냥 둘 수는 없는 것이다.

Q.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은 인재와 기술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용 회장은 인재경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방향과 환경은 어떻게 마련돼야 하는가.

최근 미국의 IT기업들에서 대규모 해고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만 삼성은 약 130조원의 현금을 비축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오히려 우수한 인재 영입의 기회다. 이재용 회장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 영입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고급인재 확보를 통해서 삼성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큰 자산은 인재이기 때문에 아주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인재를 위한 투자는 M&A만큼이나 중요하다.

 

한양대 경영학부 이창민 교수 ⓒ투데이신문
한양대 경영학부 이창민 교수 ⓒ투데이신문

한양대 경영학부 이창민 교수 “새로운 지배구조 전략과 시대에 맞는 기업 철학 필요”

Q. 삼성생명법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처분해야 할지는 정확히 알수 없지만 상장회사라는게 50% 이상의 지분율을 가지고 지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부분이 주주총회에서 과반이 넘는 이상의 지배력이 있어야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거대 상장기업을 50% 이상 지배하는 경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마존의 경우 베이조스가 10% 정도의 지분으로 아마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실질적으로는 소위 말하는 오너가 없는 거대 상장기업도 많다. 설사 보험업법 개정이 통과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한다고 해서 지배력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Q. 현재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

삼성전자의 주주구성은 개인들도 많지만 기관들도 많다. 그 기관들 중에 본격적으로 우호 주주들이 굉장히 많고 이 독특한 현상에 또다른 재벌끼리 서로 전략적으로 상호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들이 많다. 이른바 프렌들리한 주주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설명된다. 다시 말해 지분비율로만 나타나는 지배력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포함한 지분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Q. 삼성의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제 재벌도 3~4세대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지배구조 전략이나 기업에 대한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재벌들은 아버지 세대가 하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사례들을 보면 3세, 4세까지 회사의 역사가 이어져 내려오면 회사를 설립한 설립자 가문이 있고 그 가문이 일정정도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전면적으로 경영권을 계속 틀어쥐고 기업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럴 경우 시장의 반응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창업가 정신도 희석된다는 것을 실적이 반증하고 있다.

최근 인기 드라마인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보았듯 창업가들에게는 독특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본인이 직접 온갖 실패를 통해 뭔가를 만들어 내고 그 경험을 통해 몸에 체화되는 게 기업가 정신이고 철학이다. 이런 것들은 자식에게 유전되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삼성전자라고 하는 거대 기업의 역사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회장으로 쉽게 전파가 되겠나. 

Q. ‘뉴 삼성’을 위한 이재용 회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영 비전이나 신사업 개척이 당연히 수반돼야 하겠지만 이미 삼성은 수많은 인적자원을 갖고 있는 집단이다. 이러한 자원을 적절히 활용해서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게 이 회장의 역할이다.

스티브잡스처럼 IT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회장에게 반도체의 미래나 신성장 동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인재 경영 쪽에 무게를 두고 집합지성을 최종적으로 잘 판단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게 설득력 있다. 한국에서의 재벌 3세가 자기가 할 수 있고 본인이 뭔가 기존과는 다른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게 재벌 3세 총수의 역할이지 새로운 비전이라든지 이건희 회장이 했던 프랑크푸르트선언 같은 걸 그대로 답습하는 순간 실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회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이 회장이 워낙 폐쇄적이라 대기업 특유의 문어발 확장 같은 일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카카오가 많은 계열사를 늘려 욕을 먹은 사례를 보면 아직 한국은 삼성을 제외하고 문어발 확장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Q. 보험업법 개정 통과 시 삼성전자 주가 폭탄 현실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많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는 삼성전자가 그 주식을 매수한 후 소각시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유예기간을 7년 정도로 얘기한다. 그 정도의 기간이면 시장 충격을 덜 주면서 이 회장의 지분율에도 큰 변동이 없다.

다만 삼성생명이 지배하고 있던 삼성전자의 지분이 빠지면서 지배력이 떨어지는 건데 그건 방금 말했던 것처럼 주식소각을 하면 전체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분율에 대한 타격을 피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물산이 강제로 지주회사가 돼버려서 문제가 된다고 말이 많지만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피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지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면 삼성물산이 1대 주주가 된다. 1대 주주인 회사의 지분가치가 삼성물산 자산의 50% 이상이 되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것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기존의 삼성물산이 1대 주주인 계열사들이 제법된다. 따라서 지분 조정을 하면 지주회사 전환 자격이 안 되고 삼성물산 자산의 50% 미만으로 맞출 수가 있다.

