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 투자자 베트남 주식 보관 금액 ‘최대’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 살아나”
소비활성화 위한 정부정책과 대기업실적 개선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 베트남에 파급 효과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펜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규모 유동성이 주식투자인구의 급증으로 이어진 현상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며 증시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후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으로 미국 주식에 눈을 돌린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개인투자자들과는 달리 매력적인 시장을 찾아 투자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역동적인 모습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과열을 예측한 ‘서학개미’들은 이제 새로운 시장으로 엔저와 지속적인 기업이익 성장률이 기대되는 일본 증시와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 속에서 유일하게 인구 보너스 기회가 있는 인도 시장에 좌표를 찍었다. 또한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베트남의 경제 성장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현상을 보이는바 <투데이신문>은 각 시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전문가를 통해 투자가치를 전망해 봤다.

베트남 GDP성장률 [사진출처=IMF]
베트남 GDP성장률 [사진출처=IMF]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갈 곳 잃은 자금이 다시 베트남 증시를 찾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부동산 리스크로 대(對)중국 투자에서 발을 뺀 국내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베트남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베트남 호찌민 VN지수는 이달 6일 종가 기준 1245.5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경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결정과 중국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베트남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베트남은 정책 금리 인하와 부가가치세율 인하 등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까지 이뤄져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라고 짚었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주식 보관금액 [사진출처=한국예탁결제원]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주식 보관금액 [사진출처=한국예탁결제원]

中 떠나는 투자자들...“젊은 베트남으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6%대에서 최근 4%대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반면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6.7%~7%로 잡는 등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1.5%)과 미국(1.6%), 일본(1.3%) 등은 2% 미만으로 예측되는 점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또한 중국은 내수경기 회복둔화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약 900억위안(약 16조388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투자 대안으로 베트남이 주목받으며 관련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공모 펀드의 연중 평균 수익률은 약 21.7%로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만 해도 12%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북미지역 펀드 130종의 평균 수익률(6.5%)과 비교해 거의 두 배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21개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3개월 동안 242억원 증가한 약 937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베트남 주식 보관 금액도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접어들면서 9월 기준 약 2억8676만달러(약 3828억원)로 올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HDC자산운용의 HDC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1호(주식) 펀드의 경우 최근 6개월 30.1%로 벤치마크 수익률(17.89%)을 크게 웃돌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해당 상품은 베트남에 소재한 기업이 발행한 주식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에 자산 60%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한다.

베트남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베트남 VN30(합성) ETF가 있다. 해당 상품은 베트남 대표지수인 VN30을 기초로 한다. VN30지수는 호찌민 거래소 상장종목 중 시가총액과 유동성 등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 3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베트남의 성장성을 추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 2016년 7월에 상장된 현재까지 수익률은 101.12%며 최근 6개월에만 2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탈중국 현상으로 인한 반사효과로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각되고 있어 투자 매력도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위원은 “베트남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살아나고 있어 올해 3분기부터 베트남 증시에 대한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올해 베트남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경기 위축 영향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하향 조정될 수 있으나 다른 신흥국 대비 견조한 성장세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베트남은 관광산업 회복과 신재생에너지의 성장 기대 그리고 통상환경 다변화 등 타 신흥국과의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되는 대표적인 투자처”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중위 연령 [사진출처=Worldometer]
베트남 중위 연령 [사진출처=Worldometer]

공급망 다변화로 떠오르는 차세대 생산기지

중국은 과거 폭발적인 생산가능인구 증가로 제조업을 앞세워 높은 성장을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빠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로 노동 시장의 매력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 인구는 올해 상반기 기준 9886만명. 곧 1억명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말할 때 자주 인용하던 인구배당 즉 노동인구가 노령인구를 웃돌아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논리가 지금 베트남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의 경제상승률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는 상황에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으로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니어쇼어링(Nearshoring)으로 젊은 노동력과 낮은 인건비로 높은 생산성이 기대되는 베트남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는 점도 베트남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베트남은 다수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오면서 글로벌 무역 허브로 떠오르고 있어 새로운 글로벌 생산기지로 지목되고 있다.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애플 제품을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이 베트남으로 이전해 맥북의 신형 기종 생산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과 베트남의 생산가능인구의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현재 베트남의 중위연령은 32세로 젊은 나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로 인한 소비시장 활성화 효과도 높게 점쳐진다. 베트남 중앙은행(VSB)은 자본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예금금리 인하를 결정했으며, 이후 대출금리도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문 연구원은 “베트남의 대출금리 하락은 비 필수재에 대한 소비자 구매 부담을 줄여줘 자동차, TV 등 구매 소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 장기적인 소비시장 회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10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산당 본부에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10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산당 본부에서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오른쪽)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또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10일(현지 시각)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베트남은 조약 동맹국 없는 국가로 ‘포괄적 동반자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등 3가지 형태의 관계를 맺어왔다. 미국과 베트남은 10년 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바 있으나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구글과 엠코, 보잉, 마벨 등 미국 대기업 고위 임원이 양국 간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제조업 공급망 다변화 시도가 베트남으로 확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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