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법무부 ‘임금 체불 근절 위한 담화문’ 발표
지난달 말 기준 체불 임금 누계 1조1411억원 기록
사업주 구속수사 방침‧체불 전문 조정팀 운영 담겨
직장갑질119 “강 건너 불구경식 대책으론 못 잡아”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관계부처 합동 임금체불 근절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관계부처 합동 임금체불 근절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정부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에 대한 단속 의지를 밝혔다. 법과 원칙에 따라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해당 대책은 ‘알맹이 없는 한가한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노동부) 이정식 장관과 법무부 한동훈 장관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공개했다. 두 부처 장관이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노동 개혁 문제는 임금, 근로시간 등 정책 과제를 통해 노동부가 주도해 왔으나, 노사 간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법무부 또한 제 역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 장관은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며 “임금 체불의 근절이야 말로 건전한 노동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노동 개혁의 출발이자 노사 법치 확립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금 체불로)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매우 큰 상황”이라며 “국민의 평온한 삶을 위협하는 임금 체불 근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설명했다.

양 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체불 임금 누계는 1조141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7%(2615억원) 대폭 늘었다. 피해 근로자는 약 18만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근로자 412명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약 302억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는 위니아전자 박현철 대표이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올해 1~8월 임금 체불로 구속된 인원은 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명)보다 3배, 정식 기소한 인원은 1653명으로 같은 기간(892명) 1.9배 늘었다.

수백억원대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위니아전자 박현철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7월부터 수개월간 근로자 412명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약 302억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는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
수백억원대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위니아전자 박현철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7월부터 수개월간 근로자 412명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약 302억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는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

“악덕 사업주 구속할 것” vs “날뛰는 임금도둑 못 잡아”

정부는 상습 체불 사업주는 구속까지 가능케 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으나, 노동계는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먼저 두 장관은 악덕 사업주나 상습적인 제불 사업주의 경우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재산을 은닉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하는 악의적인 사업주나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면서 “임금 체불 혐의가 상당한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하고, 소액이라도 고의로 체불한 사업주는 정식 기소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이 ‘일한 만큼, 제때, 정당하게’ 임금을 받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자 원칙”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는 임금 체불은 노동의 가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대지급금과 생계비 융자를 통해 임금체불 근로자의 생활 안전을 지원하고, 법무부는 전국 검찰청에서 체불사건 전문 조정팀을 운영해 문제 해결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날 직장갑질119는 논평을 내고 “알맹이 없는 한가한 소리로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는 직장인을 또다시 기만하고 있다”면서 “강 건너 불구경식 대책으로는 날뛰는 임금도둑을 절대 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임금채권 소멸시효 연장, 포괄임금제 폐지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핵심 대책을 외면하며 사용자 봐주기를 계속 반복한다면 피해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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