그러니까 보험업법 개정이 통과됐을 경우 대응 시나리오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본다. 결국은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털어내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10년 동안 끌고 온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우찬 교수(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br>[사진출처=본인제공]<br>
경제개혁연대 김우찬 교수(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출처=본인제공]

경제개혁연대 김우찬 소장 “이재용 삼성 이후의 삼성을 준비해야”

Q.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지난 2017년 해체된 삼성 컨트롤 타워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의 역할론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미전실 부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다. 외부 어떤 기관도 회사에 명령하고 지시할 수 없다. 과거의 미전실은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 계열사에 지시와 명령을 해 문제가 됐다. 당연히 현재 거론되는 컨트롤 타워는 과거의 미전실과 같은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사실 삼성그룹이 지주회사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문제는 아주 쉬워진다. 지주회사는 다른 계열사 지배가 목적이고 실제 지분 투자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금융사업과 비금융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어 한쪽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SK그룹이나 LG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지주회사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회사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없다.

결국 가능한 형태는 SK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SUPEX추구협의회 정도로 그룹이 갖고자 하는 공동의 가치에 대해서 논의를 한다든지 계열사 간 소통과 업무조정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Q. 이재용 회장은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재용 회장 이후의 삼성을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나.

우선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 지배권 또는 경영권을 본인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는다는 점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굉장히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한다. 본인이 회장으로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인 퇴임 이후의 일을 준비하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 회장의 현재 나이를 고려할 때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약 15년밖에 남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일은 본인과 가족이 경영일선에서 모두 물러나도 삼성이 그룹의 형태로 제대로 굴러가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지금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 문제(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지배권 또는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언에 대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즉, 전문경영인들이 지배하는 ‘뉴 삼성’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창업자의 후손들이 그룹의 총수 역할을 했지만 이재용 회장 이후부터는 전문 경영인이 회장을 맡아야 하는데 전문 경영인이 지배하는 우리나라 그룹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결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금융그룹들을 비롯해 KT, 포스코, KT&G 모두 모범적인 기업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해 ‘뉴 삼성’을 만드는 작업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Q. 지배구조 재편 이슈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사실 이 문제는 10년 전부터 거론됐음에도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2014년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면서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한 활동이 매우 활발했다. 가장 중요했던 2015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도 이 때 있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그룹 지배권 확보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지배권 확보를 위한 작업을 계속하면 뇌물공여의 이유가 지배권 확보에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다시 보험업법개정안 이슈가 나오면서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관한 언론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회장 본인은 불법합병 건으로 아직 재판을 받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 물론 보험업법이 개정돼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면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산업연구원 이성경 부연구위원 [사진출처=본인제공]
산업연구원 이성경 부연구위원 [사진출처=본인제공]

산업연구원 이성경 부연구위원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바이오의약품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

Q. 이재용 회장은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산업을 점찍고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성과 전망은 어떤가.

철강이나 자동차같이 대량생산에는 트랙레코드가 있는 게 중요하듯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마찬가지다. 제조공정이 복잡해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은 시장에서 삼성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무척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계약하는 회사를 보면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시장에서의 입지는 확실히 다졌다고 본다. 앞으로 특허 만료가 예정된 굵직한 바이오 의약품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 선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기적 목표로 ADC(항체약물접합체), 장기적으로는 세포·유전자치료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ADC는 항체, 링커 그리고 접착제 이렇게 세 파트로 제품이 만들어지는데 항체 쪽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만들고 있지만 링커와 접합체까지 모두 만들어 수직 통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신약 개발에도 영역을 넓힌다고 하는데 조금 더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삼성은 잠정적으로 ADC와 세포·유전자분야를 미래먹거리로 정한 것 같다.

Q. 삼성은 글로벌 종합바이오 기업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우위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최근 제3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감기약처럼 증상이 나타난 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 제거 또는 편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해당 시장이 앞으로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른 경쟁사들은 이미 선제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CDMO(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회사인 우시 바이오로직스나 피셔 사인언티픽같은 회사들은 진작에 진출해, 다양한 세포주 라인과 이에 사용되는 바이러스 벡터 종류 등에 따른 각각의 생산 시스템을 플랫폼화 했고 이를 어느 정도 자신들만의 표준화, 상업화 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조심스러운 느낌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로 단계적으로 진출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Q. 세계적인 CDMO기업들이 뛰어드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에 삼성이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는 굉장히 다양한 세포들을 다루고 같이 결합 되는 기술과, 이에 따른 조합(combination)의 형태가 다양한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삼성은 이 부분에 대해 단기간에 표준화하기 어렵고 당장에 수익구조를 내기는 어려운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수익구조가 확립된 시장이 아니다. 이제 커지기 시작하는 시장이다. 항체치료제 시장이 자리를 잡고 수익을 내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듯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도 과도기를 거쳐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혀 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삼성도 삼성만의 전략을 갖추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트랙레코드를 쌓아 자신들만의 생산 경험을 쌓고, 자신들만의 차별화되는 생산기술, 서비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운영하고 있는 펀드를 통해 유망한 파이프라인에 간접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보는 감각을 키우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연구, 라이센스 거래 등의 형태로의 직접 투자의 형태로 넘어가 신약 개발의 기회를 갖는 것도 방향이라고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