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1~20일 심야 노숙 집회 신고
경찰은 금지 통고…법원은 “해도 된다”
음주·통행 방해·쓰레기 투기 등 우려↑

지난 5월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숙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5월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숙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경찰이 시민 불편을 이유로 금지를 통고한 일주일 노숙 집회에 대해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민주노총은 중구 시청광장 인근 불법 노숙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쓰레기 투기, 통행로 점거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어, 이번에도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경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서울경찰청에 지난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서의 심야 노숙 집회를 신고했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과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민주노총은 해당 기간에 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진행하면서 마지막 날인 오는 20일 서울도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공포를 촉구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하는 결의대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관할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음주, 통행 방해, 쓰레기 투기 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사유로 집회를 제한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서울행정법원에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시민 불편을 고려해 음주 금지, 소음 기준 준수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만일 집회를 금지할 시 노조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집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사법부가 하루 단위가 아닌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노숙 시위를 전면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nbsp;<b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법원 판결이 나오자, 민주노총은 집회를 불허한 경찰 측을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성명서를 내고 “참가인원이 100여명에 불과하고 인도를 이용한 문화제와 노숙농성은 차량교통과 시민통행에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도록 기획됐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노숙농성을 불허했으며 심야시간대에 참가자들을 강제해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회와 농성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경찰은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금지통고를 남발해 왔다”며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종로경찰서장의 자의적인 집회금지통고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했는데,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찰은 신고제에 불과한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관행을 근절하고 위법적인 집회금지통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100여명은 지난 14일 오후 9시 30분부터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 1인용 텐트 약 20동을 친 뒤 9시간가량 농성을 이어갔다. 민주노총은 법원 판시에 발맞춰 오는 20일까지 매일 시위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집회 금지 조치를 냈음에도 법원이 이를 뒤집는 상황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경찰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국회 앞 1박 2일 노숙 집회를 결정한 바 있는데, 이후 금속노조가 영등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집회가 진행될 수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노숙이 전면적으로 금지될 경우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집회를 허가했다.

같은 달 경찰은 집회 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은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법원의 노숙집회 허용결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개선 방안이 탄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11일 서울 도심에서 펼쳐진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와 관련 노조 지도부 등 5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이들에게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소음 기준을 넘겨 법을 위반한 부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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