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긴급 기자회견

지역 간 의료 격차·공백 및 접근성 저하 ‘심화’
의료계 “시니어의사-공공병원 연계·투입해야”
결혼·출산으로 공백 겪은 의사에게도 활용 가능
퇴직의사 78.8% “은퇴 후에도 진료하고 싶다”

대한의사협회가 13일 오전 11시 의협회관에서 진행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긴급 기자회견’의 모습. ⓒ투데이신문
대한의사협회가 13일 오전 11시 의협회관에서 진행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긴급 기자회견’의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역 간의 의료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의료계가 시니어의사(퇴직의사)를 활용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번 사업이 지방 의료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13일 오전 11시 의협회관에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시니어의사를 지역공공의료기관과 연계하는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이하 매칭사업)이 지역 간 의료 격차 완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매칭사업은 의협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이 공동으로 추진 중에 있는 사업으로, 정년으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퇴직했지만, 복귀 의향이 있거나 혹은 퇴직 전 이직을 희망하는 의사를 지역 소재 공공병원을 연계하는 것이 해당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이는 지난 1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의료체계 규제 혁신방안’의 세부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의료자원 및 인력의 수도권 쏠림, 지역 필수의료 공백, 지역 주민 의료 접근성 저하 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매칭사업은 중앙의료원이 공공병원 구인정보를 수집 및 검토해 의협 측에 전달하면, 의협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통해 적정 인력을 중앙의료원으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중앙의료원은 연계된 의료 인력과 근무할 공공병원 사이 조율을 거쳐 업무 재진입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현장에 투입하게 된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지역 필수의료 문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중 의사 인력 양적 확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하지만 인구 변화와 의료 접근성 등 국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의사 확대 정책은 득 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 양성까지 약 11~14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 투입은) 향후 오는 2036~2039년이 돼야 하는데, 당장의 지역 필수의료는 누가 감당할 것인지 대안이 부족한 상태”라며 “지역 공공의료원들이 심각한 의사 인력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매칭사업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시니어의사뿐만이 아니라 결혼과 육아, 출산 등으로 임상 현장을 떠나 있던 여성 의사들의 복귀를 위한 발판으로도 매칭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13일 오전 11시 의협회관에서 진행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긴급 기자회견’에서&nbsp;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투데이신문<br>
13일 오전 11시 의협회관에서 진행된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투데이신문

사업의 당사자인 시니어의사들도 참여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의협이 발표한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 선택은?’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14∼26일 협회원 2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직 후에도 진료를 계속하고 싶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78.8%는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은퇴 이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냐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63.1%가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국공립병원이나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취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7.0%, 의료취약지 민간의료기관에 취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67.9%가 각각 ‘그렇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역의료 현장의 제언도 나왔다.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최신 자료를 살펴보니, 1302명의 의사가 진료를 하고 있고 환자당 부족한 의사는 183명”이라며 “지방의료원에는 세부전문의가 많이 없는 편인데 시니어의사 중엔 세부전문의도 많아 이들을 초빙한다면 지방 의료의 질 또한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대도시는 의료인력이 많기 때문에 지방 취약지를 위주로 매칭 사업을 해야 한다”며 “매칭인력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임금과 근무, 주거여건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의료계에서 은퇴했지만, 지난해 5월 중앙보훈병원에 다시 취업한 김국기 신경외과 전문의의 증언도 이어졌다. 김 전문의는 올해 80세로, 앞서 경희대병원 신경외과에서 37년 동안 근무한 바 있다. 

김 전문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토교통부 공제분과위원회, 보훈심사위원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살려 현재 보훈심사를 담당하고 있다”며 “정년이 되자마자 쭉 쉬는 사례도 많지만, 의사로서 쌓은 지식을 은퇴 후 나라와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의료 현장에서 뜻깊은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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