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전투서 전사한 故 황병준 하사로 확인
국방부, 자료대조·유전자 시료 종합한 결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병이 고(故) 황병준 하사 유해를 정밀 발굴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병이 고(故) 황병준 하사 유해를 정밀 발굴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한국전쟁 당시 조국을 지키다 전사한 국군 전사자가 7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고인은 당시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스무살의 나이로 입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지난 2010년과 2017년 경북 영덕 우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3사단 소속 고(故) 황병준 하사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황 하사의 유해는 국유단과 해병 1사단 장병들이 당시 개인호(전쟁 당시 군인들이 제각기 쓸 수 있게 만든 참호)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중 수습됐다.

신원 확인은 전사자들의 병적자료를 바탕으로 유가족을 찾아가는 기동탐문을 통해 이뤄졌다. 유해 발굴을 통해 수습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215번째다.

국유단은 자료에서 고인의 본적지가 경북 의성임을 확인하고 의성군의 제적등본 기록과 대조해 지난 2022년 10월 고인의 조카 황태기(72)씨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고 설명했다.

황 하사는 1929년 9월 경상북도 의성군 신평면에서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큰형이 강제 징용되자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입대 직전 약혼한 후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올 테니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살자”는 약속을 남기고 눈물로 이별했다고 한다.

국방부 이근원 유해발굴감식단장이 지난 24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고(故) 황병준 하사 유가족 자택에서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국방부 이근원 유해발굴감식단장이 지난 24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고(故) 황병준 하사 유가족 자택에서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고인은 1950년 5월 부산에 있는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으며, 그해 8월 14일 영덕 전투에 참전 중 20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영덕 전투는 동해안 영덕 일대에서 국군 제3사단이 부산으로 진출하려는 북한군 제5사단을 저지하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전투다.

확인된 전사자를 찾아 가족의 품에 모시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전날 대구 동구의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황태기씨는 “늦었지만 삼촌의 유해를 찾게 돼 다행”이라면서 “앞으로도 많은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유단은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전사자 신원 확인을 위한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6·25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 형태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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