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신고 전수조사서 아동 249명 사망 파악
경찰, 814명 범죄 연관성 등 수사…281건 종결
‘영아 살해·유기→일반살인·유기죄’ 개정안 등장
여·야 이견 없어…70년 만에 본회의서 폐지 가결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고모씨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친모 고모씨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출생 미신고 아동 2000여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249명의 아동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영아 살해·유기죄를 일반 살인·유기죄로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으로 잇따른 ‘유령아동’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18일 2015~2022년 출생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고, 임시 신생아 번호가 남아있는 아동 2123명에 대해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아동 2123명 중 지자체가 확인을 완료한 아동은 1028명(48.4%)으로, 이들 중 771명은 원가정에서 생활하거나, 친인척 양육 및 입양 등의 형태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아동 222명은 병사 등으로 인한 사망으로 지자체가 사망신고 또는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등으로 아동의 사망을 확인한 경우다. 이외 35명은 의료기관 오류로 인한 사례로 파악됐다.

지자체는 총 1095명(51.6%)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는 범죄 혐의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조사 과정에서 보호자와 연락이 안 되는 경우 등도 포함됐다. 

지자체의 수사의뢰 사유로는 베이비박스 등 유기가 601명(54.9%)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보호자 연락두절·방문거부 232명(21.2%), 출생신고 전 입양 89명(8.1%), 출생사실 부인 72명(6.6%), 서류 제출 불가 및 아동 소재 파악 불가 등 기타 101명(9.2%)등이다. 

경찰은 현재 814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 연관성 등을 수사 중이며, 종결한 건은 281명이다. 더불어 이들 중 사망 아동의 보호자 7명이 범죄와 연관됐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전수 조사 이후로 정부는 출생미등록 아동을 발견하는 체계가 미비했던 그동안의 문제점을 속도 있게 개선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임시신생아번호로 남아있는 아동에 대한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만으로 관리되고 있는 아동에 대해서도 주기적인 출생신고 및 소재 안전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육료·아동수당 등 4종 급여에 대해 사회복지 전산관리 번호가 부여된 아동의 소재도 파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미등록 외국인 아동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고, 행정안전부는 매년 정기적으로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 일치 여부를 조사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와 연계해 출생미등록 아동 신고기간(7월 17일~10월 31일)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오전 경기 김포 대곶면 한 텃밭에 인천 출생 미신고 영아 시신을 수색하기 위해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6일 오전 경기 김포 대곶면 한 텃밭에 인천 출생 미신고 영아 시신을 수색하기 위해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출생통보제 시행·보호출산제 입법화도

더 나아가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출생통보제를 시행하고 이와 병행돼야 하는 보호출산제의 조속한 입법을 추진한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 존재하지 않게 돼 아동이 미등록자로 지내지 않도록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우선 통보하는 제도로, 지난 2020년부터 국회에 계류됐다 지난달 통과했다.

오는 2024년 7월 시행을 앞둔 출생통보제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보호출산제도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한다. 보호출산제는 일반적인 출산이 어려운 임산부를 위해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게 하며, 출생신고와 입양신청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영아의 생명권을 존중하고 이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야 국가가 보호할 수 있다며 보호출산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 등에서는 아동의 알 권리 침해, 양육 포기 조장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반발해 출생통보제와 함께 거론된 해당 법안은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다음 달로 논의가 연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제도의 부작용을 파악해 ‘원가정 우선’ 원칙을 추가하는 등 기존 국회에 발의된 김미애 의원과 조오섭 의원안을 검토한 뒤, 보완해 만든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외에도 복지부는 관계부처와 협력해 위기임산부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부모 등 위기 임산부의 임신·출산·양육 지원 강화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아살해·유기죄’ 70년 만에 폐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제기됐던 영아 살해·유기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일반살인·유기죄 수준으로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60명 가운데 찬성 252표, 기권 8표로 영아 살해·유기범의 형량을 일반 살인·유기죄 수준으로 높이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 했다. 이로 인해 형법 제정 70년 만에 영아 살해·유기죄가 폐지를 맞았다. 

일반 살해·유기죄보다 법정 최고 형량이 낮게 적용되는 영아 살해·유기죄는 지난 1953년 제정됐다. 당시에는 질병 등으로 영아가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출생신고가 늦고, 영아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차이가 컸다.

하지만 도입 당시와 변화된 현재 상황에 맞게 영아의 생명권을 동일하게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등 전국 곳곳에서 ‘유령아동’ 관련 범죄가 잇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입법에 속도가 붙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태어나는 도중이나 태어난 직후 영아를 살해하는 부모 등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 유기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인해 현행법의 단서 조항으로 형 감경을 가능하게 했던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한 경우,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유기하는 경우’에도 형법상 일반 살인·유기죄가 적용되도록 명시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에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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