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지음 | 260쪽 | 188 X 127 | 지식공작소 | 1만5000원

ⓒ지식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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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는 전국의 내로라하게 예쁜 여자들이 다 올라온다. 큰돈을 쉽게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이 들끓는 곳에는 사기도 들끓는다. 사랑도 팔고, 우정도 팔고, 배신도 하고, 엮고, 고소하고, 등쳐 먹고, 거짓말하고. 많은 여자들이 정신과를 찾는다. 그중 한 여자가 이렇게 말한다. “강남은 커다란 정신 병원이에요.”  - ‘여기가 강남이다’ 중에서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대한민국 경제 1번지 강남, 이 욕망의 용광로를 오랜 시간 관찰하고 직시한 리포트가 나왔다.

서울 강남에서 정신과 의원과 정신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일 의학박사의 ‘강남은 거대한 정신 병동이다’가 발간됐다.

‘더 잘하라’는 이유로 자기 아이를 두들겨 패는 부자 아빠, 결혼한 의사 아들을 뒀지만 우울증으로 자살하겠다는 엄마, 돈 냄새만 쫓다 혈연관계를 팔아먹는 가족 등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상담했던 강남의 ‘이상한 삶’을 정신의학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진단과 처방전을 내놓는다.

부유하지만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 이 아이러니한 강남의 세계에서 저자는 “위가 비어 있으면 채워야 하고, 방광이 차 있으면 비워야 하듯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라며 “마음이 차 있으면 평온하고 마음이 비어 있으면 고통을 받는다”고 말한다.

책은 강남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최근 벌어진 ‘칼부림 사건’과 이후 파생한 ‘살인 예고글’ 등 많은 이들이 분노와 두려움을 느낀 범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기가 막힌 현실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다”라는 게 그의 설명. 오히려 범죄 이후 등장한 인터넷 살인 예고글에 대해서 저자는 도발적 진단을 내린다.

그는 “방구석에 숨어 있지만 말고 이렇게라도 튀어나와야 경찰에도 붙잡혀 가고 구속 생활도 하면서 부족했던 사회 경험을 채울 수 있다”면서 은둔형 외톨이로 위험을 숨기고 있는 것보다 위험을 드러내는 것이 그나마 치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묻지 마 범죄’는 대부분 정신병이 원인으로, 사건 장소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실타래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해결의 실마리 중 하나로 저자는 ‘가족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정신병은 가족이 고치는 거다. 가족이 사랑으로 집중하면 반드시 기적 같은 굉장한 일이 일어난다”며 “강남 사람들의 위험하고 이상한 삶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의 삶에 유익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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