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1920년 봉오동 전투서 大勝
국방부 “홍 장군 공산당 활동 지적되고 있어”
육군사관학교·국방부 청사 앞 흉상 이전 검토
기념사업회 “독립전쟁 역사는 국군의 기원”

제99주년 삼일절인 지난 2018년 3월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제99주년 삼일절인 지난 2018년 3월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독립전쟁 영웅인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희영 선생의 흉상은 장병들이 훈련한 탄피 300kg(소총탄 5만 여발 분량)을 녹여 제작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국방부가 ‘공산주의 이력’을 이유로 서울 노원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흉상이 설치된 지 5년, 홍 장군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온 지 2년만이다.

홍 장군 흉상은 국방부 청사 앞에도 설치돼 있다. 28일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앞 홍 장군 흉상 이전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검토 이유에 대해 전 대변인은 “홍 장군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이 지적되고 있어서인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국방부 이종섭 장관도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육군사관학교에)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흉상 철거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 장관은 또 “가능하면 육군 또는 육사의 창설, 군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흉상으로) 하는 방향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이종섭 장관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방부 이종섭 장관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5인 중 ‘홍범도상’ 거론…홍범도 누구길래

현재 육사 충무관 앞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 있다. 지난 2018년 3·1절 99주년을 맞아 우리 군 장병들이 훈련 중 사용한 소총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 함은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 장군을 의미한다. 홍 장군은 1920년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 120명을 사살하는 대승을 이끌었다. 같은해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 전투에서도 일본군을 대파했다.

홍 장군의 공은 역대 정부에서 고루 인정받아왔다. 박정희 정부 때인 지난 1962년에는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수여됐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도 해군의 1800t급 잠수함을 ‘홍범도함’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연해주에 머물고 있던 홍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볼셰비키당)에 입당한 것은 사실이다. 1937년 스탈린이 그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시켰고, 홍 장군은 해방 이전인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타계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홍 장군의 유해 송환을 추진한 끝에 지난 2021년 8월 문재인 정부에서 카자흐스탄에서 유해를 국내에 송환한 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고,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신&nbsp;특별수송기(KC-330)가 지난 2021년 8월 15일 우리 영공에 진입하자 F-35A, F-15K 등 공군 전투기가 플레어를 투하하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처]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신 특별수송기(KC-330)가 지난 2021년 8월 15일 우리 영공에 진입하자 F-35A, F-15K 등 공군 전투기가 플레어를 투하하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국가보훈처]

“민족적 양심 저버려” vs “세부방안 결정된 것 아냐”

흉상 이전 계획이 발표되자 홍 장군·우당 이회영·신흥무관학교·백야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사업회)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흉상 이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업회는 “국군의 기원인 독립전쟁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문제”라면서 “역사를 지우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비판했다.

회견에는 이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과 김 장군의 손녀이자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을동 전 의원도 참석했다.

광복회도 성명을 냈다. 광복회는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와 다름 아니”라며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국방부 전 대변인은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옮기고 하는 것은 세부적인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육사가 역사학계나 교육부와 함께 동상 이전을 검토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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