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시범사업 시행 계획 발표
급여·신뢰·실효성 등 우려 제기돼
당국 “현장 의견 듣고 보완할 것”

지난해 9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4회 대구 베이비&키즈 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출산·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9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4회 대구 베이비&키즈 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출산·육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외국인 가사노동자(가사도우미) 100여명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해 월 2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신뢰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해당 정책이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0일 정부 발표를 종합해 보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통해 밝힌 계획안을 토대로 해당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노동부는 이르면 연내 고용허가제 인력 100여명을 입국시킨 뒤, 서울시에 시범 배치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대상은 서울에 사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 부모 가정 등이다. 가사도우미는 정부 인증을 받은 업체를 통해 고용되며, 가정에 출퇴근하면서 가사와 육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근무 기간은 최소 6개월이다.

우선 노동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하는 차별금지 협약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하루 8시간 주 5일, 주 40시간씩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약 201만580원을 수령할 수 있다. 내년도 최저시급인 9860원을 반영하면 약 206만740원이다.

이를 두고 가사도우미의 급여가 가정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이다. 맞벌이 가정이라해도, 가사도우미 비용으로 200만원가량을 지출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이미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적용으로 가사도우미에게 월 200만원가량의 급여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제기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사도우미 연내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의 사례를 보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은 우리 돈으로 40만원에서 70만원 정도”라며 “이는 외국인 근로자 급여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비용부담 감소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가정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모두의 적정 비용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시범사업이 처음으로 실시되는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화도 다르고 말도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200만원 이상을 주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범 사업 참여가 유력한 필리핀은 1인당 GDP가 3500달러로, 우리의 10분의 1 정도다”며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급여 문제와 함께 ‘신뢰’ 측면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노동부 공청회에 참석한 세 살짜리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고은씨는 “(가사도우미는) 비싸다고 안 쓰고 저렴하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가 쟁점”이라며 “문화도 한두 번 교육받는다고 흡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하듯, 노동부는 “신뢰성 있는 인력확보를 위해 가사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송출국으로 우선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어 시험과 영어면접 통과는 물론 정신질환, 마약류 범죄 이력 등도 꼼꼼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제도 시행 본래 취지인 출생률 증가 효과를 놓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사도우미 제도 자체가 우리 사회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에 따르면 영유아기 연령별 이용 희망서비스 중 민간돌보미는 단 0.7%에 불과했다.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속히 제도를 추진하는 이유는 내국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 노동부가 계획안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수는 지난 2019년 15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연령대도 92.3%가 5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심각했다.

다만 정부는 발표된 계획안이 확정은 아직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김은철 국제협력관은 “이번 시범사업 계획안은 외국인 가사인력 도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사회적 수용성, 실제 수요, 운용상 문제점 및 해소방안 등을 면밀히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시행하기 전까지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고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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