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이 불고 있는 미중 관계 속에 우리는…
11월 미중정상회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전략적 모호성 표방해야 할 정부는 과연
자칫하면 샌드위치 신세가 될 가능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월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도로의 규칙'을 강조했고 시 주석은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월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도로의 규칙'을 강조했고 시 주석은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외교라인 1·2인자와 시진핑 국가주석을 잇달아 만나면서 미중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양국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오는 11월 APEC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상대 국가에 대해 계속 적대시를 한다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악수를 함으로써 훈풍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해서 중국을 향해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 전환점 맞아

그야말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수상할 정도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외교라인의 1·2인자와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잇달아 만남을 가지면서 미중관계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미중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19일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사판공실 주임), 시 주석을 차례로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이들을 만난 이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강조했다. 즉, 디커플링은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의미하지만 디리스킹은 위험 관리로 그 수위가 낮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을 강조해왔다. 즉, 미국 기술이 유출돼서 미국 안보를 해치는 일을 막기 위해 중국을 봉쇄한다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미국의 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중국을 위험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즉,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은 이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 기간 내내 계속해서 미중관계의 훈풍을 예고했다. 기존의 중국 적대 정책이 아니라 중국을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그동안의 정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해 나름 의미 있는 평가를 내렸다. 그만큼 실익을 많이 얻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협력 파트너를 맺어야 자신의 경제성장률이 상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미국을 적대시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해 미국이나 중국이나 모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시진핑 만나나

이 같은 반응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을 매우 높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2021년 11월에는 화상으로, 지난해 11월에는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났다. 다만 올해 초 중국 정찰위성 파문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두 나라 모두 소원한 관계가 결코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민주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주요 핵심 지지층이 주로 금융 자본가이고, 이들로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돼야 자신들의 이익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 역시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미중관계가 어떤 식으로 튈지는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더 이상 적대적 관계로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관계는 과연

미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끝나는 대로 우리 정부에 방중 결과를 상세히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블링컨 장관은 지난 17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는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중관계의 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정부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미국 내에서도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즉,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관계도 진화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 대사 발언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싱 대사를 언급하면서 ‘위안스카이’로 비유했다. 과장급 인사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감정적인 대응을 했다는 것은 중국 측 적대적 감정만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대만 문제 인식이다. 윤 대통령이 대만 해협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결연히 대응하겠다”고 발언했다. 이것이 중국의 반발을 크게 사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발언을 함으로써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계속 적대시하는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미중관계가 훈풍이 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 등을 계속 이어간다면 한중 관계의 개선은 요원해지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조차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발언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정찰풍선 파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습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의미에 대해 “앞으로 몇 달 안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간 합법적 차이점과 어떻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는지 이야기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즉,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국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싱하이밍 대사가 야당 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 작심하고 ‘베팅’ 발언을 한 것은 무례한 발언이었지만 외교는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를 하는 장면이 연출될 때 과연 그 틈바구니에 윤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칫 샌드위치가

이런 이유로 외교는 전략적 모호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 국가가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우리나라의 거대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경제적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면 동북아의 주도권을 일본에 완전히 빼앗기게 되는 것은 물론 대북 관계의 주도권 역시 일본에 빼앗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더불어 미국이 북핵 문제의 역할을 시 주석에게 맡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중국과 일본에게 빼앗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불었던 훈풍 사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계속 개입을 하려고 했던 것 역시 당시 북미관계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무조건 적대시하게 되면 동북아 패권을 일본과 중국에 완전히 빼앗기게 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다.

그때에도 과연 미국이 우리의 동맹국으로서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제관계는 그만큼 냉혹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중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