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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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출근길 해당 종목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에코프로는 올해 초 10만원대에서 최고가 150만원을 넘는 등 15배의 엄청난 상승으로 코스닥시장의 상승을 이끌었던 종목이다. 그러나 최근 70만원 밑에서 거래되며 고가에 매수한 투자자들이라면 반토막의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 애널리스트 매도 보고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던 것이다. 

해당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목표가도 현재 시가총액이 기업가치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기존 55만5000원에서 4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사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매도 보고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애널리스트의 매도 의견이 포함된 보고서는 전체의 약 0.1%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애널리스트와 특정 세력과의 유착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얼마를 받았냐”는 등의 비난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신뢰의 문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말 그대로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할 뿐 매수, 매도를 유도하는 목적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생업까지 뒤로하고 항의를 위해 여의도로 몰린 개인투자자들을 단순히 ‘자기책임의 원칙’을 운운하며 책망하기 전에 이러한 불신의 기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영풍제지 주가조작 하한가 사태만 봐도 국내 주식시장이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지 알 수 있다. 영풍제지 사태는 하한가 연속 5번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지회사가 아무런 이슈도 없이 점진적인 상승으로 올해 초 대비 8배 이상 오르면서 이미 몇 달 전부터 업계에서는 작업 중인 종목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리포트는 어느 곳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리서치센터의 규모와 섹터 범위를 감안하면 모든 종목을 분석할 수 없지만 사태가 발생하기 두세 달 전에는 블로거들 사이에서조차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검증이 안된 블로거나 유튜버들을 신뢰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증권사들은 앞다퉈 이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냈지만 이미 개인투자자들은 매수 의견 일색인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렇다 보니 ‘어쩌다’ 소신 있는 매도 의견의 보고서를 내면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이다. 

사실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고충이 많다. 다른 부서들과 달리 수익을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업계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매번 규모 축소 이슈가 나오고 애널리스트들도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면 해당 기업이 애널리스트의 탐방을 거부하거나 분석에 필요한 중요한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에 소신껏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주식투자 열풍으로 국내 주식투자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5명 중 1명은 주식투자를 하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와 행동도 예전 같지 않다. 주주로서의 행동이 집단적이고 적극적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 속에서 전문가 집단은 여전히 타성에 젖어있는 것 같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한 몇몇 집단이 독립 리서치를 설립해 증권사에서 낼 수 없는 매도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거나 개인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종목을 커버한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먼저 되찾아야 한다. 소신 있는 보고서는 후에 신뢰 있는 보고서로 재평가받기도 한다. 지난 BNK투자증권 연구원이 낸 카카오뱅크 매도 의견 보고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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